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시아

美와 무역마찰 中의 2중화법, 반덤핑 직권 조사 놓고 '내로남불'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8.02.06 11:56 | 수정 : 2018.02.06 12:00

    중국 상무부, 미국산 수수 직권으로 반덤핑⋅반보조금 조사 “정상 무역구제 조치” 옹호
    작년 美의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 반덤핑⋅반보조금 조사 때는 “국제무역 사상 드문 경우”

    중국이 미국산 수수에 대해 직권으로 반덤핑 조사를 한 것을 두고 ‘내로남불’식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중국이 미국산 수수에 대해 직권으로 반덤핑 조사를 한 것을 두고 ‘내로남불’식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수수 산업의 집중도가 낮고 재배 농가가 많아 반덤핑과 반보조금 조사를 신청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 준비가 어렵다. 당국은 자체적으로 파악한 기초 증거에 근거해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과 상계관세 조사를 개시한다.”

    왕허쥔(王賀軍)중국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 국장이 언론 인터뷰 형식을 빌려 4일 상무부 웹사이트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날 미국산 수수 조사에 대해 직권으로 조사한다고 발표한 직후 올렸다.

    ◆중국 상무부,美의 직권조사 문제지만 자국이 하는 건 정당권리 행사

    왕 국장의 설명은 1년여전인 작년 1월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워싱턴에서 가진 장관 청문회에서 “상무부 직권조사는 지금까지 (미국이) 충분히 사용하지 않은 강력한 수단”이라며 “피해를 증빙하는 자료 수입 등이 어려워 수입제품 제소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중소기업들을 위해 행정부가 직권조사를 하겠다고 ”고 한 언급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로스 장관은 자신의 공약대로 작년 11월 중국산 알루미늄 합판을 상대로 반덤핑 반보조금 조사를 직권으로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 상무부의 직권 조사는 1991년 미국이 캐나다산 연목재 제품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 직권조사에 나선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반보조금 조사를 뺀 ‘반덤핑 직권조사’의 경우 미국은 1985년 일본산 반도체에 대해 반덤핑 직권조사에 나선 이후 처음 발동했다.

    하지만 당시 왕 국장은 미국 정부의 직권조사 발표 이후 상무부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국 상무부가 직권으로 무역구제조사를 하는 것은 25년만에 처음이다”며 “미국의 이런 조치는 국제무역 사상 보기 드물다”고 비판했다.

    이는 왕 국장이 3개월 뒤 미국산 수수에 대해 직권으로 반덤핑 반보조금 조사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과 상반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규칙에 따르면 반덤핑과 반보조금 조사는 두가지 유형이 잇다. 하나는 관련 산업이 조사를 신청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조사기관이 직권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다. 중국 관련 법률에도 이런 규정이 있고, WTO 회원국들도 이같은 방법을 쓰고 있다. 중국의 이번조사는 중국 관련 법률과 WTO 규칙이 보장하는 이해관계 당사자의 정당한 권리에 따른 것이다. ”

    왕 국장의 화법 변경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식 접근으로 비쳐진다.

    중국의 미국산 수수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지 한달도 안돼 내놓은 조치다. 중국이 미국에 경고를 날린 보복성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미국산 대두 수입 제한 여부가 도화선 될 듯

    美와 무역마찰 中의 2중화법, 반덤핑 직권 조사 놓고 '내로남불'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보인 중국과의 화합모드에서 벗어나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불사하는 자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막대한 지적재산권 침해벌금을 물릴 계획을 갖고 있다"며 "무역전쟁을 희망하지 않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통계 기준으로도 중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규모는 트럼프 집권 첫해인 지난해 2758억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무역불균형이 확대된 것이다.

    미국은 올들어 중국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를 짝둥시장 블랙리스트에 또 올리고, 알리바바 계열 금융사인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송금 업체 머니그램 인수를 무산시키고, 중국 화웨이의 AT&T를 통한 스마트폰 유통 계획도 저지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산 수수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무역 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 관계자와 통상 전문가들을 인용,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에 나설 경우 미국 내 농업주(州)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이루는 만큼 미국산 농산물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 농산물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미국 대두 수출의 62%와 면화 수출의 14%가 중국으로 간다.

    중국의 이번 조사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수입한 미국산 수수가 대상이다. 내년 2월4일까지 진행되고, 6개월 더 연장될 수도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수수 수출국이다. 중국은 최대 수수 수입국으로 지난해 500만t을 수입했다.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물량은 476만t, 10억달러 규모로 전체 수입 물량의 95%가량을 차지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미국산 수수의 중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지만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중국 수수 산업에 피해를 끼쳤다. 미국에서 수출되는 수수의 75% 이상이 중국으로 향한다. 미국산 수수는 중국에서 주로 동물사료로 쓰인다. 중국 언론들은 자국의 옥수수 재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바운은 중국이 미국산 수수에 한에서만 반격에 나설 경우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칠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미국산 대두로까지 무역보복 조치가 확대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대두 농가가 몰려있는 주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요한 선거구의 일부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2016년 미국산 대두 140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중국은 앞서 2009년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승인한 지 이틀 만에 미국산 가금류에 대한 조사를 개시해 2010년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