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혼자 사세요?… 저희만 믿으세요

  • 김충령 기자

  • 곽은산 인턴기자(성균관대 신문방송학3년)

  • 입력 : 2018.01.24 03:00

    [1인 가구 겨냥한 스타트업 봇물]

    공간 부족한 원룸 생활자 위해 안쓰는 짐 창고에 저렴하게 보관
    침입자 나타나면 스마트폰 알림… 月사용료 없는 보안서비스 인기
    혼밥족에 편의점 음식 배달하고 세탁물 방문 수거·배송해주기도

    지난 22일 경기도 구리시의 한 물류창고에 이삿짐을 실은 차량이 들어왔다. 그러나 이 차에서 내린 짐은 대형 박스 2개와 선풍기가 전부. 직원들은 이 짐을 2㎡ 작은 방 형태의 보관 공간에 넣었다. 마치 작은 고시원 방 같은 보관 공간 100여 개가 꽉 차 있는 이 창고는 '1인 가구 짐 보관' 업체 아이엠박스의 물류센터다. 2015년 문을 연 이 업체는 1인 가구 대부분이 원룸에서 생활하다 보니 개인 물품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자전거·여행용품·전공 서적 등 부피는 많이 차지하지만 당장 사용하지 않는 짐들을 보관했다가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찾아갈 수 있도록 한다. 비용은 박스 1개(가로·세로·높이의 합이 140㎝ 이하)에 월 1만원, 2㎡ 보관 공간을 통째로 빌리려면 월 16만원 정도다. 남성훈 대표는 "기존 이사업체는 컨테이너 단위로 이삿짐을 맡아주다 보니 소규모 짐을 보관하기는 어렵다"며 "우리 고객의 80%는 20~30대 1인 가구"라고 했다.

    지난 22일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1인 가구 짐 보관 업체 아이엠박스의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고객이 맡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1인 가구 짐 보관 업체 아이엠박스의 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고객이 맡긴 짐을 정리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1인 가구를 겨냥한 각종 스타트업이 봇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대비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에서 2010년 23.9%, 2016년 27.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는 2035년에는 전체 가구의 34.3%가 1인 가구일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 수는 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한 서비스 산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스타트업들이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좁은 방' 효율성 높이는 서비스 인기

    1인 가구가 일반 가정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주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원룸 등 1인 가구가 주로 생활하는 주거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서비스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좁은 주거 공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업체도 생겼다. 지난 2016년 서비스를 개시한 오늘의 집은 1인 가구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소개하고 구매를 대행해준다. 류승완 본부장은 "많은 1인 가구가 좁은 공간에 수납할 짐이 많다 보니 방이 어수선해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1인 가구 고객이 요청하면 전문가가 인테리어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늘어나는 1인 가구 비율
    혼자 사는 여성의 불안함을 덜어주기 위한 보안 서비스도 출시됐다. 보안업체 에스원이 지난해 내놓은 '세콤 이지(IZI)'는 CCTV에 초광대역(UWB) 레이더를 탑재한 상품이다. 침입자가 나타나면 카메라와 레이더가 이를 감지하고 집주인의 스마트폰 앱으로 즉시 알림을 보낸다. 에스원 측은 "일반 가정집에서 주로 쓰는 방범 시스템은 월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이 제품은 구매 후 별도의 사용료가 없어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고 했다.

    가사 돕는 서비스도 많아

    좁은 주거뿐 아니라 1인 가구의 생활 편의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북대가 설립한 스타트업이 내놓은 로켓 편의점은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을 겨냥한 배달 서비스다. 대학가 혼밥족들이 앱을 통해 편의점에서 사고자 하는 물건을 주문하면 30분 안에 배송해주는 식이다. 지난해 1월 대구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오는 3월부터 서비스 지역 확대를 검토 중이다. 세탁물을 수거해서 세탁 후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크린바스켓은 고객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거 요청을 하면 담당 직원이 집에 방문해 세탁물을 가져가 세탁을 한 뒤 48시간 이내에 배송해주고 있다. 와홈·대리주부 등 '방문 청소' 서비스도 1인 가구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학교나 회사를 다니면서 귀가해선 모든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1인 가구 입장에선 늘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1인 가구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서비스 산업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