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美 소비자물가 상승률 '주목'…설 이후 금융시장 방향타

  • 연선옥 기자
  • 입력 : 2018.02.14 15:02

    美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월가 전망치 0.3%
    설연휴 기간 글로벌 금융시장 방향타로 등장

    전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노동부가 14일(현지시간) 발표하는 1월 소비자물가(CPI)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이달 초 발표된 고용 지표처럼 월가의 예상치를 넘어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경우 또다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표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것으로 확인되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 인상 등 유동성 긴축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임금 상승률이 8년7개월만에 최대치(2.9%)를 기록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2%대 후반으로 급등했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충격을 받았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해 4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 이전만 해도 월가의 컨센서스는 올해 3차례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다만 최근들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연준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면서 미 증시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장을 펼쳤다. 그러나 1월 소비자물가가 월가 예상치를 넘어서면 주식시장 투자심리는 다시 냉각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미 증시를 급등장으로 이끌 수 있다. 결국 1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타로 등장한 셈이다.

    유동성 긴축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이 하락하는 한편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면 설 연휴 이후 우리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서울 주식·외환시장은 설 연휴로 15~16일 문을 닫고, 19일 개장한다.

    美 소비자물가 상승률 '주목'…설 이후 금융시장 방향타
    ◇ 1월 美 소비자물가, 전월대비 0.3% 상승 예상...글로벌 금융시장 방향 정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월가 전문가들은 1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대비 0.3%를 기록해 전월(0.1%)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농산물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0.2%로 전망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1월 물가 상승률이 컸던 기저효과로 전년동월대비 물가 상승률은 둔화될 것으로 봤다. 전년동월대비 1월 물가 상승률은 1.9%로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2.1%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1.8%에서 1월 1.7%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셉 송 BoA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이달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발표된 1월 임금 상승률이 물가에 즉각 반영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1월 물가 지표가 전문가들의 예상과 부합할 경우 시장 불안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이치뱅크 이코노미스트팀은 “1월 물가 상승률이 전망치와 비슷할 경우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가속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 불안이 크게 완화되면서 증시도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같은 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하는 1월 미국 소매판매 지표에도 주목하고 있다. 소매판매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 압력이 지속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다. 단스케뱅크는 “1월 소매판매 지표는 미국 개인소비가 새해를 좋은 흐름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며 “15일 발표되는 1월 산업생산 역시 계절적 변동은 있겠지만 제조업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은, 설 연휴 마지막날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미 행정부가 단행한 법인세 인하 조치와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터 조지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일 한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정책이 얼마나 경제를 진작시킬지는 알 수 없지만 경제 촉진 정책으로 고용상황이 호전되고 물가 상승 압력은 높아질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통한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아론 스테이트스트리트 수석 투자전략가도 “물가 지표가 시장 전망을 웃돈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며 “이 경우 미 연준의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시장 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미국 물가상승률 발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18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이 1월 물가상승률 수준을 크게 주목하고 있는 만큼 지표 발표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 영향이 설 이후 우리 금융시장에 반영되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1월 미국 물가 상승률은 시장 전망과 부합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발표 이후에는 그동안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전망을 웃도는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면 투자 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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