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분위기 무거웠던 당정협의...금융위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안 마련하겠다"

  • 김형민 기자
  • 입력 : 2018.02.13 16:51 | 수정 : 2018.02.13 18:02

    금융당국은 13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과 차등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후속 방안을 설 이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또 법제처의 금융실명제 법 유권해석으로 동호회 등 선의의 차명계좌 소유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모여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및 차등소득세 부과 논란에 대해 협의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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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박용진 의원, 김종민 의원, 최운열 의원, 금융위원회의 최종구 위원장, 김용범 부위원장, 손병두 사무처장을 비롯해 최흥식 금감원장 등이 참여했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의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다. 금융위는 그동안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지난 12일 법제처는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금융당국이 그동안 직무유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관계자는 “금융위나 금감원에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만약 후속조치가 미진할 경우 국민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도 법제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27개 차명계좌에 과징금과 차등과세를 쉽게 부과하기 힘든 현실적인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의 계좌 잔액을 확인해야 하는데, 당시의 금융거래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융실명제법 부칙 제6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기존금융자산의 거래자가 이 법 시행 이후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종전의 긴급명령 시행일 현재의 금융자산 가액의 100분의 50을 적용해 계산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원천징수하여…’라고 명시돼 있다.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의 차명계좌 잔액을 알 수 없으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여당 의원들은 금융당국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는 "금융감독 인력만 2000여명이 넘는 상황에서 자료가 없어 과징금을 물리기 힘들다는 설명은 핑계로 보여진다"며 "금융당국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금융정보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설 이후 마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25년 전 금융실명법 시행 당시의 계좌 잔액을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금융회사는 전산시스템을 마련하기 전이라 통상 문서로 금융거래 확인 자료를 보관했다. 게다가 이 회장의 자료는 전부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물리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선의의 목적으로 만든 일반인의 차명계좌도 과징금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금융실명제가 시행된 1993년 이후 계좌의 자금 출연자가 다를 경우에도 통장의 명의가 실존하는 사람일 경우에는 실정법상 예외를 인정했다. 그동안 금융실명제법상 실명전환하거나 실명확인한 차명계좌는 과징금 징수 대상인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선의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차명금융거래의 관행을 인정한 것도 이런 입장에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제처의 이번 유권 해석으로 부모가 돈을 내지만 어린 자식명의로 개설한 계좌, 동호회 동창회 등의 총무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 등도 불법 차명계좌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악의적인 용도의 차명계좌와 선의의 차명계좌를 분류할 수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범죄적 의도를 가지고 만든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매기란 뜻’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입법적 미비점이 있는 부분은 향후 법개정을 통해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참석했던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이 회장 과거 금융자료 자료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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