32억개 게임에 1800만명이 동시에 즐기는 스팀...PC 게임 황금시대 다시 여나

조선비즈
  • 김범수 기자
    입력 2018.02.20 05:00

    블루홀 자회사 펍지가 만든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세계 시장에서 팔리게 된 배경에는 ‘스팀’이 있다. 침체됐던 PC 게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PC 게임 마켓이다. PC 게임판 앱스토어, 구글플레이로 볼 수 있다. 누구나 쉽게 다양한 컴퓨터 게임을 사서 다운받을 수 있다.

    ‘스팀’은 ‘밸브’가 만들었다. 밸브는 1인칭 총싸움 게임(FPS) 중 명작으로 꼽히는 ‘하프 라이프’ 개발사다.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LoL·롤)’과 함께 ‘캐릭터 성장형 진지 쟁탈전(AOS)’ 장르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도타2(DOTA2)’도 밸브 작품이다. 배틀그라운드가 나오기 전까지 도타2가 실시간 접속자 수 1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었다.

    밸브가 만든 ‘스팀’의 시작화면. 거의 모든 PC 게임을 스팀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 스팀 화면 캡처
    개발 능력이 뛰어난 밸브가 스팀을 만든 건 2002년이다. 국내에 화제가 되기 시작한건 지난해 배틀그라운드 인기 때문이지만 PC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미 스팀을 구글플레이보다 많이 드나든 사용자도 많았다. 사실상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보다도 스팀이 먼저인 셈이다.

    처음에는 밸브가 만든 FPS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 업데이트를 위한 플랫폼이었다. 업데이트를 위한 파일을 사용자가 접속만하면 자동으로 내려받기 위한 매개체였다. 또 블리자드의 배틀넷처럼 사용자간 온라인 대결을 위한 멀티 플레이용 플랫폼 역할도 했다.

    실험 모델이었던 스팀은 2003년 9월 윈도 버전 형태로 정식 출시됐다. 밸브는 이 플랫폼을 통해 자사 게임만을 유통했다. 2005년부터는 PC 게임 전반을 유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다. 이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등 부가 서비스도 추가했다.

    PC 게임은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가 심각했다. 불법 복제 프로그램이 2000년대까지만해도 판을 쳤다. 패키지로만 판매하던 PC 게임이 많았는데 이런 문제를 블리자드, 밸브 등이 온라인으로 해결하기 시작하자 불법 복제는 점차 어려워졌다. 또 사용자들 역시 게임에 돈을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변하면서 게임 구매율도 올라갔다.

    게다가 스팀은 무료 게임 개방, 인디 게임 소개, 게임 체험판(데모)을 언제든 사용자가 새로운 게임을 해볼 수 있게 했다. 할인 이벤트도 진행했다. 출시 시기가 좀 지난 게임을 할인하거나 블랙프라이데이, 연말연시에 맞춰 인기 게임을 할인해서 판매했다. 사용자는 당연히 열광했다. 이런 PC 플랫폼이 자리잡자 콘솔로만 출시되던 게임도 PC 버전으로 만들어졌다.

    밸브는 스팀을 237개 국가에서 21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스팀이 지난해 공개한 자료 기준 월 이용자 수는 6700만명, 동시 접속자수는 1400만명을 넘어섰다. 밸브는 지난달 스팀 동시접속자 수가 18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스파이에 따르면 스팀이 현재까지 취급하는 게임 타이틀 수는 약 32억개다. 스팀스파이가 조사한 2016년 스팀 누적 거래매출은 34억7214만달러(약 3조7000억원)로 이중 약 30%가 밸브가 가져가는 스팀 수수료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1조원이 넘는 수수료 매출을 기록했다.

    스팀에서는 게임 확장판, 추가 콘텐츠인 DLC 구매도 가능하다. DLC는 내려받을 수 있는 콘텐츠(Downloadable Contens) 약자다. 이미 게임을 구매한 사용자가 추가 아이템, 추가 캐릭터, 추가 임무 등을 구입하게 해 매출을 확대하려는 상품이다.

    스팀만이 가진 특징적인 사업 모델은 ‘얼리 억세스(Early Access)’다. 배틀그라운드가 인기를 얻게 해준 사업모델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사가 게임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에게 판매한다.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베타 테스트를 돈을 받고 하는 셈이다. 대신 이 때 구입한 사용자는 정식 출시 후 게임을 추가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되면 개발비 부담이 큰 개발사, 사용자 반응을 얻어야 하지만 베타테스트, 데모 공개가 어려운 개발사에게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역할을 한다. 또 사용자 입장에서는 게임을 테스트해보고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스팀 얼리억세스 덕을 가장 많이 본 게임이 배틀그라운드다. 정식 출시 전부터 3000만장 판매고를 올렸다. / 블루홀 제공
    개발사는 사용자 반응을 빠르게 입수해 게임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데다 매출로도 연결돼 이득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얼리 억세스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개발사는 정식 출시 전에 매출을 올리는 데다 마케팅 기능까지 수행해주는 셈이다. 많은 개발사가 이 모델로 게임을 출시한다.

    플레이스테이션(PS), 엑스박스(X-Box), 스위치(Switch) 같은 콘솔 게임을 위한 타이틀을 만들던 북미 지역과 일본 개발사들도 이제 PC 버전 게임을 스팀을 통해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고사양 CPU와 그래픽 카드로 고성능 PC를 쓰는 사용자가 늘어 콘솔용 게임도 얼마든지 PC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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