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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까지 유전체 정보 담은 '한국인칩' 24만개 생산, 개인 맞춤치료 시대 연다

  • 강인효 기자
  • 입력 : 2018.01.25 13:47 | 수정 : 2018.01.25 17:37

    사람은 서로 간에 99% 이상 동일한 유전체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약 1%는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유전체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을 ‘유전변이’라고 하는데, 머리카락, 눈동자 색깔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국가 주도로 2021년까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이 잘 반영된 ‘한국인칩’ 24만개를 생산해 개인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정밀의료’를 구현하기로 했다. 24만명분에 해당하는 유전체 연구는 영국(50만명)과 미국(45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규모다.

    25일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이하 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인칩사업백서’를 보면, 연구원은 2007년부터 이미 상용화된 유전체칩으로 한국인 약 6만명의 유전체 정보를 생산했다. 2013년부터는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을 통해 국내 연구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유전체칩은 동전 크기보다 약 10배 정도 작은 크기로 제작된 반도체칩을 말한다.

     한국인칩 개발과정. 한국인 유전체에 대한 유전체 대표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시범칩 제작 단계를 거쳐 한국인 384명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최종 콘텐츠를 선정해 최적화된 한국인칩을 개발했다. 한국인칩 분석기법에는 미국 아피메트릭스(Affymetrix)의 ‘액시옴 유전체 분석(Axiom Genotyping)’ 기법이 활용됐다. / 국립보건연구원 제공
    한국인칩 개발과정. 한국인 유전체에 대한 유전체 대표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시범칩 제작 단계를 거쳐 한국인 384명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최종 콘텐츠를 선정해 최적화된 한국인칩을 개발했다. 한국인칩 분석기법에는 미국 아피메트릭스(Affymetrix)의 ‘액시옴 유전체 분석(Axiom Genotyping)’ 기법이 활용됐다. / 국립보건연구원 제공
    2015년에는 한국인에게 흔히 발생하는 당뇨병,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암과 같은 만성질환의 유전적 원인 규명을 위해 한국인 맞춤형 유전체칩인 한국인칩을 개발했다. 한국인칩 하나로 한국인에서 발견되는 유전변이 중 단백질 기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변이 약 20만개와 한국인 유전체를 대표하는 유전변이 약 60만개 등 총 약 83만개의 유전변이를 분석할 수 있다.

    연구원은 한국인칩을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을 통해 확보한 시료를 활용해 약 13만명(2017년 기준)의 유전체 정보를 생산했고, 2021년까지 총 24만명분의 유전체 정보를 생산해 민간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계획이다.

    연구원 측은 한국인 유전체 정보를 반영해 제작된 한국인칩은 서양인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상용칩보다는 한국인 질병 유전체 연구에 최적화된 연구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인칩이 계획대로 모두 생산될 경우 기존 상용칩과 비교할 때 약 270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주로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GWAS)’ 기법을 통해 유전체칩에 담긴 대용량 유전체 정보에서 질환이나 질환 연관 유전변이를 발굴한다. 즉 한국인칩을 분석해 특정 유전변이가 많이 나타날 경우 GWAS와 비교해 특정 질환과의 유의성이 있는지 통계적으로 살펴보고, 이 유전변이가 한국인에게만 많이 나타나는 것이라면 한국인 유전체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년간 GWAS 기법으로 세계에서 3221개의 연구 결과를 통해 질병에 연관된 5만5271개(2017년 12월 기준)의 유전변이들이 발굴됐다. 이 정보들은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GWAS 카탈로그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돼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존 사용칩은 다인종 유전체 연구를 위해 제작됐기 때문에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 연구를 위해서는 한국인칩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유전체 대표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인칩으로 다인종 기반의 유전변이 정보와 차별된 한국인 특이 유전변이 정보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인칩 컨소시엄 연구 대상 주요 질환 / 국립보건연구원 제공
    한국인칩 컨소시엄 연구 대상 주요 질환 / 국립보건연구원 제공
    ‘한국인칩 컨소시엄’ 참여 연구자들은 한국인칩을 이용해 다양한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승인 받은 샘플수를 기준으로 건강지표, 대사질환, 치매, 면역질환에 관한 연구가 91%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원은 한국인칩을 활용한 만성질환 원인 규명을 위해 2016년 5월 ‘한국인칩 컨소시엄’을 발족했고, 이 컨소시엄에는 산업체·대학교·연구소·병원에 종사하는 유전체·임상·역학 분야 45개 기관 131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다.

    연구원 측은 “현재 3만5000명분의 유전체 정보를 한국인칩을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까지 7만4000명(누적 기준)의 유전체 정보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라며 “공개된 한국인칩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 한국인의 생활 습관, 식품 섭취 등을 고려한 다양한 건강지표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공개된 유전체 정보를 질환군의 연령, 성별, 질환 여부 등을 고려해 연구에 적합한 대조군으로 효율적으로 선정할 수 있다”며 “대조군 유전체 정보 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실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중복 투자를 줄이고 연구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홍희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는 “질병 예측을 위한 다양한 요인 중에서도 개인의 유전체 정보는 일생동안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활 습관이나 환경과 같은 기타 요인과 비교해 조기에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데 있어 매우 적합한 정보를 제공한다”며 “발병 이전에 질병의 발생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해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복지의 질 향상과 의료 비용 절감에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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