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최저임금쇼크]④ '일 안해도 받는 주휴수당' 실제 최저임금은 9000원 넘어…지역별 양극화도 심화

  • 세종=전슬기 기자
  • 입력 : 2018.01.09 15:42 | 수정 : 2018.01.09 15:50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하루치 일당 더 받도록 한 주휴수당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 감안하면 9000원 넘어
    “최저임금 인상 이전에 주휴수당 등 임금체계부터 정비해야”

    자영업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올해 새해 첫 날이 되자마자 ‘주휴수당’을 문의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주휴수당은 근로자가 1주일(월~금)동안 총 15시간 이상을 일하면 해당 주에 하루 이상은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올해 최저임금인 7530원을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가 월요일~금요일 하루 3시간씩 일했다면 급여는 원래 11만2950원이지만 주휴수당이 붙기 때문에 하루 일당 2만259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법적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최저임금의 약 20%)을 더한 것이 매장 주인이 실제로 지급하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생, 사무직 근로자 구분 없이 매주 15시간 이상만 일하면 모두 받을 수 있다. 보통 직장인의 경우 일요일에 일하지 않아도 평일과 같은 돈을 받는데 이것 또한 주휴수당이다. 노동조합이 있거나 규모가 큰 회사들은 단체협약으로 일요일은 물론 토요일과 공휴일도 돈을 주는 휴일로 정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사업주들이 줘야 할 주휴수당은 2배 이상 늘어나 체감 최저임금이 최소 1만542원(최저임금+최저임금 약 40%)까지 올라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주들은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합하면 실제 체감하는 최저임금은 이미 9000원을 넘어섰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상된 최저시급 7530원이 적용된 이틀째인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제과점에 아르바이트 모집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인상된 최저시급 7530원이 적용된 이틀째인 지난 2일 서울시내 한 제과점에 아르바이트 모집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연합뉴스
    ◆ 사업주 최저임금 인상 반영한 주휴수당도 지급해야

    주휴수당의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 55조에 있다. 관련 조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관련 시행령에는 ‘유급휴일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자에게 준다’라고 돼 있다.

    현장에서는 소정근로일 개근의 기준을 근로기준법 18조에 따라 1주(통상적으로 주 5일) 단위로 15시간 이상 일하고, 근로자와 사업주가 일하기로 약속한 날에 빠짐없이 출근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에 따라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이러한 기준을 지킨 직원들에게 무조건 하루치 일당을 더 얹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법정 근로시간인 주 5일 40시간(하루 8시간)을 모두 일한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는 올해 7530원인 최저임금 시급으로 한주에 30만1200원을 벌 수 있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하루(8시간) 유급휴가가 포함돼 6만240원을 더 받게 된다. 근로자는 1주일에 5일을 일했지만 사용주는 6일을 일한 돈을 줘야 하는 셈이다.

    사업주들은 보통 일요일을 돈을 주는 휴일로 정해 1주일에 한번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있거나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는 1주일에 사업주가 지급해야 할 주휴수당이 1번 이상인 경우도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주휴수당을 주는 휴일이 어떤 날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근로자들에게 주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라는 조항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토요일과 공휴일도 단체협약을 통해 주휴수당을 받는 휴일로 명시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런 기업의 사업주들은 주휴수당 부담이 2배(토요일·일요일 주휴수당 지급)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최저임금이 최소 1만542원(최저임금+최저임금 약 40%)까지 올라간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추진 중인 근로시간 단축도 사업주의 수당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이 부득이하게 휴일에도 일하면 주휴수당 뿐 아니라 휴일 가산 수당(일당의 50%, 근로시간 단축시 일당의 100%)이 붙는다.

    주휴수당은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다. 과거 저임금 시대 때 일본 제도를 본떠 도입했다. 과거 경제개발 초기에 저임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들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휴수당은 가난한 나라였을 때 6일 일하면 일요일에 먹을 게 없으니 하루치 임금을 더 주라는 수당이었다”면서 “우리나라가 근로기준법을 만들 때 참고한 일본도 주휴수당을 없앴고, 선진국에는 없는 저임금 시대의 유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매년 최저임금 결정 때 주휴수당은 핵심 쟁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약속하고 있는데, 경영계 입장에선 주휴수당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이 이미 1만원에 근접해 가고 있다.

    노동계와 진보 진영도 주휴수당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주휴수당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늦어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일해서 받는 최저임금을 더 높여주고 주휴수당 제도는 폐지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업주가 주휴수당 폐지시 줄어드는 임금을 평상시 시급 인상 등으로 보전해 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도 주휴수당과 그 기준이 되는 법적 휴일 기준을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당청은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하며 각 사업장 마다 휴일 기준이 달라 가산 수당 두 배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고, 늘어난 수당이 근로자들과 사업주들에게 휴일 근무를 더 선호하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들의 삶도 양극화

    최저임금 인상은 사업주만 힘든 것이 아니다. 부담을 무릅쓰고 최저임금을 올려주는 사업주가 있는 반면 근로자들을 해고하거나 편법으로 다른 임금을 줄이는 사업주도 많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아파트 경비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단순노무직들의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는 임금을 줄이는 편법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2~6일 최저임금 관련 제보 56건 가운데 절반 이상(30건)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과 식대·교통비·근무평가수당 등을 줄였다는 내용이었다. 사업주가 이런 편법을 사용하면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지역으로 보면 지방 근로자들의 삶은 더 어려워진 상태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전체 임금 노동자 가운데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은 13.6%였다. 이 비율은 지난 2002년 4.9%를 기록한 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지만 현장에서 사업주들이 증가 속도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영세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여성, 19세 이하 및 60세 이상, 고졸 이하,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의 조건을 갖춘 근로자들이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방은 수도권 보다 영세 사업장이 많고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만 지방의 물가가 서울 수도권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지역별 최저임금 차별화가 타당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주휴수당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곧바로 사업주들에게 부담이 되면서 최저임금 관한 분쟁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관련 문제점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주휴수당 뿐 아니라 법적으로 임금과 관련해 정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라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사업주는 힘들고 근로자들 사이에 격차는 벌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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