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미국서 페이스북과 망 사용료 협상에 돌입한다. 통신업계는 네이버가 통신 3사에 부담하는 망 사용료를 기준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연간 통신 3사에 내는 망 사용료는 약 700억원이다. 통신 3사는 페이스북의 국내 트래픽이 네이버의 5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3500억원의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030200)LG유플러스(032640)가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태평양전기통신협의회(PTC)에서 페이스북과 직접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한다. SK브로드밴드는 이보다 하루 앞선 20일 먼저 만나기로 했다.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 3사를 한꺼번에 만나 망 사용료를 협상하는 건 10일 케빈 마틴 페이스북 부사장이 방한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면담한 뒤 처음이다.

조선일보 DB

페이스북 관계자는 “망 사용료 협상을 위해 통신 3사 실무진들과 미국서 별도의 미팅이 예정된 것은 맞다”며 “참석자와 협상 내용에 대해선 대외 비밀이라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통신 3사 관계자들도 “페이스북과 망 사용료 협상을 위해 미국 출장단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이 책정한 페이스북 망 사용료 기준은 현재 네이버에게 받는 망 사용료다. 네이버보다 적게 받을 경우 국내 사업자들로부터 역차별이라며 망 사용료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업비밀상 네이버에게 트래픽당 얼마의 망 사용료를 받는지는 비공개 사항이라 알려줄 순 없지만 통신 3사가 연간 네이버로부터 받는 망 사용료가 700억원 정도는 된다”며 “페이스북 트래픽이 네이버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연간 35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고 내년에 5세대(G) 통신이 조기상용화되면 트래픽 발생량은 지금보다 급증할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고민할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 3사 중 KT에만 전용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연간 100억~200억원 정도의 사용료를 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의 캐시서버에 접속해 상호 간에 망 사용료를 정산해왔다. 캐시서버란 데이터 전송을 원활히 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서 자주 찾는 콘텐츠만 따로 보관하는 곳이다.

페이스북과 국내 통신사 간 갈등은 2016년 1월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한 쪽에서 요금을 내도록 상호접속 고시가 바뀌면서 시작됐다. KT에 페이스북의 캐시서버가 있어서 트래픽을 유발하니 KT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래 페이스북은 KT를 제외한 국내 통신사에 별도의 캐시서버 설치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KT의 요청을 받아들여 작년부터 국내 통신사들과 망 사용료 협상에 들어갔다.

페이스북은 작년 5월 SK브로드밴드와 통신망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입자의 ‘페이스북’ 접속경로를 변경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논란이 불거졌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 올해 초 VR 기기 '오큘러스고' 출시를 앞두고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태도를 바꿨다는 이야기도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선 페이스북의 모습이 확실히 기존과는 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