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6.4% 오른 최저임금(시급 7530원)이 영세 자영업자의 고용 축소 등 경제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이행하려면 앞으로도 2년 연속 최저임금을 15% 이상씩 올려야 한다. 올해도 충격이 큰데 비슷한 폭으로 두 해 더 올리면 임금 지불 여력이 부족한 영세업체는 버티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①인상 속도 조절해야…독일은 2년 주기로 결정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먼저 올해 대폭 오른 최저임금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고 향후 인상 폭 결정 등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6월부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 시작하고 7월쯤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제대로 나오기도 전에 내년 인상 폭을 결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상 영향을 확인하려면 6월도 너무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대책이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따지려면 더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지금 급한 것은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같은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해당 사업체들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1만원 공약이 있으니 내년에도 15.3% 올린다는 식보다는 인상 여파와 사업체 지불 능력 등을 파악하는 등 실증적인 자료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런 경제적 근거 없이 정치적인 구호로 만든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대한 전문가 검토와 사회적 공론화가 먼저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주기를 독일처럼 2년에 한 번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독일은 2015~2016년 8.5유로, 2017~2018년 8.84유로 같은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2년 동안 적용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처럼 최저임금을 매년 결정하면 인상 효과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전에 이듬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갱신 주기를 2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②최저임금 산입 범위 조정해야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줄이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최저임금의 산입 범위 조정이 꼽힌다.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월 정기·일률적인 급여만 포함되는 현행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해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도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지난해 말 최저임금위 전문가 태스크포스는 1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 범위에 넣자는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노동계 위원들이 반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지순 교수는 "영세 제조업체는 현행 산입 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숨통을 틔워줘야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사업체의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과 음식점 등 영세 사업주들은 주휴수당이라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넣어달라는 입장이다. 올 최저임금에 주휴수당(1514원)을 더하면 9044원이어서 사업주가 체감하는 최저임금은 1만원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③지역별·업종별 구분 적용도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물가와 인건비가 지역별로 다른 점을 감안해 최저임금도 지역별로 구분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역 노동시장 활성화와 산업 유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은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조례로 도입한 생활임금을 통해 이미 실험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오상봉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처럼 국토가 좁은 나라에선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면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에서 인구 유출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세 자영업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