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격판독 시장 60% 거머쥔 '헬스허브', 해외 본격 진출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8.02.06 10:58 | 수정 2018.02.06 13:35

    5일 오후에 찾아간 서울 서초구 휴먼영상의학센터. 검사실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엑스레이(X-ray), 유방촬영장치, 디지털 혈관촬영장치 등 각종 의료영상 기기가 배치돼있다. 겉보기에는 여느 병원과 다름없지만 이곳에서는 영상의학과 전문의 무려 98명이 판독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규모 면에서 국내 대학병원보다도 훨씬 많은 인력이다.

    이곳에서 98명의 전문의들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영상 촬영·검진뿐 아니라 전국 병·의원에서 보내오는 CT, MRI 등 의료영상을 원격으로 판독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휴먼영상의학센터에서 유방·뇌신경계 영상의학과 전문의인 이재희 원장이 한 환자의 유방 MRI 촬영 영상을 판독하고 있다. / 허지윤 기자
    헬스허브는 휴먼영상의학센터의 병원경영지원회사(MSO)다. 2012년 3월 설립된 헬스허브는 국내 원격 판독 서비스 대표 주자로 최근 호주,일본, 베트남, 몽골,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 판독 서비스와 의료정보 교류 플랫폼 사업을 빠르게 전개하고 있다.

    MSO는 병·의원들의 지분투자로 설립되는 주식회사로, 의료행위와 관계없는 병원경영 전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일컫는다. 쉽게 말해 전국 의료기관이 헬스허브의 플랫폼을 통해 원격 판독을 의뢰하면, 휴먼영상의학센터에서 원격 판독을 하는 구조다.

    이병일 헬스허브 대표는 “작년부터 의료 선진국인 호주의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원격 판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호주에서 ‘개인의료영상 플랫폼’을 먼저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미 일본, 중국, 몽골 등에도 원격 판독을 제공하고 있다”며 “글로벌 의료정보 교류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헬스허브의 목표”라고 말했다.

    ◇ 국내 원격판독 시장 60% 차지

    헬스허브는 국내 원격판독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원격판독 시장은 작년 기준 300억~400억원 대 규모로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편이다. 헬스허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MRI, CT 등 원격판독 수가·수수료가 다른 나라보다 전반적으로 저렴하다”며 “원격 판독 수수료만 따져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헬스허브는 국내 620개 의료기관과 계약을 맞고 있으며 2017년 한 해에만 195만건의 의료영상을 판독했다. 2012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누적 건수는 4억장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의료인과 비의료인 간의 원격진료는 허용하고 있지 않으나 의료인 간의 원격진료는 허용하고 있다. 원격 판독 역시 합법 행위에 해당한다.

    이 회사는 국내 의료기관의 니즈(needs)를 일찍이 간파했다. 국내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는 약 3700명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판독해야 할 의료영상이 쏟아진다. 이 때문에 환자가 판독 결과가 나오기를 1~2주 가량 기다려야한다. 심야 시간 응급 환자가 왔을 때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영상 판독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방 중소 병·의원의 경우 평균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영상의학과 안에서도 뇌신경·뇌혈관, 얼굴·목, 흉부·심장, 척추·근골격, 유방, 복부·비뇨기 등 10개로 세부 분야로 나눠져 있을 정도로 판독 업무는 까다롭다. 환자의 질환 여부를 밝히는 주요 임무인 만큼 정확도와 신속성이 생명이지만, 의료영상 하나를 판독하는데 1시간 가량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헬스허브의 CMO(Cheif Medical Officer·최고의료경영자)를 맡고 있는 김성현 휴먼영상의학센터 대표 원장(사진)은 “20년전만해도 한 사람이 전 분야를 다 보는 시스템이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생산성뿐 아니라 판독의 정확도와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라며 “원격 판독은 의료현장에서의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단일 플랫폼 안에서 의료영상을 판독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원격 판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병일 대표는 “‘웹팩스(Web PACS)’라는 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각종 의료영상을 특별한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열람하고, 판독·분석해 저장하고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팩스(PACS)는 의료용 소프트웨어 중 유일하게 수출되는 품목으로 이는 전세계 영상의학과의 업무체계가 99% 동일하고 국제의료영상표준규약(DICOM)을 기반으로 제품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어떤 의료장비와도 연결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양질의 판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판독 질이 떨어질 경우 의뢰 판독 수를 줄이거나 아예 퇴출시키는 내부 장치도 있다”면서 “원격판독 서비스는 판독 시간과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 “내 의료영상 기록을 스스로 관리”

    헬스허브는 원격판독뿐 아니라 개인 의료영상 플랫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연내 호주에서 개인의료영상플랫폼 ‘씨디온라인미(cdonline.me)’을 출시할 계획이다. 환자가 자신의 의료영상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의료영상을 확인,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이는 기존의 병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병원에서의 중복 검사를 줄일 수 있어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을 줄일 수 있고, 중복검사로 인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헬스허브는 이미 개인의료영상플랫폼 시장이 열린 호주를 국내 보다 먼저 타깃으로 삼았다. 제도·시장 환경이 국내에 비해 좀 더 자유로운 해외 무대로 눈을 돌린 셈이다.

    이병일 대표(사진)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사진과 영상을 보관하듯, 의료 영상을 씨디온라인미에 보관하고 원하는 의사에게 보낼 수 있다”며 “이 사업은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호주에서는 이미 현지 업체가 먼저 시장에 나온 상황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며 “호주에 법인을 설립하고 경쟁업체보다 의료영상 보관 기간은 더 길게, 요금은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 현지 시장을 장악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AI 접목해 아프리카 결핵 검진 플랫폼으로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 기반 결핵 검진 사업도 추진 중이다. 작년 코이카(KOICA)가 주관하는 CTS (Creative Technology Solution) 3기 사업으로 선정돼 헬스허브의 플랫폼으로 결핵 검진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이다. 특히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아프리카 아이들의 결핵 여부를 검진, 판독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아프리카 케냐 메루부속병원과 메루 카운티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기풍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의료소외지역 검진사업으로 플랫폼 확장하려는 미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결핵은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0억명이 감염돼있고, 평균 1초당 1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질병으로, 아프리카는 인구 대비 영상의학과 의사 수가 매우 적고 결핵 검진 시스템이 열악해 결핵 확산 위험에 노출돼있고 환자 수도 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플랫폼에서 결핵 여부를 판독하고 세계 보건의료 문제 해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헬스허브의 서비스 사업. / 헬스허브 제공
    헬스허브는 전세계 의료정보 교류 시장에서의 ‘구글’을 꾀하고 있다. 이병일 대표는 “의료 영역에서 시작한 원격판독 사업은 현재 치과(dental), 동물 의료영상 판독까지 확장했다”며 “의료정보 교류에 관한 데이터의 폭이 넓어지면서 기업으로서의 가치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AI(인공지능),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의료영상 교류 플랫폼을 계속 개발하고 있으며 한국, 호주, 일본, 베트남, 미국, 독일로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의료정보 교류를 통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고 말했다.

    이병일 헬스허브 대표, 김기풍 헬스허브 부사장(CFO), 김성현 원장은 일찍이 의료정보 교류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고 그 예상은 사실상 적중했다. 국내 영상의학 판독시장은 2006년 336억원에서 2014년 2153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23%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전 세계 원격판독서비스 시장은 연평균 11.3%씩 성장세다. 트랜스퍼런시 마켓 리서치(Transparency Market Research)는 보고서를 통해 2016년 16억8000만달러 규모에서 2023년에는 36억3000만달러 규모로 원격판독 서비스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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