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호주에서처럼… GM, 지원만 받고 짐싸나

  • 김승범 기자

  • 금원섭 기자

  • 김성민 기자

  • 입력 : 2018.02.12 03:00

    [철수설 나오는 GM, 호주 공장 폐쇄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GM, 지방선거 앞둔 시점에 우리 정부 압박하는 형국"

    - 밑 빠진 독에 물 부었는데…
    호주 정부 1조7000억원 지원… 지원금 끊자 GM, 호주공장 폐쇄

    - 한국GM, 해외공장의 한계
    판매 33% 감소, 연봉 20% 올라… 한국GM 자체 생존력 찾아야
    "미래차 생산 등 적극 요구해야"

    지난해 10월 미국 GM은 호주에서 69년 동안 운영해오던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한때 호주 시장의 50% 점유율을 자랑하던 GM이 공장 철수 방침을 결정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당시 GM호주 법인은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었다. 최저임금이 미국의 2배를 웃도는 높은 인건비 탓에 원가 경쟁력이 떨어졌다. 당시 GM 본사는 호주 내 자동차 생산비가 다른 해외 GM 공장보다 1대당 평균 300만원 이상 높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호주 달러화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GM은 호주 정부가 지원금을 끊자 곧바로 철수를 결정했다. 호주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주요 자동차 제조회사에 지원금을 줬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지급을 중단했다. GM은 2001년부터 12년 동안 1조7000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최근“독자 생존 가능한 사업을 위해 (한국GM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해 한국GM 철수설에 불을 붙였다. /사진=블룸버그, 그래픽=김충민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한국GM 철수설과 관련, "상황만 놓고 보면 GM이 호주 철수를 결정했던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고비용 저효율'과 '판매량 급감'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철수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GM 본사는 호주 공장 폐쇄를 결정하기 직전까지도 "우리는 여기에 있다(We're here)"는 TV 광고를 호주에 내보냈다.

    태생적으로 '해외 공장' 한계가 드러나

    이번 GM 본사의 한국GM 철수 언급은 글로벌 업체의 해외 공장이 갖는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자체 생존 경쟁력이 없어 글로벌 본사의 전략에 따라 하루아침에 공장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GM의 글로벌 전략은 '잘되지 않는 사업은 접고, 남은 여력을 미래 차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GM은 2013년부터 호주 외에도 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 등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판매가 떨어진 곳에서 잇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한국도 GM 본사의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한국GM은 내수와 수출을 포함한 전체 판매대수가 2013년 78만518대에서 지난해 52만4547대로 33% 줄었다. 같은 기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7300만원에서 8700만원으로 20% 정도 올랐다. 군산 공장은 가동률이 20%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했고, 작년에도 6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적자가 쌓이고 있지만 GM 본사는 한국GM이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신차를 배정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GM의 입장에서 보면 해외 생산기지에 물량을 할당할 때 생산성을 최우선적으로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GM이 자체 생존력을 찾지 못한다면 자금 지원은 일시적인 생명 연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GM에 휘둘리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협상해야"

    한국GM 내수·수출 판매
    한국GM 철수가 현실화되면 한국GM 직원뿐만 아니라 1·2차 협력 업체, 다른 자동차 관련 업체까지 줄도산 위기에 처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한국GM과 함께 쌍용자동차에 동시에 납품하는 협력사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GM이 철수해 부품 업체들이 힘들어져 줄도산하면 이들에게 부품을 공급받는 쌍용차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GM 본사가 '한국GM에 증자(增資)와 세제 혜택을 준다면 공장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제안한 것에 대해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GM의 제안을 들어주려면 한국GM의 2대 주주(지분 17%)인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 산은 관계자는 "한국GM이 지금까지 경영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한국GM의 대규모 손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작년 3월 주주감사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한국GM은 산은으로부터 요청받은 116개 자료 가운데 6개만 제출하는 바람에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산은 관계자는 "(증자 여부를 포함한) 다음 단계는 한국GM이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밝힌 뒤에나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GM에 더 강한 반대급부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GM은 최소 30만대 이상을 추가로 수출할 수 있는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증자에 참여할 경우 한국GM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GM본사에 감자(減資)를 요구하거나, 한국GM의 재무 상황 개선을 위해 GM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돈을 출자 전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GM이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적극 투자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과 생산을 한국GM에 장기간 맡겨달라는 등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직 경제관료 A씨는 "GM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한국을 떠나겠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정부가 GM에 휘둘려서는 안 되고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깐깐하게 협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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