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GM 떠나면 뭘 먹고 사나" 설 앞두고 군산이 운다

  • 김승범 기자

  • 군산=송원형 기자

  • 부평=강창호 인턴기자(서강대 신문방송학과)

  • 입력 : 2018.02.14 03:00

    [공장폐쇄 결정에 시민들 뒤숭숭]

    주변 식당 매출 이미 반토막… 공장 인근 상가엔 '임대' 현수막
    GM, 군산 총생산의 22% 담당… 근로자 가족들 年 1400억 소비
    작년엔 현대重 조선소 문닫아 "GM마저 떠나면 지역경제 초토화"

    미국 GM 본사가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3일 오전 11시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공장.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인기척도 거의 없었다. 이 공장은 차량 재고가 수천 대씩 쌓이면서 지난 8일 가동이 중단돼 이미 개점휴업 상태였다. 경비원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공장 근처에서 서성이던 한 직원은 "설 명절을 앞두고 이게 웬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낮 12시 공장 주변 상가는 적막 그 자체였다. 공장에서 서쪽으로 3㎞쯤 떨어진 식당가는 점심 시간인데도 손님을 찾을 수 없었다. 한 식당 주인은 "지난해부터 군산 공장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지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한국GM 군산공장이 철수하면 주변 동네는 폐허처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거리는 문을 연 음식점보다 '임대'라는 현수막을 내건 상점이 더 많았다. 상가 뒤쪽 원룸 단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우편함에는 빛 바랜 작년 10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가 꽂혀 있었다.

    ◇군산 지역내총생산의 21.5%

    군산 지역은 초비상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작년 군산시 전체 수출의 20%, 총생산의 21.5%를 차지했다. 한때 군산 수출의 50%를 차지한 적도 있다. 군산공장에서 일하는 한국GM과 협력업체 근로자는 1만2700여명. 근로자들과 가족들이 1년에 쓰는 돈은 1400억원으로, 군산시 전체 예산의 10%를 넘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은 이후 GM 공장은 군산시의 '원톱' 기업이었다.

    13일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 공장 인근 상가는 인적이 끊겼다. 이날 만난 식당 주인은 “작년보다 매출이 이미 50% 이상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군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GM이 떠나면 지역경제가 초토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일 전북 군산시 한국GM 군산 공장 인근 상가는 인적이 끊겼다. 이날 만난 식당 주인은 “작년보다 매출이 이미 50% 이상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군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GM이 떠나면 지역경제가 초토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한국GM 1차 협력사로 차체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은 공장 문이 닫혀 있었다. 부품이 쌓여 있던 마당도 텅 비어 있었다. 이 회사는 한국GM이 2~3년 전부터 어려움을 겪자 이미 구조조정을 한 차례 했지만 적자를 기록 중이다. 회사 직원은 "이곳은 한국GM만 바라보는 곳인데, 폐쇄 소식을 듣고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한국GM 측이 오늘따라 이런저런 서류를 갑자기 많이 요구해 정신이 없다"며 "군산공장 폐쇄 관련 작업을 위한 자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 공장 부지 임대 안내 현수막도 보였다. 한국GM 군산공장 135개 협력업체 가운데 한 곳은 기업회생을 신청했으며 다른 한 곳은 직원 절반을 희망퇴직시켰다. 한국GM 공장이 멈출 경우 줄도산이 불가피하다.

    "GM 떠나면 뭘 먹고 사나" 설 앞두고 군산이 운다
    주민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한 주민은 "폐쇄설은 진작부터 지역에 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공장이 문을 닫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45)씨는 "3개월 후에 공장이 완전히 폐쇄된다고 하는데 당장 먹고살 길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라북도와 군산시는 이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군산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근로자들과 30만 군산 시민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만행"이라며 "불매운동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찾아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군산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며 "GM을 살리기 위해 힘썼는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GM 부평·창원 공장도 비상

    한국GM의 부평·창원 공장 직원과 주변 상인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가 다른 공장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평공장 관계자는 "다른 공장보다는 가동률이 높다고 하지만 다음 화살이 어디로 향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평공장은 1·2차 협력업체가 500여곳으로 군산공장보다 많다. 부평공장은 직접 고용한 인력만 1만1000여명인 데다 1차 협력업체 고용 인원만 해도 2만6000여명에 달해 군산공장보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전망이다.

    창원공장 직원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창원공장 직원들은 "예상은 했지만 공식 발표가 나오니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원공장에는 정규직·비정규직을 포함해 3200여명이 근무한다. 가동률만 놓고 보면 군산공장보다는 높다. 하지만 한국GM이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고 수출도 줄면서 지난해 창원공장 생산량은 27% 정도 줄었고, 가동률도 지난해 상반기 90%에서 70%대로 떨어졌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