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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기 칼 뺐는데… 교육부 강남학군 띄우고, 市는 개발호재 발표

  • 장상진 기자

  • 입력 : 2018.01.13 03:00

    [정책 엇박자에… 서울 집값 상승률, 8·2대책 이전 수준까지 치솟아]

    기재부·국토부, 집값 잡겠다며 반년새 부동산 대책 6번이나 발표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 발표해 학부모들 강남에 몰리게 만들어
    서울시는 50층 재건축 승인하고 환승센터 등 각종 개발 계획 꺼내

    문재인 정부가 작년 5월 출범 이후 6차례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낸 데 이어 '모든 과열 지역 내 거래에 대한 무기한 단속' 방침까지 밝혔지만,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8·2 부동산 대책' 이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집값을 잡겠다"며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전매 제한과 양도세 중과(重課) 등 각종 규제를 쏟아냈지만, 원인 진단과 처방에 실패하면서 도리어 '강남 집값 급등'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교육부는 '평준화' 정책을 내고 서울시는 강남권에 '50층 아파트'를 승인하는 등 부동산 관련 국정 전반이 제각각 움직인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이번 주(1월 6~12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57%로 오름폭이 지난주(0.33%)보다 더욱 커졌다고 12일 밝혔다. '주간 상승률 0.57%'는 작년 8·2 대책 발표 직전 집값 과열이 절정이던 7월 마지막 주(22~28일)와 똑같은 수치다.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송파구와 강남구는 일주일 새 1% 이상 올랐다. 상승세는 인접 신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반년 새 부동산 대책 6번 내고 또 "과열 단속"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출범한 뒤 '6·19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작년 말까지 7월을 제외하고 매월 부동산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노무현 정부의 재판(再版)이었다. '공급 확대' 대신 다(多)주택자를 집중적으로 규제하는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집값을 못 잡은 이유는 찔끔찔끔 규제를 추가해 시장 내성을 키워주었기 때문'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8·2 부동산 대책'에는 세금·대출·청약 규제를 한꺼번에 부었다는 것이다.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 밀집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한산한 모습이다. 정부는 전날 “투기 수요 가세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 강남권 고가·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 강도로 현장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 밀집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한산한 모습이다. 정부는 전날 “투기 수요 가세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 강남권 고가·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무기한 최고 강도로 현장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수시로 '현재 주택보급률 102%'를 거론하면서 공급이 충분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결국 노무현 정부 때처럼 '집은 많은데 다주택자들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고 수요를 억누르겠다는 것"이라며 "진단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국민은 그냥 집이 아니라 출퇴근이 편한 지역에 있는 새 아파트를 원하지만, 이런 집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재건축 아파트와 분양권 거래를 '투기'로 간주하고 전매를 막았다. 이는 시장에서 매매되는 아파트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강남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자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 다른 부처는 "나 몰라라" 엇박자

    심지어 교육부는 강남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런 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이 일반 고교에 가려면, 먼저 일반 고교에 지원한 다른 학생이 붙고 남은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통학 거리가 멀거나 선호도가 낮은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강남 학군'의 몸값이 올라갔다. 작년 11월 이 정책이 나온 직후 강남·송파·양천구 전세 시세가 요동쳤고, 매매가도 밀어올렸다. 마포에서 거주 중인 대기업 임원 A씨는 "그동안은 '어디에 살더라도 자녀가 공부를 잘하는 한 외고 보내면 그만'이란 생각이었는데, 교육 정책이 바뀐 뒤 강남으로 이사 가려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3구 아파트 3.3제곱미터당 평균 매매 가격 그래프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9월 잠실주공5단지에 최고 50층짜리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안을 사실상 승인했고, 이후 송파구 아파트는 급등했다.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하는지 장려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부동산 시장에 전달된 것이다. 서울시의 영동대로 지하 광역복합환승센터 추진 계획 등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 아파트 급등의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정작 필요한 지방의 도로·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줄인 것도 서울 쏠림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에 몰린 주택 수요를 경기도로 분산하려면, 적극적으로 전철과 도로를 건설해 시간적 거리를 단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SOC 예산 감축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 부동산에 악재"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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