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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의 달인' 노정석이 꽂힌 엔지니어 "디지털 휴먼의 名家될 것"

  • 김범수 기자

  • 입력 : 2018.01.14 06:00

    리얼리티리플렉션은 디지털 스캐닝 기술을 기반으로 실제 인물을 3차원(3D) 아바타(디지털 휴먼) 개발하고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다. 2014년 모바일 사용자 분석 회사 파이브락스를 탭조이에 매각했던 노정석(42) 리얼리티리플렉션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삼성전자 이미지 사업부(카메라) 엔지니어 출신 손우람(33) 최고경영자(CEO)가 스톤브릿지 캐피탈, SK텔레콤으로부터 투자받아 공동 창업한 회사다.

    노정석 CSO는 “손우람 CEO를 (내가) 길거리 스카웃 했다”며 “2015년에 디자인하우스의 디자인페어 초대를 받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중소기업청의 벤처 지원 박람회에 우연히 방문했고 당시 벤처를 설립한 손우람 CEO의 사업아이템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CSO(왼쪽)와 손우람 CEO. 두 사람 뒤로 VR 콘텐츠 관련 협업을 한 연예인의 사진이 걸려있다. /김범수 기자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CSO(왼쪽)와 손우람 CEO. 두 사람 뒤로 VR 콘텐츠 관련 협업을 한 연예인의 사진이 걸려있다. /김범수 기자
    손우람 CEO는 당시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디지털 스캐닝 기술을 활용한 성형 시술 전후 비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세밀하게 환자의 얼굴을 촬영해 3D로 구현하고 성형 후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이었다. 노 CSO는 “행사가 끝나서 정리하고 있는 부스에서 우직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서비스를 소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손우람 CEO는 “첫 만남에서는 몰랐는데 후에 검색을 통해 1996년 포항공대 전기전자공학과 전산 자료를 해킹했던 해킹동아리의 수장이란 걸 알았다”며 “엔지니어를 꿈꾸면서 영웅처럼 생각했던 인물이란 걸 알고 다시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길 나누면서 사업에 대해 이야기 했고 만난지 약 3개월만에 리얼리티리플렉션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리얼리티리플렉션에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아무 관계가 없던 사람들끼리 창업을 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그들은 사업을 소개할 때는 “다달이 포기하고 싶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노정석 CSO는 “디지털 스캔 기술을 성형외과 솔루션에만 적용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았다”며 “우리는 차세대 플랫폼이 VR이라 생각해 이 기술을 기반으로 유명 인물과 VR 세계에서 직접 만난 것처럼 느껴지도록 생생한 디지털 휴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우람 CEO와 노정석 CSO가 리얼리티리플렉션의 디지털 스캐닝 스튜디오에서 기능에 대해 설명 중이다. /김범수 기자
    손우람 CEO와 노정석 CSO가 리얼리티리플렉션의 디지털 스캐닝 스튜디오에서 기능에 대해 설명 중이다. /김범수 기자
    손우람 CEO는 “160개 카메라를 설치한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휴먼으로 재현할 인물의 표정 50가지를 스캔하고 몸동작은 15가지를 스캔한다”며 “스캔 후에 디지털 휴먼을 VR로 구현할 때는 실시간 랜더링을 해야하는데 초당 90번 캐릭터 움직임을 생성하기 위해서 연산 속도를 최대한 높여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영화나 게임에서 3D로 캐릭터를 만드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과 달라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하는 과정이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스캔 작업을 하고, 스캔 작업한 이미지를 처리하고, 처리한 이미지를 3D로 재현하고, 재현한 이미지를 정밀하게 만들고, 움직이도록 하는 모든 과정이 복잡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로 연산 속도를 높이는 등으로 조금씩 극복했지만 계속해서 장벽에 부딪힐 때마다 지치는 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약 3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스캔 기술과 VR콘텐츠 개발 기술력이 많이 쌓였다. VR콘텐츠와 게임 등 세계 콘텐츠 플랫폼인 ‘스팀’에 3개의 VR 게임을 출시했다. 장르도 스포츠, 리듬 게임, 포커 등 다양하다. 지난해 말에는 그동안 쌓은 디지털 스캔 기술을 바탕으로 ‘브이모지’라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시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브이모지’는 특별한 렌즈나 센서 없이도 고급 디지털 스캔 기술을 재현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X에서 구현한 애니모지와 비슷한 기능이다. 사용자의 표정을 카메라로 인식하면 스마트폰 속 귀여운 캐릭터가 표정과 입모양 등을 똑같이 따라한다. 아이폰X에는 별도 카메라 센서가 있어 구현된 기술이다. 시총 1000조원을 바라보는 애플이 하드웨어를 사용하여 만든 기술을 소프트웨어 기술만으로 따라잡았다.

    손우람 CEO는 “그동안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2D 카메라로도 사람 얼굴을 분석하는 기술을 만들었다”며 “아이폰X가 아닌 스마트폰이라도 브이모지를 통해 애니모지와 비슷한 기능을 최대 80%까지 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얼리티리플렉션이 제작한 디지털 휴먼. 이렇게 생성된 디지털 휴먼을 VR콘텐츠에서 만나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리얼리티리플렉션 제공
    리얼리티리플렉션이 제작한 디지털 휴먼. 이렇게 생성된 디지털 휴먼을 VR콘텐츠에서 만나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리얼리티리플렉션 제공
    리얼리티리플렉션은 기술력을 쌓아오면서 VR콘텐츠 제작기술과 디지털 스캔 기술, 진짜같은 디지털 휴먼 구현 기술을 갖추게됐다. 현재는 ‘K 팝 댄스 VR’을 만들고 있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와 같은 K팝 스타를 디지털 휴먼으로 재현해 사용자 눈 앞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느끼도록 하는 콘텐츠다.

    하지만 VR플랫폼은 최근 기기의 비싼 가격과 무거운 무게, 사용자의 어지러움을 해소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손 CEO와 노 CSO는 이런 단점은 점차 해소되고 있어 앞으로 VR이 스마트폰 다음 단계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에이서 등이 가벼워진 기기를 내놓고 있어 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다.

    노정석 CSO는 “성공한 사업과 실패한 사업을 모두 경험하며 단순히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정도로 유의미한 사업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지금까지 사업을 성공하거나 실패하면서 느낀 것은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미래의 주인이 될 정도로 준비하고 이를 위해 뚝심있게 사업을 밀고 나갈 사람이 필요하다”며 손우람 CEO와의 공동창업 이유를 설명했다.

    노정석 CSO는 블로그 티스토리의 전신인 블로그 제작도구 회사 테터앤컴퍼니를 2008년 구글에 매각했고, 2014년에는 파이브락스를 탭조이에 매각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2002년 창업한 보안 업체 젠터스는 창업 1년만에 청산하기도 했다. 이번에 창업한 리얼리티리플렉션은 VR플랫폼에 사활을 걸고 진짜 사람과 유사한 가상의 인물(디지털 휴먼)과 사용자가 진짜 교감하고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손우람 CEO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외로움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왔고 앞으로는 VR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며 “정말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 같은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고 이 분야에 있어서는 장인(匠人)이 되고 회사는 명가(名家)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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