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

30일 공운위 앞두고 기재부·금융위 '격돌'…산은·수은 공공기관 지정 유력

  • 세종=전성필 기자

  • 입력 : 2018.01.12 17:05

    기재부 “산은·수은 공기업 요건 충족”
    산은·수은 공기업 지정 시 독립성과 자율성 훼손 ‘반발’
    공운위 이달 30일 최종 결정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공기업 지정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금융권 간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기재부는 산은·수은이 공기업 지정 요건을 충족해 이달 공운위를 통해 공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은·수은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내세우며 정부의 공기업 전환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은과 수은의 운명은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결정된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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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재부 “산은·수은 공기업 요건 충족한다”…지정 ‘낙관’

    공공기관 지정과 운영에 대한 정책을 관장하는 기재부는 오는 30일 공운위를 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를 결정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공운위에서 산은과 수은을 공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은 법적으로 공기업 전환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공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으로 공운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작년 11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해 500여개 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법률 요건을 심사한 뒤 결과를 각 기관에 통보했다. 현재 공공기관은 공기업(시장형, 준시장형), 준정부기관(기금관리형, 위탁집행형), 기타공공기관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정부로부터 경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정부의 통제 수준이 강한 것이다. 경영평가 대상 기관은 평가 결과에 따라 최대 300%까지 성과급 차이가 나고, 낮은 평가 점수를 받은 기관장은 경고 조치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타공공기관은 경영평가 대신 경영공시, 혁신평가, 고객만족도 조사, 기능조정 등 네 가지 의무만 지키면 별다른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다.

    기재부 심사 결과 산은과 수은 등은 정부 통제 수준이 높은 '시장형 공기업'에 해당했다. 산은과 수은은 현재 공공기관 유형 중 정부 통제 수준이 가장 낮은 단계인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공운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중 시장성이 강하고 ▲자체 수입액이 총수입액의 85% 이상일 경우 시장형 공기업으로 분류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적 요건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수은과 한은은 곧바로 공기업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공운위에서도 공기업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는 사실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산은·수은 공기업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산은·수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기관들이 설립 목적에 맞게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방만경영이나 취업비리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해 공기업 지정을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여의도 본사 /사진 = 정해용 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여의도 본사 /사진 = 정해용 기자
    ◆ “의사 결정 어려워진다”…통상 압박 무기 활용 부작용도

    산은과 수은 등 금융권에서는 공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발생할 부작용이 많아 반대하고 나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현재 기타공공기관 지위에서는 연간 예산을 한꺼번에 승인받아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사업을 하나하나 쪼개 별도로 다 승인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지나치게 길어지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시장 상황에 맞게 의사 결정을 빠르게 해야 하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는데, 공기업이 될 경우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운법에 따르면 공기업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도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국책 은행이 공공 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외이사들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국책 은행은 중장기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사업이나, 해외 대규모 수출 지원, 개도국 경제개발 원조 사업 등도 다뤄야 하지만, 사외이사로 인해 안전 사업 위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우려다.

    통상 마찰 문제도 우려된다. 조선업 구조조정 등 국내 산업 구조조정을 산은과 수은이 주도하고 있는 터라 공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경쟁 국가에서 정부 보조금 지급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EU는 2002년 10월 한국 조선업계가 IMF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빌미로 부채탕감, 채무상환 재조정 등을 통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했었다. 정부 지원을 통해 국제 조선시장에서 덤핑 수주를 하고, 공급과잉까지 일으켰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등에서 산은이 특정 기업을 지원해 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통상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통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이 산은·수은 공기업 지정을 무역규제 근거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공운위에 맡길 것”이라며 “공운위가 열리기 전까지 금융권과의 의견 교류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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