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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장관들의 '외눈박이' 최저임금 상황 인식

  • 정원석 기자

  • 입력 : 2018.01.12 15:41

    [기자수첩] 장관들의 '외눈박이' 최저임금 상황 인식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오후 예정에 없던 보도참조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오전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최저임금 관련 토론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특정 현안에 대한 장관들의 발언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장관들의 발언을 전한 4장짜리 보도자료를 읽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 정책의 당위성만 내세웠기 때문이다. 시간당 7530원의 최저임금이 적용된 1월 1일 이후 경제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채용 축소 움직임을 외면하는 듯한 발언이 쏟아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인천 서구, 서울 수유·번동 아파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후 경비원 해고 없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급여를 인상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당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현실은 보이지 않는 것인지 궁금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격차 해소와 여성들의 재취업 유인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2월 15~29세 여성 취업자가 5만2000명 감소했다는 고용동향 통계는 정 장관의 희망에 물음표를 던진다. 전문가들은 이 통계치를 최저임금 인상을 대비하기 위한 고용조정이 나타나고 있다는 징후로 읽는다. 15~29세 여성층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아르바이트 일자리 수요가 많은 계층으로 분류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김영주 장관은 “월 157만원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살기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 역지사지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어렵게 사시는 국민들이 적정 임금을 받아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언론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을 전달하는 언론 보도 내용을 경제 현장의 목소리로 듣지 않고, 정부 정책에 대한 정치공세로 치부하는 듯한 모습이다.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은 2000년도에 16.1%, 2007년도에 12.3% 올린 적이 있다. 그 당시 통계나 현상을 분석해보면 단기적으로 고용에 일부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몇 달 내에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7~8%였던 당시와 2~3%대 저성장 국면을 지나고 있는 지금을 동일한 인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경제정책 수장답지 않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지난 2010년 2.75%에 불과했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후 매년 1~2%포인트씩 올라갔다. 박근혜 정부도 5년간 연평균 7% 이상 최저임금을 올렸다. 지나치게 낮았던 최저임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표에 경제주체 대부분이 공감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인한 충격을 감내하기 위해 점진적인 방식을 사용한 게 문재인 정부와 다른 지점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문제제기는 16.4%인 인상폭 때문이다. 전년(7.3%)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인상률은 고용주들에게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지난 12월 서비스 부문과 일용직 중심으로 취업자가 급감한 것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고용주들의 열패감(劣敗感) 때문으로 분석된다. 속도조절을 다시 고민해보자는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경제주체들을 패배자로 만드는 정책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적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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