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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서가에 담긴 중국 경제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8.01.07 16:24 | 수정 : 2018.01.07 16:53

    시진핑 신년사 발표 집무실 서가에 꽂힌 ‘회색코뿔소’는 리스크 억제 강화 시사
    금융이 문명 번영 동력 조명한 책은 ‘금융굴기’ 예고...AI⋅AR 조명한 책도 새로 등장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2018년 신년사를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난하이 집무실 서가에 있는 책을 잇따라 소개했다.  /신화망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2018년 신년사를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난하이 집무실 서가에 있는 책을 잇따라 소개했다. /신화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에서 2018년 신년사를 발표한 작년 12월31일 중국 웨이신(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개설된 SNS매체 ‘학습소조’는 그의 서가(書架)에 꽂힌 책에 주목했다. 학습소조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매체로 중국 관영 매체는 2016년 신년사 때도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World Order)' 와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등 시 주석 서가의 책을 상세히 소개한적이 있다.

    이번 신년사 발표와 함께 학습소조에 이어 차이나데일리 등이 집중소개한 시 주석 서가엔 이념 군사 정치 문학 역사 철학 경제 과학 등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 에도 메시지를 담는 중국이다. 작년에 중국에서 출간된 신간도 적지 않게 포함된 시 주석의 서가는 그의 실제 탐독 여부를 떠나 14억 인구 중국호의 방향성을 읽는데 도움을 준다. 경제서적에 비친 새해 중국경제를 짚어본다.

    ◆회색코뿔소(the gray rhino)...中, 금융리스크 억제⋅빈곤퇴치⋅환경보호에 주력

    시진핑 서가에 담긴 중국 경제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한 회색 코뿔소는 확률은 극히 낮지만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블랙 스완(검은 백조)’과 달리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리스크를 뜻한다.

    7월 14~15일 전국금융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금융리스크 방지를 강조하자 인민일보는 17일자 1면 칼럼에서 “경제에서 블랙 스완도 조심해야 하지만 회색 코뿔소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이후 중국 경제계에서는 회색 코뿔소 경계론과 분석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 서가에 있는 회색 코뿔소는 부커 소장이 쓴 책으로 작년 3월 중문판으로 번역 출판됐다.

    부커 소장은 “중국이 경제성장과 사회안정 목표 달성, 환경 문제, 실물경제와 금융간 불균형 등 여러 마리의 코뿔소와 싸우는 중”이라고 지적한다. 작년 12월 시 주석이 주재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선 금융리스크 억제 빈곤퇴치 환경보호를 향후 3년 주력할 중점 정책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과도한 금융긴축과 환경단속은 되레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지도부와 회색코뿔소와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돈은 세상을 바꾼다(Money changes everything)...문명의 성쇠를 좌우한 금융에 주목

    시진핑 서가에 담긴 중국 경제
    윌리엄 괴츠 미국 예일대 교수의 책 ‘돈의 세상을 바꾼다’는 ‘천년 금융사: 금융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나’란 제목으로 작년 5월 중문판으로 번역 출간됐다.

    그리스 로마는 물론 고대 중국 왕조의 성쇠를 결정한 금융을 조명하고 있다. 올해로 개혁 개방 40주년을 맞이한 중국에서는 ‘앞을 향해 간다’는 의미의 ‘샹첸저우(向前走)’를 ‘돈만 보고 간다’는 뜻의 ‘샹첸저우(向錢走)’로 바꿔 부르는 등 배금주의(拜金主義)가 만연돼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문명을 번영하게 한 금융의 힘을 역사적 고찰을 통해 보여준다. 돈은 부정적인 것이고 금융 리스크는 맹목적인 억제대상이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문명을 번영시키는 동력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향후 고령화사회 금융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 인류가 직면한 도전도 소개했다.

    금융리스크 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위안화 국제화 등을 통한 금융대국을 향한 정책간 균형 잡기가 중국 지도부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위안화로 거래될 원유 선물 거래시장 개설은 오일달러의 영향력을 일부 대체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할 카드로 주목받지만 금융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상하이에서 추진중인 이 시장의 개설시기가 계속 늦춰진 이유다. 빠르면 올해 문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과 공모(capital and collusion)

    시진핑 서가에 담긴 중국 경제
    힐튼 루트 미국 조지 메이슨대 교수가 저술한 ‘자본과 공모(共謨)’는 개도국과 선진국 경제발전의 차이를 탐구한다. 저자는 불확실성이 정치부패를 키우는 등의 문제를 낳는 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불확실성을 리스크로 바꾸는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인도 중남미 등지의 국가의 과거와 현대 역사를 비교하면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도국의 수준 낮은 통치구조의 원천인 정치적인 인센티브를 어떻게 억제할 지에 대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작년 8월 중문판으로 번역 출판된 이 책이 주장하는 ‘한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가장 큰 도전은 지도자 계층과 민중이 동고동락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는 시 주석의 반부패와 빈곤퇴치 정책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성장 이론사: 데이비드 흄에서 현재까지(Theorists of Economic Growth from David Hume to the Present)

    시진핑 서가에 담긴 중국 경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국가안보 자문을 지낸 월트 휘트만 로스토가 1990년에 쓴 ‘경제성장 이론사: 데이비드 흄에서 현재까지’는 아담 스미스에서부터 칼 마르크스는 물론 조지프 슘페터 등 1939년까지의 경제학자들을 소개하면서 향후 수십년간 출현할 경제과제를 묘사한다.

    시 주석이 읽는 책에 로스토의 책이 있다는 게 주목받는 건 그가 ‘경제성장의 제단계: 반공산주의 선언(1958)’이란 책을 집필할 만큼 미국의 대표적인 반공(反共)사상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위키피디아는 로스토 전 MIT 교수를 자유기업과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신뢰한 학자로 소개한다. 경제 발전단계를 전통, 도약 준비 과도기, 도약기, 공업화를 통한 성숙기, 고도 대중소비 등 5단계로 정리한 그의 이론은 개도국도 도약을 통해 선진국과 같은 경제 번영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친미 군부의 독재체재로 사회 안정을 다진후 번영을 추진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그의 이론을 이른바 독재 개발이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서방의 민주 자본주의와는 다른 정치체제에서도 장기 번영할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시 주석으로선 로스토의 사고 체계가 관심 대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중국 발전모델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글로벌 문제의 중국식 해결책을 세계에 제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한다.

    ◆더 마스터 알고리즘(The MasterAlgorithm)⋅증강현실(Augmented: Life in the Smart Lane)

    시진핑 서가에 담긴 중국 경제
    페드로 도밍고스 미국 워싱턴대 전산학과 교수가 쓴 '더 마스터 알고리즘'은 인공지능(AI)의 원리 중 하나인 머신러닝의 5대 학파 사상을 소개한다. 신경과학 심리학 물리 등 이론이 알고리즘으로 바뀌어 서비스되는 것을 풀어 설명하면서 ‘마스터 알고리즘’을 제언한다.

    '마스터 알고리즘'은 피드백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 모든 기술적 문제에 해법을 제공하는 궁극의 프로그램을 뜻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브렛 킹의 '증강현실’은 인공지능과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이 향후 20년간 미칠 변화가 과거 250년간의 변화보다 더 크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으니 변혁 변화 혁신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AR 시대의 기반을 AI와 스마트 인프라 및 헬스 기술 등 파괴적인 기술이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시 주석은 작년 19차 당 대회 보고에서 AI와 실물경제의 융합을 강조한바 있으며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들도 앞다퉈 AI 관련 육성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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