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든다던 협동조합, 절반은 문 닫았다

조선일보
  • 이준우 기자
    입력 2018.02.14 03:00

    [1만개 넘어섰지만 속빈 강정]

    - 부족한 일자리 창출 능력
    근로자 4.3명, 급여 147만원

    - 덩치 커졌지만 빈약한 내실
    매출은 2억7272만원으로 늘어… 당기순익 373만원으로 급감

    협동조합 수가 1만개를 넘어섰지만, 이 가운데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두 곳 중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근로 소득 향상을 위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협동조합의 자립 능력과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한 수준으로 확인된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제3차 협동조합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협동조합의 인력과 자산, 매출은 모두 증가했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신고·인가된 협동조합은 총 1만615개로 2년 전(6235개)보다 70% 증가했다. 일반 협동조합이 9954개로 가장 많았고, 비영리법인 사회적 협동조합은 604개였다. 나머지 57개는 협동조합 연합회였다. 평균 조합원 수는 61.6명으로 2년 전보다 14.8명 늘었다. 협동조합의 평균 매출액은 2억7272만원으로, 2년 전 (2억1039만원)보다 6233만원 증가했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비해 내실은 빈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으로 등기됐지만,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협동조합은 4447개에 달했다. 폐업한 협동조합이 1453개, 사업을 중단한 협동조합은 2994개였다. 법인으로 등기된 협동조합 중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는 조합 비율은 53.4%에 그쳤다. 2년 전 조사(54.6%)보다 오히려 더 낮아진 수치다. 폐업 사유는 수익모델 미비(30.5%), 사업운영 자금 부족(24%), 조합원 간 의견 불일치(18.6%) 순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익도 조합당 평균 373만원으로 2차 조사(1935만원)보다 81% 급감했다. 반면 당기순익이 발생하지 않는 협동조합 비율은 23.9%에서 43.5%로 두 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당기순익이 줄어든 것은 협동조합의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본조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고, 일반 기업처럼 재무적인 이익을 추구하기보단 소속 조합원의 이익을 중시해 매출 대비 교육비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영향 때문이라고 기재부는 분석했다.

    협동조합의 고용 창출 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동조합당 평균 종사자수는 13.5명이지만, 이 중 순수하게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피고용인수는 4.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 종사자 중 상당수는 돈을 받지 않는 무급(無給)형 사외이사거나, 자원봉사자인 것이다.

    협동조합 내 정규직의 평균 급여는 147만원으로 2년 전(144만원)보다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기재부는 "협동조합 근로자의 경우 주 평균 근무시간이 34.4시간으로 적고, 50대 이상 및 취약계층 근로자 비중이 높아 급여 수준이 낮다"고 설명했지만, 월 법정근로시간인 174시간을 적용하더라도 월 평균급여는 186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2015년 근로자의 중위소득 241만원보다 55만원 적은 금액이다. 협동조합의 전반적인 운영 실태는 기재부가 지난 2013년부터 2년 단위로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시키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회적 경제 활성화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경제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해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사회적 경제 활성화'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 이어 지난 1월에도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은 공익 추구가 우선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하고, 사업을 지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경제 조직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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