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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 신화 제2 한미약품을 찾아라'…바이오 벤처 투자 급증

  • 강인효 기자
  • 입력 : 2018.01.11 07:57 | 수정 : 2018.01.11 08:08

    2016년 한국의 벤처캐피털(VC)이 국내 바이오·의료 벤처에 신규 투자한 금액이 5000억원에 육박했고, 투자한 기업수도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한미약품이 8조원대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여파로 보인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0년간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 현황 /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제공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0년간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 현황 /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제공
    10일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낸 최근 10년간(2007~16년) 바이오·의료 벤처 투자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 벤처캐피털이 바이오·의료 벤처에 신규 투자한 금액은 468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07년(585억원)보다 8배나 늘어난 규모다. 투자한 벤처도 159곳으로 가장 많았다. 투자한 벤처수가 100곳을 넘어선 것은 2015년(114곳)이 처음이었다. 2012년전까지는 50개도 못미쳤다.

    이처럼 바이오·의료 벤처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된 배경에는 2015년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 수출 성공 사례가 자리잡고 있다. 한 해에만 글로벌 제약사와 총 6건 8조원대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맺으며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R&D) 기술력이 인정받게 되면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벤처에 대한 투자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이 ‘대박’ 신화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알려진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2015년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단 3곳만 참가했지만, 2016년에는 그 수가 3배 가까이 늘었고 지난해와 올해는 20여곳의 기업이 참가했다. ‘제2 한미약품’을 꿈꾸는 벤처들이 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4조8000억원 규모의 당뇨 신약 기술을 수출해 한국 제약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당시 한미약품 대표였던 이관순 상근고문은 “매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5년 전부터 참석해 당뇨 신약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며 “한미약품 기술의 신뢰성과 우수성을 국제학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알린 게 기술 수출 성과로 이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업력별 신규 투자 비율 /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제공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업력별 신규 투자 비율 /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제공
    벤처캐피털협회는 또 신약 개발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벤처 투자가 활발해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의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5년 385억원에 불과하던 초기 단계의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 금액은 2016년 1605억원으로 4배 넘게 늘었다. 초기 단계 투자 비중도 2015년 12%에서 2016년 34%로 22%포인트 증가했다. 중기와 후기 단계에서의 투자 금액은 2015년과 2016년 큰 차이가 없었다.

    벤처캐피털협회 관계자는 “바이오·의료 분야의 경우 산업의 특성상 R&D 단계(초기)부터 임상시험(중기), 제품의 상용화(후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업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경우는 10%내외 수준”이라며 “하지만 지난해에는 바이오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초기 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를 말한다. 이는 신약 개발을 후보물질 단계에서 시작하지 않고 유망한 후보물질을 확보한 뒤 개발만 전문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협회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이 NRDO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하면서 상용화 성공 가능성은 높아진 데다 상용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게 됐다”며 “투자금 회수 기간도 단축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에 (벤처캐피털)의 초기 투자 비중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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