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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올해 철강 생산 둔화"…희비 갈리는 국내 철강·조선사

  • 전재호 기자

  • 입력 : 2018.01.12 09:00

    생산량, 작년 1~11월 전년比 5.5%에서 올해 0.6% 전망
    국내 철강업체는 실적 개선 기대, 조선업체는 원가 부담

    중국의 철강 재고량이 감소하고 올해 철강 생산량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조선업체와 철강업체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은 연간 약 17억 톤으로 중국은 이 중 절반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량이 줄면 공급이 줄어 국제 철강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 철강 가격이 오르면 국내 철강업체는 이익이 좋아지지만, 철강을 많이 쓰는 조선업체는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15명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의 올해 철강 생산량은 환경규제 강화, 철강업체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0.6%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중국의 철강 생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5.7%였는데, 올해는 증가율이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포스코 직원이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포스코 직원이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 철강업체, 中 공급 축소로 실적 개선 기대

    중국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동절기 감산(減産)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번 겨울의 감산 기간은 작년 11월 중순부터 올해 3월 15일까지다. 또 중국은 철강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철강업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환경규제,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중국 철강사 재고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철강사 재고량은 작년 11월 말 기준 1172만톤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6년 4월 1169만톤 이후 최저치로 1년 전보다는 5.5% 감소한 수치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재고까지 줄고 있어 감산이 이어지는 3월 중순까지 중국 철강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 가격도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때 세계 철강의 40~50%를 소비하며 철강수요를 이끌었다. 그러나 과도하게 설비를 늘리면서 공급과잉을 야기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철강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만들었다. 정보 분석업체 헤이버 애널리틱스(Haver Analytics)에 따르면 2000년 1억톤 남짓이던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2010년 6억톤으로 늘었고 2016년에는 8억톤까지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무허가 업체들의 생산량까지 합하면 생산량은 10억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과잉은 철강 가격의 하락과 철강업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열연(두께가 얇은 강판)의 톤당 국내 유통가격은 2011년 1분기말 91만원에서 줄곧 하락해 2016년 1분기 말에는 53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중국이 철강업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열연 가격이 반등해 작년 말에는 80만원까지 올랐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2016년 1월 22일 국무원 회의에서 “철강 생산능력을 1억~1억5000만톤 감축하고 신규 철강사업 승인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의 피터 아치볼드 시니어 디렉터는 “중국에서 이미 진행 중인 생산량 조절은 올해 전 세계 철강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산량 조절은 수출량을 줄여 다른 지역 시장 가격도 개선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셔틀 탱커.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으로 나르는 선박이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셔틀 탱커.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한 원유를 육상으로 나르는 선박이다. /삼성중공업 제공
    ◆ 철강값 인상, 조선업체엔 부담

    조선업체들은 철강 가격 인상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대형 유조선(Very Large Crude Oil Carrier) 한 척을 만드는 데는 3만~3만5000톤 정도의 후판(厚板·두께가 최소 6㎜ 이상인 두꺼운 강판)이 필요한데, 후판 값이 오르면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등은 작년 하반기에 후판 가격을 톤당 60만원 수준에서 65만원 수준으로 올리기로 조선업체와 합의했다. 철강업체와 조선업체는 보통 일년에 두 번 가격협상을 한다. 후판 가격을 올리자 조선업체들은 이익이 대폭 줄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작년 한 해 4900억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중 2900억원이 선반건조 원가 증가분이었다.

    철강이 전체 선박 건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30%다. 작년 하반기에 후판 가격이 약 8%(60만원 → 65만원) 오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건조 원가는 1.6%~2.4% 상승한 것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요즘 조선업체끼리 수주 경쟁이 치열해 배를 지어도 영업이익률이 1% 안팎에 불과하다. 중간에 건조 원가가 2% 오르면 선박을 지어도 손해가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후판 가격 인상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후판과 열연의 원재료는 90% 이상이 철광석과 석탄인데, 한국자원서비스에 따르면 톤당 철광석 가격은 작년 상반기 말 62.25달러에서 이달 5일 75.49달러로 13.24% 올랐다. 이 기간에 톤당 유연탄 가격도 80.25달러에서 106.91달러로 26.66% 상승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 조선업황이 부진해 후판 가격이 덜 오르기도 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열연과 후판은 원재료가 거의 비슷한데 조선업황이 안 좋아 후판 값은 제대로 반영이 안됐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열연의 국내 유통가격은 톤당 80만원이지만, 후판의 국내 유통가격은 72만원으로 10% 저렴하다.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명분이 있는 것이다.

    조선업체들은 올해 원가 경쟁력 확보가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됐다. 강환구 현대중공업(009540)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는 건조량이 줄면서 고정비 비중이 높아지고 원자재 가격은 올라 원가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모든 불요불급한 경비를 축소하는 긴축 경영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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