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對美 무역흑자 17% 감소...통상 당국이 웃는 이유는

입력 2018.02.13 14:18

美 작년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폭 주요국 중 가장 많이 줄어
韓 “무역 흑자 감소했지만 한·미 FTA 개정 협상 ‘무기’ 생겼다”

지난해 미국의 대(對)한국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주요 교역국 중 가장 큰 폭(17%)으로 감소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17%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악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통상 당국은 오히려 안도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까지 시작한 터라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 감소를 지렛대로 활용해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당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를 주요 근거로 활용해 향후 개정 협상을 한국 측에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다는 전략이다.

조선일보DB
12일 미국 상무부의 ‘2017년 국가별 상품 교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한국에 482억7660만 달러 규모의 상품을 수출했다. 수입은 711억6410만 달러로 미국의 대한 상품 무역수지는 228억874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275억8170만 달러 적자보다 17%(46억844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2013년(207억달러)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지난해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감소한 것은 미국의 제품 수출액이 반도체 장비와 액화천연가스(LNG), 육류 등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14.1% 증가한 반면 한국산 제품 수입은 1.8% 늘어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간의 싱크탱크인 한미경제연구소는 “작년 미국의 전세계 상품 무역 적자는 2016년 대비 7.6% 늘어난 반면 한국과의 교역 추세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중국 등 10개국과의 교역에서는 미국의 적자 규모가 커졌지만, 대한국 적자는 둔화된 것이다.

상품 무역수지에 서비스 무역수지까지 합산하면 미국의 전체 대한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달 7일 미국은 지난해 4분기 통계를 집계해 발표할 예정이다. 무역수지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로,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수입으로 다른 나라에 낸 돈보다 많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한 무역적자(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한·미 FTA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산업에서 한국이 너무 많은 흑자를 보고 있어 미국의 산업 피해가 크다는 게 트럼프의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같은 무역수지 불균형을 이유로 한·미 FTA 개정 협상까지 추진했고, 양국은 현재 2차 개정 협상을 끝내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상 당국은 작년에 미국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생산하는 셰일가스를 연간 25억 달러 수입하기로 하는 등 수입선을 늘렸고, 알라스카산 가스도 들여오기로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미국산 무기 수입을 통해 한국의 대미 흑자폭을 줄인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해 문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진 뒤 “군사 무기를 한국 측에서 구입하기로 한 데 감사하다”며 “주문한 장비가 꽤 많다고 들었는데 이로 인해 무역적자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정부의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이 통계 수치를 통해 증명됐기 때문에 한미 FTA 개정 협상장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주요 목표가 한국과 미국의 무역 균형 달성인데,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폭 감소는 무역 균형 상태로 가고 있다는 신호인 만큼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당국은 미국 측 통계뿐 아니라 한국 측 통계도 총동원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통계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과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통계에서도 미국의 무역적자폭은 해마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178억 달러 흑자(미국은 178억 적자)를 기록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52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부가 통관 기준으로 집계한 작년 대미 무역 흑자도 179억7000만 달러로 2016년보다 22.7% 감소했다. 산업부 집계에서도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이 200억 달러를 밑돈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제품을 미국으로 바로 수출하면 미국에 대한 수출로 집계하고, 홍콩을 경우해 수출하면 홍콩으로 수출한 것으로 집계한다. 반면 미국은 원산지를 기준으로 수입액을 산출한다. 한국산 제품이 홍콩을 경유해 미국으로 넘어가더라도 미국은 홍콩에서 수입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양국의 수출입 통계는 다소 차이가 난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계 숫자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기 보다 ‘흐름’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연구원 박사는 “대한 무역수지 적자 17% 감소,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미만 등은 국제적으로 절대적인 의미를 가진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제 박사는 “한국과 미국 통계 모두 양국의 무역수지 변화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양국 통계상으로 한·미 양국의 무역불균형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