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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T맵', 자율주행시대 글로벌 표준 노린다

  • 심민관 기자
  • 입력 : 2018.01.10 07:55 | 수정 : 2018.01.10 13:41

    SK텔레콤이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을 내세워 글로벌 자율주행차 사업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SK텔레콤은 9일(현지시각) 세계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서 글로벌 초정밀 지도 대표기업 히어(HERE)와 5G 자율주행 기술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자율주행차용 초정밀지도 솔루션, 위치기반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기술·서비스 공동 개발부터 글로벌 사업 확대까지 광범위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히어는 전세계 200 여개 국가에 내비게이션, 실시간 교통정보, 실내 지도를 제공하고 있는 초정밀 지도⋅위치서비스 회사다. 초정밀 지도는 도로의 주변 지형 정보를 오차 간격 25센티미터(cm)의 높은 정확도로 구축한 3차원 지도를 말한다. 자율주행을 하려면 정밀 측위, 센서도달 범위 이상의 주변 상황 파악을 위해 초정밀지도 확보는 필수적이다.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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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전자 자율주행 파트너인 ‘히어’ 선택한 SKT…우회적 협력 가능성 염두?

    SK텔레콤(017670)은 실시간 교통정보와 도로상황을 정밀하게 반영해 T맵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히어와 손 잡았다. 이 회사는 히어의 전세계 200여개국 글로벌 영업망과 초정밀 지도를 활용해 T맵의 사업 지역을 글로벌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목표는 자율주행 자동차 완성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안에 들어갈 무선통신기술(텔레매틱스) 시스템의 글로벌 표준을 구축하고 이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200여개국의 초정밀 지도를 보유한 히어가 이러한 SK텔레콤의 전략에 부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도로변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 정체가 된다거나, 집회나 시위가 발생해 차량 이동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 등의 도로상황을 실시간으로 T맵에 반영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기존에는 정확한 위치 측정이 어렵고 오차가 있어 해당 위치를 찾아 접수된 교통정보나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자율주행을 하는데 있어서도 지도에서 발생한 오차는 위험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5G 기술력과 히어의 초정밀 지도 기술력을 결합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SK텔레콤의 5세대(G) 초고속 통신망을 이용해 위치기반 IoT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초정밀 지도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하면 T맵의 오차 범위는 센티미터 단위로 급격히 줄어든다.

    특히, SK텔레콤이 최근 LG전자와 기술 협약을 체결한 히어와의 제휴를 통해 전장 사업이 강점인 LG전자와 우회적인 협력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이 히어와 손잡고 T맵을 토대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고도화 시킬 경우, 머지 않은 장래에 SK텔레콤이 LG전자에 이 시스템을 제공하는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히어는 지난해 12월 27일 LG전자(066570)와 자율주행차용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이 시스템은 교통량, 주변 차량, 지도 등 자율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무선으로 자동차에 전달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10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가장 많은 데이터가 축적된 T맵을 토대로 히어의 초정밀 기술까지 접목해 고도화 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만들 경우 LG전자가 SK텔레콤에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SKT T맵 고도화 전략 속속 진행...경쟁사는 걸음마

    SK텔레콤은 T맵을 토대로 자율주행차용 텔레매틱스 시스템 글로벌 표준이 되기 위한 전략을 계획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작년부터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누구’를 T맵에 적용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또, T맵은 국내에서 1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어 축적된 데이터량이 다른 내비게이션보다 많다. 여기에 AI 컴퓨팅 기업인 엔비디아와 기술 동맹을 맺고 인간두뇌와 유사한 심층학습 AI인 딥러닝 기능도 추가했다.

    엔비디아 칩셋은 딥러닝을 통해 해당 데이터를 실시간 연산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위험을 회피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 상황이나 교통정보를 분석해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하거나, 우회로를 제시할 수 있다.

    또한, SK텔레콤은 차량 탑재형 AI 컴퓨터(NVIDIA Drive PX2)와 AI 슈퍼컴퓨터(NVIDIA DGX-1) 등 딥 러닝과 추론을 위한 엔비디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사 통신망과 결합시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약은 T맵의 두뇌를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히어와의 제휴는 지형 또는 교통 정보를 매우 정밀하게 실시간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으로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에자드 오버빅(Edzard Overbeek) 히어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히어 전시관에서 ‘5G 자율주행 사업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SK텔레콤 제공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에자드 오버빅(Edzard Overbeek) 히어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히어 전시관에서 ‘5G 자율주행 사업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SK텔레콤 제공
    이와달리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통합 모바일 내비게이션인 ‘원내비(ONE NAVI)’에 AI 플랫폼 적용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다. 양사는 SK텔레콤의 T맵을 견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각자 보유하고 있는 목적지와 누적 교통정보 등 주요 데이터들을 통합한 원내비를 공동으로 선보였다.

    KT와 LG유플러스가 준비 중인 AI버전 원내비는 내비게이션 데이터만 같을 뿐 AI 플랫폼은 각각 다르게 출시될 예정이다. KT는 상반기 내로 자사가 개발한 AI 플랫폼 ‘기가지니’를 원내비에 적용할 계획이지만 LG유플러스는 마땅한 AI 플랫폼 개발도 마치지 않은 상태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를 사용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원내비에 이를 적용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내비를 초정밀 지도로 업데이트 하기 위한 기술 협약도 성사된 바 없다. 원내비 사용자수도 T맵의 3분의 1 수준인 300만명에 그쳐 데이터 축적 면에서도 SK텔레콤에 뒤쳐지고 있다.

    이동통신사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T맵을 이용해 자율주행차 텔레매틱스 시스템 사업에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지만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아직 첫 걸음도 못 뗀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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