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자,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잇달아 "자영업자가 어려운 이유는 인건비가 아닌 임대료"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각종 통계와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최저임금이 24% 오른 지난 3년간 서울 상가 임대료는 1% 남짓 올랐다. 경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 확산, 상가 과잉 공급 등이 원인이다. 상인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인건비 대비 3분의 1 수준이었다.
◇"월세 급등, '핫 상권'에 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영세 사업자들에게 임금보다 더 큰 압박을 주는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살인적 임대료와 고질적인 갑질 구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일까. 최근 3년(2014~2017년)간 시간당 최저임금은 5210원에서 6470원으로 24.2% 올랐다. 한 번에 16.4%가 오른 올해 최저임금은 임대료와의 비교를 위해 제외한 수치다.
비슷한 기간 전국 상가 평균 임대료 변동 폭은 1%에 못 미쳤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층 이하에 연면적 330㎡ 미만인 '소형 상가'의 전국 평균 월 임대료(이하 3.3㎡당 가격)는 첫 통계를 낸 2015년 1분기 5만4483원에서 작년 3분기 5만4592원으로 0.2% 올랐다. 쇼핑몰이나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같은 '집합 상가'는 2014년 4분기 9만5073원에서 작년 3분기 9만4899원으로 0.18% 내렸다. 서울로 한정해도 큰 차이는 없었다. 소형 상가는 같은 기간 15만3285원에서 15만4980원으로 1.1% 올랐고, 집합 상가는 16만3647원에서 16만5793원으로 1.3%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불황과 인터넷 쇼핑의 확대로 오프라인 상가가 위축되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 저(低)금리 기조에서 은퇴자를 겨냥한 상가 분양은 대폭 늘면서 공실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뉴스에서 보는 '임대료 급등에 따른 건물주와 세입자 간 갈등'은 연남동·경리단길·해방촌 등 급격히 성장하는 극히 일부 상권의 이야기"라며 "실제로 명동·강남 등 기존 대형 상권이나 대부분의 동네 상권에서는 임대료가 안정적인 수준에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상가 정보업체 '상가뉴스레이다'의 선종필 대표도 "건물주가 임대료를 쥐고 흔드는 상가는 전체의 10% 미만"이라며 "오히려 건물주 50~60%는 '세입자가 나가면 어쩌나'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통계도 비슷하게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분류한 서울 3대 상권(도심·강남·여의도+마포) 내 18개 지구 중 2016년 말보다 소형 상가 임대료가 오른 곳은 6곳. 연남동·망원동 등 '뜨는 동네'가 많은 홍대·합정지구가 3.5% 올랐다. 반면 명동(-2.2%) 등 9곳이 내렸고, 나머지는 변동이 없었다.
◇매출 40%가 재료비, 임대료는 8%
자영업자가 실제로 쓰는 비용에서 상가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인건비에 크게 못 미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외식업체 업주 1만여 명을 상대로 항목별 지출 비중을 물은 결과, 매출 대비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식재료비(40.6%)였고, 그다음이 인건비(본인과 가족 포함·24.7%)였다. 임대료(8.2%)는 인건비 3분의 1이었다.
'체감 부담'은 어떨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6년 말 외식업 경영 실태를 조사하면서, 일반 음식점(카페 포함) 업주들에게 '경영상 애로 사항 3가지를 꼽아달라'고 물었다. 1위가 '식재료비 상승'(78.5%)이었고, '같은 업종과의 경쟁'(63.3%), '다른 업종과의 경쟁'(61.6%), '제도적 규제'(55%)가 뒤를 이었다. 임대료 상승은 5위(52.1%)였다.
익명을 요구한 창업 컨설팅 회사 대표는 "건물주가 월세를 시장 가격 이상으로 올리면 입주할 세입자도 없거니와, 세입자가 장사가 잘돼야 건물주 자산 가치도 오르기 때문에 건물주는 밥 한 끼를 먹더라도 세입자 식당에 가려 한다"며 "정부의 '가진 자' '못 가진 자' 편 가르기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