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전거는 세 바퀴로 간다… 두 바퀴와 IT

조선일보
  • 곽래건 기자
    입력 2018.01.09 03:00

    [스타트업들 첨단 IT 기술 적용한 자전거 용품 경쟁 치열]

    스마트 글라스로 경로 안내, 위치·지면 경사도까지 알려줘
    무선통신 기술 적용해 케이블 없이도 기어 변속 가능
    어두워지면 전조등 자동으로 켜고 뒤에 차오면 후미등 깜빡깜빡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뒤에서 차량이 따라붙었다. 그러자 자전거 운전자가 쓴 고글에 장착된 헤드업디스플레이(HUD· Head Up Display)에 경고 표시가 나타났다. 자전거 뒷부분에 장착된 후미등은 자동으로 밝기가 최대치로 올라가고 '깜빡깜빡'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 운전자에게 전방에 자전거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HUD에선 지금 달리고 있는 도로 이름과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어디서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등 정보도 표시된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 개발이 끝나 시중에 팔리고 있는 자전거 용품에 이 같은 기능이 이미 탑재돼 있다. 자전거가 각종 첨단 IT(정보기술)와 만나 진화하고 있다. IT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각종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면서 자전거에 관련 기술이 빠른 속도로 적용되고 있다.

    ◇자전거에 적용되는 IT 기술

    자전거는 십여 년간 무게를 줄이고, 기계 장치의 정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무게가 가벼울수록 속도를 내기 쉽고 그만큼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들여야 하는 힘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성능 자전거의 몸체나 바퀴의 소재는 크롬몰리브덴이나 알루미늄에서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바뀌었다. 프로 선수들이 도로 사이클 종목에서 사용하는 자전거의 무게는 보통 6.8~7㎏ 중반인 경우가 많은데, 현재 기술로도 자전거 메이커들은 4~5㎏ 무게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 자전거 본연의 기계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 정점에 올라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전 자전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첨단 IT 기능이 속속 접목되고 있다. 십여 년 전 속도계 역할만을 하던 '사이클링 컴퓨터'는 이젠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인공위성에서 쏴주는 GPS(위성항법장치) 신호를 이용해 현재 위치와 지면의 경사도 등은 물론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안내해준다. 단순 안내가 아니라 다른 사용자들의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있는 경로 등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있다. 휴대전화와 연결해 현재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문자메시지 등을 보낼 수도 있다.

    자전거에 적용된 첨단 기술들 그래픽
    그래픽=김현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수동 변속만이 가능했던 자전거 변속기도 점차 첨단화하고 있다. 기존 변속기는 케이블과 연결돼 사용자가 레버를 당기면 변속기가 움직여 작동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일본 시마노, 이탈리아 캄파놀로 등 자전거 부품 제작사들은 최근 몇 년간 초소형 전자 모터를 이용한 기술을 잇달아 발표했다. 변속기 안에 초소형 전기 모터를 집어넣어 사람이 케이블을 물리적으로 당기는 대신, 버튼을 눌러 전기 신호를 주면 전기 모터가 변속하는 방식이다. 자동차처럼 '완전 자동' 변속 방식은 아니지만 전기모터를 이용한 일종의 '반(半)자동' 변속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미국의 부품 제조사 스램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선 방식을 선보였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누르는 버튼과 변속기를 전선으로 연결했지만, 아예 전선을 없애고 무선 통신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파워미터(페달을 돌리는 힘을 수치로 나타내주는 장치)'라는 장비는 페달을 밟는 순간순간의 밟는 힘과 페달과 연결된 크랭크가 움직이는 순간 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자전거 운전자의 정확한 파워는 물론, 페달 밟는 습관 등을 분석할 수 있게 해 준다. 미국 가민사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전조등은 사이클링 컴퓨터와 연결돼 밤과 낮이 바뀌는 데에 따라 자동으로 켜졌다가 꺼지고, 자전거의 속도와 지형 변화를 감지해 자동으로 밝기를 바꾼다.

    ◇자전거 인구 늘자 너도나도 기술 개발

    이런 기술 개발에는 기존 자전거 부품·용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각종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HUD 역할을 하는 자전거용 스마트 글라스만 해도 전통 제조업체인 가민이 만든 '가민 베리아 비전' 말고도 레콘·솔로스웨어러블스 등 스타트업이 내놓은 제품들이 출시됐다. 자전거 인구가 많은 중국의 스타트업도 스마트 글라스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제조 가격이 비싸 기존 업체들만 주로 생산했던 파워미터도 최근엔 와트팀 등 스타트업체들이 각종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인구가 늘면서 아이디어나 신기술을 이용해 관련 용품 개발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 가민은 원래 항공기·자동차·해양 GPS를 주로 만들었지만 자전거 시장이 커지자 관련 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가민의 전 세계 매출 중 아웃도어·피트니스 부문의 비중은 2012년 27%에 불과했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지금은 45%로 거의 절반에 달한다. 자전거 용품 수입업체 기흥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IT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새로운 제품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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