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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생사기로]① 텅빈 성동조선·STX조선 "정부 결정 늦어지면 중국만 이득"

  • 통영·진해=안상희 기자

  • 입력 : 2018.01.14 12:03 | 수정 : 2018.01.15 07:34

    지난 12일 경상남도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총 56만평(약 185만㎡) 규모인 이 곳은 한때 세계 8위 조선소로 늘 10척 정도의 건조중인 배 가 있었지만, 이날은 단 한척의 선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작년 11월 초 마지막 선박을 완공해 인도한 후 일감이 바닥난 것이다. 유일하게 가동 중인 2야드내 우람한 크기의 크레인 4대가 멈춰 서 있었고 독(dock·선박 조립 시설)도, 야드(yard·작업장)도 텅텅 비었다.

    같은 날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STX조선해양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30만평(약 100만㎡) 크기로 한때 세계 4위 조선소였던 이 곳도 썰렁했다. 작업 물량이 없어 선박을 만들때 사용했던 크레인의 줄은 아예 묶어뒀다. 조선소 안벽에는 2년여 년 전 그리스 선주가 발주한 두 척의 화학운반선이 완성돼 떠 있었다. 한 척은 이날 인도되고 다른 한 척은 2월 중순 인도될 예정이다. 그 후에는 배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두 회사 관계자는 “조선소가 문을 연 후 안벽에 작업 중인 배가 없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수주절벽 위기는 대우조선해양(042660),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등 '빅3' 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형선 위주의 빅3와 함께 한국 조선 산업을 이어온 중형선 위주의 중소조선소들은 현재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전문가들은 "중견 조선소가 무너지면 이득은 결국 중국업체가 볼 것"이라며 "정부의 구조조정 관련 결정이 늦어지면 지역경제에 엄청난 고통이 될 것"이라 우려한다.

    14일 경상남도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왼쪽)와 진해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오른쪽)의 야드와 독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인적도 드물었다/안상희 기자
    14일 경상남도 통영에 위치한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왼쪽)와 진해에 위치한 STX조선해양 조선소(오른쪽)의 야드와 독은 텅텅 비어 있었다. 인적도 드물었다/안상희 기자

    ◆STX·성동조선 생사 갈림길

    두 조선사 앞에는 '살려야 합니다'는 현수막이 보였다. 주변 건물과 공장에는 임대할 사업자를 구하는 광고도 내걸어져 있었다. 2010년부터 채권단과 자율협약 중인 성동조선과 작년 7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종결한 STX조선은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은 각각 정부로부터 4조5000억원, 2조6000억원을 지원받았으며 지난해 채권단 실사 결과 회사를 존속시키는 것보다 청산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방침이 나왔다. 이들은 다음 달 6일까지 회계법인 삼정KPMG로부터 컨설팅을 받게 된다. 정부는 컨설팅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두 조선사의 청산 또는 존속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무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을 함께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2016년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금융 논리를 우선시해 한진해운이 청산되며 물류산업의 생태계가 와해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두 조선사에는 인적이 매우 드물었다. 한때 성동조선과 STX조선에는 직영만 각각 2500명, 3560여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구조조정 끝에 현재는 각각 1240명, 1336명이 남아있다. 이중 성동조선 직원 1000여명과 STX 직원 35%는 일감 부족으로 휴직 중이다. 자산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성동조선은 최근에는 자사 플로팅독(floating dock·해상 부두)을 국내 수리조선업체에 121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 "정부 발표전까지 사실상 수주 어려워"...지방선거 의식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정부가 구조조정에 시간을 끌면서 부작용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선주들 입장에서는 청산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발주하기를 꺼린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5월 그리스 선주 키클라데스로부터 중형유조선 7척(옵션 2척 포함)을 수주한 게 마지막이다. STX조선은 지난해 11월 그리스선사 오션골드와 판테온으로부터 중형 유조선 6척(옵션 2척 포함)씩을 수주했다. 이중 오션골드로부터 수주한 2척에 대해서는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을 발급받지 못해 아직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오션골드와 판테온 발주 선박의 옵션 계약 발효 기간은 각각 오는 28일, 19일인데 최악의 경우 RG발급이 무산되면 수주가 취소된다. RG 또한 정부의 결정 이후에나 발급 가능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실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실상 수주 계약을 맺기는 어렵다고 한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이 선주로부터 "좋은데 정부의 실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계약을 잠시 미루자"는 말을 들은 프로젝트도 수건이다. 일부 선사는 그러는 사이 다른 조선사로부터 견적을 받아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성동조선이 수주한 키클라데스 선박 건조 일정도 선주사 요청으로 정부 결정 이후로 미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큰 방향이 정해졌다면 하루라도 빨리 선박 수주를 통한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6월 예정된 지방선거와 같은 정치 일정 탓에 구조조정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STX조선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 실사를 받았고, 성동조선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실사를 받았다. 조선업은 수주가 막혀 생산 흐름이 끊기면 고정비 부담이 높다. 조선소는 문만 열어놔도 한 달에 100~2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 "중소조선사 무너지면 이득은 중국업체에” vs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올려야”

    이런 상황에서 업황은 2015~2016년 최악의 수주가뭄 끝에 회복의 신호를 보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조선사가 무너지면 결국 이득은 경쟁국인 중국업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 정부 주도의 '조선해양 콘트롤 타워'를 만들어 실행 가능한 로드맵이 구체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STX조선 관계자는 "한국은 중소형 조선 분야에서도 일부 벌크선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 결정이 미뤄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득은 중국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 관계자는 "중형조선소가 지닌 원천기술, 특허, 노하우 등 무형의 가치를 사장시키거나 헐값에 경쟁국에 넘기는 것은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가적으로 특정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산업생태계 유지가 중요하다"며 "이미 상당수 중소형 조선소가 도산 또는 폐업한 상황에서 산업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지속되면 우리 조선업의 산업생태계가 붕괴돼 조선기자재산업 위축, 조선업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수주가 안 되고 직원 개개인은 고통받겠지만, 구조조정을 하며 버티면 회사 자체 경쟁력은 올라갈 것"이라며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설계인력 정도를 확보한 채 직영인력을 줄이고 협력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여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선사를 삼성, 두산, 현대 방산 3사를 통합해 만든 한국항공우주(047810)(KAI)와 같이 통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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