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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문재인 '운명'을 보는 중국의 속내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8.01.12 12:51



    [특파원 칼럼] 문재인 '운명'을 보는 중국의 속내
    11일 오후 베이징에 있는 주중 한국문화원 지하 1층 공연장.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運命)' 중문판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150여명의 한⋅중 양국 관계자들은 인권변호사 시절 등 문 대통령 인생 역정을 소개하는 짧은 동영상을 지켜봤다.

    영상을 보면서 지난 달 13일 문 대통령 방중 첫날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서 이 영상 상영이 무산됐다는 뒷 얘기가 떠올랐다. 대한상의와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함께 주최한 포럼은 댜오위타이(조어대·釣魚臺) 14호각에서 열렸다. 한국 기업인 300여명외에도 바이두 BYD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의 유명 기업인과 정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시간이 잠시 비는 일정이 생기자 우리측은 문 대통령 소개 영상을 틀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중국측은 먼저 내용을 보자고 했다. 결론은 ‘상영 불가’였다. 중국측의 명쾌한 이유 설명은 없었다.

    해프닝으로 치부할수도 있는 문 대통령 영상 불가 에피소드는 문 대통령의 인생을 바라보는 중국의 복잡한 속내를 짐작케한다.

    노영민 주중한국대사(윗사진)가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중문판 출판기념회에서 한국과 중국은 같은 점과 다른점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아랫사진 가운데) 베이징대 교수는 문 대통령을 명리를 좇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노영민 주중한국대사(윗사진)가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중문판 출판기념회에서 한국과 중국은 같은 점과 다른점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아랫사진 가운데) 베이징대 교수는 문 대통령을 명리를 좇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영상 상영에 이어 열린 북콘서트에서 중국내 한반도 전문가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잘 나가던 시절에 그를 떠났다가, 탄핵 당해 힘들어지자 다시 곁으로 돌아온 것은 매우 감동적”이라며 “명예와 이익을 좇지 않는 인물”이라고 치켜 세웠다.

    이 책의 번역가 왕멍(王萌) 텐진사범대 한국어학과 강사는 “책을 읽다가 곳곳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며 “존경받을 만한 진정한 어른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문판을 펴낸 펑황롄둥(鳳凰聯動)의 위이솽(于一 爽) 총경리(사장)는 “독자들은 대통령의 인생에서 힘을 얻을 수 있고, 대통령의 인격과 일하는 방식을 보며 한국 문화까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월1일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 중문판은 중국 최대 온라인 서점인 당당왕(當當網)에서 12일 현재 자서전 신작 판매 순위(최근 1주일 기준) 6위에 올랐다. 최근 24시간 기준에선 4위를 기록했다. 같은 날 발간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자서전 ‘변혁(變革)’이 19위에 머문 것과 대조된다.

    올 1월1일 나란히 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자서전 /당당왕
    올 1월1일 나란히 출간된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자서전 /당당왕
    그런데 왜 중국 당국은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선 ‘영상 불가’ 입장을 보였을까. 시 주석은 작년 5월 11일 문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하면서 "대통령의 평범하지 않은 개인 경력과 많은 생각과 관점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었다.

    영상에서 사람을 중심으로 두는 대통령이라는 대목은 시 주석이 강조하는 ‘인민을 위해 일한다(執政爲民)’와 맥이 통한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을 하다 두 차례 감옥생활을 한 역정은 중국 당국이 억제하는 반체제 인사들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중국 당국은 작년 7월 간암으로 사망한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사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를 가택연금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달 중국 법원은 인권 변호사 셰양(謝陽)이 국가정권 전복 선동죄를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영상 상영 불가는 ‘당(黨)의 영도(領導)’를 부쩍 강조하고 인터넷 검열과 반체제 인사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는 중국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중문판을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가 우연히 참석하게 됐다는 고도원 김대중 전 대통령 연설담당 비서관은 “이 책이 여러분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수감을 불사하면서까지 인권운동을 벌이는 인사들의 힘든 운명은 쉽게 바뀌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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