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JDI, 투자금 확보에 난항, 재무구조도 악화
中 메모리·파운드리에 집중투자…성과는 '글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등 전자 산업 핵심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일본, 중국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을 대표하는 디스플레이 기업 재팬디스플레이(JDI)가 모바일용 OLED 패널 생산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은 세계 모바일 OLED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타도를 외치며 2019년부터 모바일 OLED 양산을 선언한 바 있다.

일본 이시카와현에 위치한 재팬디스플레이(JDI) 패널 공장 전경.

JDI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애초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나타냈던 중국계 투자자들이 주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위험 요소를 기피하는 일본 현지 업체들의 미온적인 반응 때문에 JDI는 BOE, 텐마웨이(天馬微) 등의 투자에 기대를 걸었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디스플레이보다 반도체쪽에 정부 지원을 집중시키며 동력이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도 예전만 못하다. 실례로 정부계열 펀드인 일본 산업혁신기구(INCJ)는 그간 출자 등으로 JDI에 모두 2750억엔(약 2조7296억원)을 투입하고 작년 여름에는 협조융자 1070억엔(약 1조620억원)의 채무보증도 섰지만 추가 자금 지원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최대의 고객사인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에 OLED를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력 매출원인 JDI의 실적도 곤두박질 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680억엔의 적자를 기록한 JDI는 하반기에도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실적이 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인 SMIC 역시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14나노 핀펫(Fin-Fet) 반도체 생산공정을 확보하기 위해 수년간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좀처럼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5년 퀄컴과 체결했던 14나노 파운드리 공급 계약도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의 14나노 공정 개발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양몽송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영입해 기술력 고도화를 노렸지만 여전히 난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SMIC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14나노 공정과 관련한 생산장비와 지적재산권(IP)는 확보한 상태지만 실제 공정에 적용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상하이의 푸둥에 위치한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 본사.

최근 SMIC는 14나노 핀펫 기술을 위해 10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 펀드에는 중국 IC 펀드, 상하이 IC 펀드 등 정부 및 정부계열 펀드의 자금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금이 인적 자원을 더 확충하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도 높아 삼성, TSMC 등 경쟁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소문만 무성한 중국산 D램의 경우 이르면 올해말 28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2기가비트(Gb) 제품을 시작으로 양산이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이미 오래된 기술인 28나노 공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2Gb D램도 용량이 적어 더이상 생산하고 있지 않다. 쉽게 말해 한국 반도체 기술보다 6~7년 이상 뒤쳐진 셈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수율(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의 비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져 가격을 낮게 책정하기도 쉽지 않다. 연내 생산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성능도 낮고 가격은 비싼 메모리 반도체는 사실상 시장에서 유통이 불가능하다"며 "중국 정부 기관말고는 마땅한 수요처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