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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쇼크]⑤ ‘맥주 9천원, 소주 6천원’...술값 올리고 알바 줄이는 음식점들

  • 유윤정 기자

  • 백예리 기자

  •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8.01.29 16:57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한 일식집. 이곳은 최근 소주와 맥주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클라우드 맥주 한 병 가격은 7000원에서 9000원으로, 소주는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올렸다. 제주시 애월읍의 유명 떡볶이집은 콜라·사이다 가격을 기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상승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주류와 음료 가격을 인상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음식값 인상은 고객들의 저항이 강하고 정부 눈치도 봐야 하지만, 술과 음료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고 가격을 올려도 마실 사람은 마신다”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소주·맥주 등 주류와 빵·치킨·커피값 인상으로 이어지며 ‘풍선효과’를 낳고 있는 모습이다.

    ◆ 최저임금 한 달…출고가 그대론데 술·음료 가격 올려 ‘풍선효과’

    [최저임금쇼크]⑤ ‘맥주 9천원, 소주 6천원’...술값 올리고 알바 줄이는 음식점들
    외식업계는 먼저 술·음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제조사인 주류업체의 출고가는 변함이 없지만 가격 결정권을 가진 소매점들이 주류 등을 중심으로 인상에 나선 것이다. 고객에 제공하던 식전 빵을 중단하거나, 치킨 배달 시 공짜로 주던 무와 콜라 제공을 중단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업체들이 지금은 주류·음료 가격 인상만 고민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 메뉴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인건비 부담을 겪는 업체들이 다른 부분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지원을 통해 시장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치킨집은 주력 메뉴인 닭의 가격을 인상했다. S치킨 일부 점포는 크리스피치킨 가격을 6000원에서 6900원으로 900원 올렸다. 간장치킨도 6500원에서 7500원으로 1000원 인상했다. 무와 콜라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산지 대닭(1.6㎏ 이상)은 25일 기준 1200원에 거래됐다. 최저임금 인상 전인 지난달 23일(1400원)에 비해선 200원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으로 치킨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상승이 내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제 이를 체감하는 자영업자들은 많지 않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에서 P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월부터 빵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이곳은 주변에 경쟁점포도 없지만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제빵기사를 포함해 직원 7~8명을 쓰고 있는데, 주휴수당을 포함해 시급 9200원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는 “10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왔으나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달이 늘고 있다”며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을 운영하는데 이 중 10시간 이상 가게를 지키고 있지만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곽의 한 만두집에 ‘최저 인건비와 물가 인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선DB
    서울 외곽의 한 만두집에 ‘최저 인건비와 물가 인상으로 가격을 인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조선DB
    ◆ 최저임금 상승, 결국 소비자가 부담…“정책의지만 앞세우면 부작용 커져”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직접 알바생으로 변신하거나 다른 곳에서 알바를 하는 등 투잡에 나서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왕십리와 한양대에서 카페 2곳을 운영 중인 전종균(32)씨는 남는 시간엔 다른 카페의 알바생으로 변신한다. 총 14명의 직원을 고용 중인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 전씨는 “두 가게를 번갈아 출근하지만 남는 시간에 친구 가게에 출근해 사장에서 알바생으로 변신한다”며 “소소하게나마 보탬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보전하기 위해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촌 고깃집 ‘이층집’을 운영하는 조영우 사장은 “고깃집이라 업무량이 많아서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있었다”며 “이번에 최저임금이 올라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어려워졌고 채용이 더디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을 ‘최저임금 상승의 역설(逆說)’로 분석했다. 늘어난 비용을 경제에 관여하는 주체들이 자기가 부담하지 않기 위해 서로 토스하려는(넘기려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결국엔 최저임금 상승의 여파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현장력이 떨어지고 왜곡 현상이 심해진다면 정부는 시장의 반응을 보면서 시차를 두고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13만원)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주 뿐 아니라 근로자까지 자금 신청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 신청자격은 고용보험 가입자로 제한돼 있다. 최소한 최저임금 월 하한선인 157만원 이상은 줘야 신청 자격을 충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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