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20% 불과한 낮은 가동률이 원인
한국GM 경영진, 노조와 협의없이 일방적 결정
한국GM은 올해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군산공장에서 근무 중인 직원 약 2000명(계약직 포함)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다.
군산공장은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자동차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철수하거나, 적어도 군산공장은 문닫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노력”이라며“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될 직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실적 악화에 따른 군산공장 폐쇄 현실로
지난해 GM은 유럽 시장에 이어 인도, 남아공, 호주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GM이 해외 사업장을 정리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GM이 다음 차례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약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가동률이 20~30%에 불과한 군산 공장의 고정비용 손실 등을 고려하면 전년과 비슷한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지난해 10월에는 그 동안 산업은행이 갖고 있었던 GM의 지분 매각 거부권 효력도 끝났다. 산은은 지난 2002년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를 매각할 당시 15년간 GM이 보유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거부권 협약을 맺은 바 있다. 산업은행도 지난해 10월 “지분 처분 제한이 풀린 후 GM이 지분 매각이나 공장 폐쇄 등으로 철수를 강행해도 저지할 수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누적된 실적악화와 산은의 거부권 효력이 끝나면서 GM은 군산공장 폐쇄라는 조치를 취했다. 군산공장의 경우 지난해 ‘올란도’와 ‘올뉴 크루즈’의 내수와 수출 판매가 줄면서 월평균 6~10일 정도만 조업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재고 물량이 쌓이자 생산공정을 중단했다. 다른 사업장인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각각 100%, 70%를 유지하고 있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GM은 글로벌 GM에서 소형차와 경차 개발, 생산에 특화된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며 “반면 군산공장은 준중형세단을 만드는 공장으로 GM본사 입장에서는 패쇄를 하더라도 부담이 없는 사업장”이라고 말했다.
◇ 군산공장 2000명 구조조정 절차 돌입
현재 한국GM은 군산공장 직원 약 2000명(계약직 포함)의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측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자금지원을 요청해 오다가 전날 구두로 군산공장 구조조정 계획을 전격 통보했으며, 노조측과는 아무런 협의 없이 이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GM본사는 이번 군산공장 폐쇄 조치로 약 4억7500만달러(4980억원)의 비현금 자산상각과 3억7500만달러(3880억원) 규모의 인건비 관련 현금 지출을 포함, 최대 8억5000만달러(8925억원)의 지출을 예상하고 있다. 한국GM은 한국에 대한 대규모의 직접적인 제품 투자도 계획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군산공장은 가동이 멈춘 날에도 근로자들에게 평균 임금의 80%를 휴업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본사가 현재의 생산설비 등을 유지한 채 회생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로는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배리 엥글(Barry Engle)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은 "GM은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며 "한국GM의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 말까지 이해 관계자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