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VIEW] 트럼프·GM의 '협공'… 묘책 없는 한국

조선일보
  • 김승범 기자
    입력 2018.02.15 03:15 | 수정 2018.02.15 08:26

    [트럼프, 군산공장 폐쇄 카드로 한미 FTA 공격]

    트럼프 "군산공장 폐쇄는 내 덕… GM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온다
    韓·美 FTA 재앙… TV도 보복"
    정부, GM 도와도 회생 보장없고 놔두자니 수만 일자리 사라지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틀 연속 한국을 상대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상·하원 의원과 무역을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한국GM 군산 공장이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이런 소식은 듣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 공장 폐쇄 결정이 자신의 공인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재앙"이라며 "공정한 협상을 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TV를 만들지 않고 대부분 한국에서 오는데 이는 한국이 덤핑을 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TV에 보복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표는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 중간선거에 맞춰져 있다.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그는 통상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백인 노동자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

    시간표에 '동맹 관계'라는 단어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우리는 한국·중국·일본에 (무역 적자로) 어마어마한 돈을 잃었다"며 '살인(murder)'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이용한 국가 중 동맹도 있지만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자국 이익을 위해서는 기존 외교 관계와 통상 질서도 무시하는 게 트럼프 정부"라고 말했다.

    미 제조업체는 이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발(發) 통상 공세의 특징은 업체가 제소하면 정부가 조사에 착수해 상대국 업체를 압박하며 '팀플레이'를 한다는 점이다. 미 세탁기 업체 월풀의 제소로 미 정부가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하고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매긴 게 대표적이다.

    한국GM의 공장 폐쇄 문제도 미국 정부·업체의 팀플레이로 진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GM을 비롯한 미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GM의 군산 공장 폐쇄를 한·미 FTA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한국이 자동차 시장에서 비관세 장벽을 쌓아뒀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미국 전체로 파고들면서 다양한 업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며 "문제는 미국의 공세를 막아낼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수입 규제 조치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한다고 하지만 이 절차는 3년 가까이 걸린다. 그 기간 우리 기업은 미국의 수입 장벽에 가로막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미국이 주요 타깃인 중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정작 피해는 한국이 입고 있다는 점도 난감하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중국의 15분의 1이지만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 가운데 반덤핑 등 규제 중이거나 규제를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인 비중(액수 기준)은 12.2%로 중국(10.9%)보다 높다.

    우리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에서 빠져나올 방법도 마땅치 않다. 이 전략은 '광인(狂人)'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보여 겁을 준 다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것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 한·미 FTA 예비 협상 때 정부는 '당당하게 맞섰다'고 성과 알리기에 급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역공에 나서자 바로 주도권을 내줬다"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GM이 한국 정부의 '딜레마 상황'을 파고들었다고 본다. 정부가 혈세로 도와준다고 해도 한국GM이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지원하지 않고 완전히 철수하도록 놔두면 국내 30만개 일자리가 사라진다.

    한국GM에 대한 견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한국GM에 자금 흐름 등을 알 수 있는 자료 116개를 요청했지만 받은 것은 6건이 전부였으며 그나마 회사 소개와 재무제표 등 공개된 자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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