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국제대교 붕괴, 설계·시공·감리 총체적 부실…”완전히 새로 지어야”

조선비즈
  • 조귀동 기자
    입력 2018.01.17 10:00

    설계부터 결함 존재…공법 바꿔 다시 짓는다
    품질관리 비정규직이 맡아…하도급률 80% 이하 헐값 시공

    2017년 8월 26일 공사 도중 상판이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린 평택국제대교 공사 현장. /조선일보DB
    지난해 8월 공사 도중 상판이 무너져 내린 평택 국제대교 사고 조사 결과 설계, 시공, 감리 등 각 단계 별로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애초에 설계 결함이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이전과 다른 공법을 써서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평택 국제대교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위원장: 연세대 김상효 교수)는 지난해 8월 26일 발생한 평택 국제대교 교량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 사고는 평택 국제대교 15~19번 교각에 설치된 상판 4개(길이 240m)가 붕괴해 20여m 아래 바닥으로 내려앉으면서 일어났다. 평택 국제대교는 길이 1.3㎞, 왕복 4차로로 평택호 횡단도로(평택읍 본정리~포승읍 신영리)의 일부다. 교각이 모두 설치된 상태에서 상판을 얹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리 붕괴 이외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다리는 육상에서 미리 상판을 제작한 다음, 유압잭을 이용해 상판을 교각 위로 조금씩 밀어넣어 고정하는 '압출 공법(ILM 공법·Incremental Launching Method)'이 적용됐다. 시공사들이 국내 교량 공사를 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공법이다. ILM 공법이 적용된 교량 건설 공사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조사위는 먼저 설계 결함부터 지적했다. “상부 거더(상판)가 상판을 자르려는 형태의 힘에 버티는 강도를 검토할 때 문제가 있었다”며 “구조 상 상관이 없는 중앙부 벽체가 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처럼 계산했고 외측 벽 부분에 배치된 추가 강선 설치용 파이프 공간 단면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강선이 배치되는 부분의 벽체 두께가 얇아 보강용 철근을 시공하기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상부 공사의 핵심 공정인 압출 공정 관련 내용이 공사 시방서에 누락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설계 결함이 시공에 들어가기 앞서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채 공사가 진행됐다.

    시공도 문제 투성이였다. “상판 벽체 이음부 및 접합면 처리가 미흡했고 정착구를 만들어 납품한 회사가 제시한 제원을 만족시키지 않는 보강철근이 쓰였다”고 사고조사위는 설명했다. 시공 상세도와 다른 형태의 벽체 철근이 시공되기도 했다. 또 “시공 과정에서 정착구 주변이 부서지고, 강선이 뽑혀 나가는 등의 현상이 있어 많은 보수 작업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부분적인 손상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사고조사위원회는 서술했다. 설계 결함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보수 공사를 통해 땜질하는 식으로 공사가 진행됐단 의미다.

    감리 과정까지 문제였다고 사고조사위는 지적했다. “현장을 책임져야 하는 현장대리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사 및 품질 담당 직원이 정규직이 아니라 현장 채용직이었다”며 “현장관리가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책임구조였다”는 게 사고조사위원회는 설명했다. 낙찰 금액 대비 하도급 업체 지급액 비율을 의미하는 하도급률도 76%에 불과했지만, 간접비를 계산 과정에서 빼 84%인 것처럼 꾸민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조사위는 P16 지점의 상판이 끊어진 뒤, 인접한 상판들이 휘거나 아예 무너져 내리는 식으로 연쇄 반응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계 자쳬 결함이 있기 때문에 다른 공법으로 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부터 다시 해서 완전히 새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평택호 횡단도로 2공구 공정률은 58.7%였으며, 2018년 말 완공 목표였었다. 제로 베이스에서 평택 국제대교를 짓게 되면 완공 시기도 대폭 늦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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