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택배함에 두세요… 국내도 '언택트 배송' 확산

조선일보
  • 장형태 기자
    입력 2018.02.13 03:00

    혼자 사는 여성이라서… 늦게 퇴근… 범죄가 무서워…

    편의점·관공서에 설치된 로커함, 인증번호 입력하고 물건 찾아
    1인 가구·2030 여성이 주로 선호

    지난 5일 밤 서울 관악구 2호선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한 편의점 앞. 직장인 조민주(31·여)씨가 편의점 문 옆에 있는 로커함에 문자메시지로 받은 인증번호 여섯 자리를 입력하고 인터넷 쇼핑몰이 발송한 택배 상자를 꺼냈다. 이 무인택배함은 온라인쇼핑몰 11번가가 설치한 것. 조씨는 "퇴근이 늦어 무인택배함을 이용한다"며 "분실 위험도 없고 혼자 사는 집에 택배 기사가 방문하지 않아도 돼 서로 편하다"고 말했다.

    G마켓·옥션·11번가 등 대형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언택트(untact)' 배송을 확대하고 있다. 언택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contact)이 사라진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언택트 배송은 택배 기사와 고객이 서로 마주치지 않고 물건을 주고받는 방식을 말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언택트 마케팅'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1인 가구, 20~30대 여성이 주도하는 언택트 배송이 택배시장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택배기사 안 만나고 수령·반품 가능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편의점 GS25 앞에 설치한 무인택배함 서비스 '스마일박스'를 현재 700곳에서 올해 말까지 1500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16년 9월 첫선을 보인 스마일박스는 매달 이용자 숫자가 2배씩 증가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25 편의점 앞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에서 한 여성 고객이 택배 상자를 꺼내고 있다(오른쪽).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25 편의점 앞에 설치된 무인택배함에서 한 여성 고객이 택배 상자를 꺼내고 있다(오른쪽). 미국 아마존도 무인택배함‘아마존 로커’를 전 세계 2000여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영국 남부 뉴버리 마을의 기차역에 놓인 아마존 로커의 모습(왼쪽). /블룸버그·이베이코리아
    11번가도 올해 말까지 편의점 CU와 연계한 '11픽(11pick)' 무인택배함 30여 개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서울 경기지역 택배함은 총 100곳을 넘긴다. 11번가 관계자는 "작년 월평균 이용 건수가 600건이며 소비자 반응이 좋아 올해는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마일박스와 11픽 모두 상품 수령뿐 아니라 교환·반품·환불 서비스도 제공한다. 반품은 상품수령과 정반대의 순서로 진행하면 된다. 반품 물품을 인근 택배함에 넣고 인터넷 쇼핑몰에 연락하면 택배기사가 이를 가져간다. 일정을 맞춰 택배기사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주요 무인택배함 현황
    무인택배함을 자체 운영하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안심택배함을 배송지로 지정해 물건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서울 시내 190곳에 설치된 여성안심택배함의 작년 이용 건수는 49만2000건이다. 도입 첫해인 2013년보다 18배 성장한 수치다. 서울시는 올해 20개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에 앞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1년 무인택배함 '아마존 로커(locker)'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영국·독일 등 전 세계 2000여 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 2030 1인 가구 밀집지역 콕 찍어

    언택트 배송은 20~30대 젊은 층, 특히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느 지역에 사는지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연령별 인구수, 지역별 가구 조사 같은 통계를 활용해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을 고른다.

    서울시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관악구(44.9%)다. 스마일박스 이용량이 가장 많은 지역도 관악구다. 뒤를 이어 마포구·강남구·성북구 순으로 많이 이용한다. 예상대로 작년 스마일박스 이용자 69%, 11픽 이용자 76%가 2030세대였다.

    업체들이 꼽는 무인 택배함의 장점은 '편의성'과 '프라이버시'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2003명을 대상으로 무인택배함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받을 사람이 없어서'라는 답변이 1710건으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혼자 사는 여성이다" "매일 늦게 퇴근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김주성 이베이코리아 팀장은 "무인택배함은 택배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도심 다가구, 원룸 등 1인 가구가 주로 사는 주거 형태가 확대되는 한국 시장에 적합한 배송 서비스"라고 말했다. 택배 기사들도 언택트 배송을 반긴다. 금천구 일대에서 근무하는 한 택배 기사는 "편의점 앞은 차를 대기도 좋고, 고객과 일정을 맞출 필요가 없는 데다 고객 항의도 적어 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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