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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 줄어든 제약·바이오 "배당보다 R&D 투자가 우선"

  • 강인효 기자
  • 입력 : 2018.01.12 10:02 | 수정 : 2018.01.15 17:22

    국내 상장사들이 주주이익 환원 차원에서 현금배당을 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 반면 제약이나 바이오 업종의 현금배당은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신약 연구개발(R&D) 붐이 일면서 배당보다는 미래 성장을 위한 R&D 자금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 유가증권 시장 전체 상장 기업 현금 배당은 상승…의약품업종은 하락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2016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 법인 725곳 중 522곳(72%)이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상장사들은 매년 현금배당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현금배당을 실시한 상장사 비중은 2012년 62%에서 2016년 72%로 10%포인트(P) 올랐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은 12일 2016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현금배당 성향이 22.96%로 2014년(20.64%)보다 2.32%포인트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 내 의약품업종은 현금배당 성향이 같은 기간 29.84%에서 22.84%로 7.0%포인트 줄었다.

    배당 성향은 기업의 해당 사업연도 총 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눠서 구하며, 배당 성향이 높으면 회사가 이익을 주주들에게 많이 돌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현금배당 성향은 2014년 30.56%에서 2016년 26.84%로 3.72%포인트 줄었지만 제약업종은 15.85%에서 8.06%로 7.79%포인트로 하락폭이 더 컸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중에서 제약업종이 현금 확보에 더 적극적이라는 말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증권 시장은 상장사가 현금배당을 늘리는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제약업종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더 주력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그만큼 제약사들이 R&D 자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R&D 투자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 현금배당 규모 줄이거나 안해


     셀트리온 연구원이 인천 송도 셀트리온연구소에서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 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 연구원이 인천 송도 셀트리온연구소에서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 / 셀트리온 제공
    실제로 현금배당과 R&D 투자 간의 상관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중 2016년에 R&D 투자를 많이 한 20곳을 살펴본 결과, 대체로 현금배당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많은 R&D 투자를 한 셀트리온은 매출액의 39%인 264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셀트리온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그 이후에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에 이어 R&D 투자 규모(1626억원) 2위인 한미약품은 2010년대 들어 2015년에 결산 배당으로 한 차례만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당시 한미약품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R&D 투자 규모(1170억원) 3위인 녹십자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해왔다. 100억원대를 유지해온 배당금 총액이 2015년 200억원을 넘어섰지만, 이듬해인 2016년 다시 143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례적으로 현금배당이 늘었던 2015년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해이다.

    대웅제약(4위·1165억원)도 녹십자와 마찬가지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배당 규모는 80억원대에서 6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유한양행(6위·865억원)도 2014년 배당금 규모가 180억원으로 늘었고 이듬해인 2015년에는 205억원을 기록했지만, 2016년에는 2015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며 변동이 없었다.

    동아에스티(7위·726억원)도 2013년부터 현금배당을 실시했는데, 2015년 80억원까지 늘어난 배당금 규모는 2016년에 42억원으로 줄었다. 이밖에 중소형 제약사 중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10% 이상인 부광약품(18.4%)도 최근 몇년간 배당금 규모가 감소했다.

    ◆ 전문가 “상위사, 글로벌 진출 목표 달성 위해 R&D 투자 늘려”

    전문가들은 과거 제네릭(복제약) 개발처럼 내수에만 국한됐던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R&D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쌓아둔 현금을 배당보다는 R&D 투자에 사용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R&D 비용은 2013년 1677억원에서 2016년 2640억원으로 1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녹십자도 2015년 R&D 비용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1170억원으로 늘었다. 대웅제약도 2016년에 R&D 비용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2016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2.5%포인트 올라 13.0%를 기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상장 제약기업 109곳의 매출액 대비 의약품 R&D 비중은 7.8%였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금배당 자체는 기업이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상위 제약사의 경우 R&D 투자가 많기 때문에 (투자금 확보를 위한) 현금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도 현금배당을 줄이거나 안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도 “상위 기업들의 경우 글로벌 진출을 위해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임상시험 등에 사용되는 비용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보유 현금을 자체를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보다는 R&D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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