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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처럼, 입체 영상 가지고 논다

  •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 입력 : 2018.02.06 03:00

    [허공에 3D 영상 띄우는 기술 개발… 사방 어디에서나 입체감 느껴]

    레이저로 빛을 내는 입자를 공중에 점처럼 찍어 영상 구현
    "영상을 만드는 3D 프린터인 셈"

    입체 영상 손으로도 느낄 수 있어
    수술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 가능

    "도와주세요, 오비완 케노비. 당신이 제 유일한 희망이에요." 1977년 개봉한 SF(공상과학)영화 '스타워즈 4'에서 로봇 R2D2가 허공에 빛을 쏘자 제다이 기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레아 공주의 입체 영상이 만들어졌다. 마치 진짜 사람이 공중에 뜬 것처럼 사방 어디에서나 레아 공주의 입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0년 만에 스타워즈의 상상력이 현실로 구현됐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의 대니얼 스몰리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레이저로 공중에 컬러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3D(입체)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화 속 레아 공주를 본떠 등을 구부린 자세의 연구원 영상을 허공에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입체 영상을 만드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됐지만 대부분 2차원 평면 디스플레이에 구현돼 한 방향에서만 입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술은 공중에 입체 영상을 만들어 어느 방향에서도 입체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도 달라졌다. 과학계에서는 새로운 3D 디스플레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3D 게임이나 영화는 물론 실감 나는 원격화상회의나 수술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곳에 이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입체 디스플레이에 3D 프린터 원리 도입

    스몰리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디스플레이는 영상을 만드는 3D 프린터와 같다"고 말했다. 3D 프린터는 잉크 대신 플라스틱 등의 소재를 층층이 뿌려 입체를 만드는 장치다. 이번 디스플레이도 빛을 내는 입자를 공중에 점처럼 찍어 영상을 만든다. 먼저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대의 레이저로 지름이 0.005~0.1㎜인 셀룰로오스(식물 섬유소) 입자에 열을 전달한다. 이러면 입자가 공중에 뜬다. 레이저는 빛을 비추는 방향에 따라 입자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레이저를 이용한 3D 디스플레이 원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다음에는 또 다른 레이저로 적색·청색·녹색의 빛의 삼원색(三原色)을 입자에 쏜다. 어두운 밤에 손에 폭죽을 들고 돌리면 곡선이 잔상으로 남듯, 셀룰로오스 입자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허공에 선(線) 모양으로 보인다. 사람의 눈은 1초에 10장면 이상 속도로 움직이면 개별 장면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나비와 지구, 입체 도형 등을 허공에 그렸다. 레이저로 비춘 가시광선은 입자에 부딪혔다가 모든 방향으로 산란된다. 덕분에 사방 어느 곳에서든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영화 스타워즈의 레아 공주에서 영감을 얻은 데 이어 또 다른 SF영화에서 연구의 돌파구를 찾았다. 영화 '아이언맨'에는 주인공이 허공에 뜬 입체 영상을 손으로 조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눈뿐 아니라 손으로도 입체감을 느끼는 것이다.

    기존 입체 영상은 아이언맨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었다. 허공에 입체 영상을 만드는 가장 간단한 방식은 물체의 단면을 빠르게 수평 이동시키거나 아니면 수직축을 중심으로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단면을 이용한 입체 영상 구현 방법(volumetric display·체적 방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손을 입체 영상에 대면 단면 영상이 가려져 입체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홀로그램이나 3D TV는 평면 디스플레이에서만 구현해 입체 속으로 손을 넣는 일이 불가능하다.

    이번 디스플레이에서는 입자가 빛을 내기 때문에 바로 옆에 손을 대도 문제가 없다. 또 입자가 이미 지나간 궤적이 만든 영상에는 직접 손을 대도 문제가 없다. 손이 입체 영상에 닿을 때마다 전기자극이나 기계자극을 주는 특수 장갑을 끼면 아이언맨처럼 입체 영상을 만지면서 물체의 촉감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영국 더비 대학의 배리 블룬델 교수는 같은 날 네이처지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이번 기술로 촉감까지 주는 입체 영상이 구현되면 의사가 수술할 부위를 허공에 띄우고 어디를 절개할지, 어디에 수술 도구를 집어넣을지 사전에 점검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사무실에서는 입체 영상을 실감 나는 원격화상회의에 이용할 수 있으며, 과학관이나 박물관은 복도를 뛰어다니는 공룡의 입체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블룬델 교수는 밝혔다.

    상용화 위해 해상도·디스플레이 키워야

    이번에 만든 입체 영상은 우표만 한 크기이다. 레이저로 입자 하나만 움직여 영상을 만들기 때문이다. 해상도도 떨어진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앞으로 많은 연구자가 따라 할 것으로 생각되는 새롭고 재미있는 방법이고, 후속 연구가 뒤따르면 발전이 계속되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금 속도라면 4년 내 상용화가 가능한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입자를 100개까지 동시에 움직일 계획이다. 이러면 훨씬 자연스러운 색과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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