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쇼크]① "더는 못 버텨"...인건비 부담에 편의점 '엑소더스'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8.01.07 13:55 | 수정 2018.01.07 18:58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지난해(6470원) 보다 16.4% 인상됐습니다. 정부는 최저임금 상승이 내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너무 커 편의점, 음식점, 중소기업 등 영세 사업자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제적 충격과 문제점을 취재해 연속해서 다룹니다. [편집자주]

    서울 성동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본사에 폐점의사를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크게 오르며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열평 남짓한 이 점포는 60대인 A씨 부부와 아르바이트 직원 세명이 24시간 운영한다. A씨가 지난해 세명의 아르바이트 근무자에게 지급하던 인건비 총액은 월 250만원쯤이었지만, 올해부터는 3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인건비와 임대료, 본사 지급액 등을 제외한 A씨 부부의 한달 수익은 250만원에서 300만원 정도였다. 올해부터는 인건비 인상에 더해 개점 후 2년간 지급받던 본사 지원비가 기존 80만원에서 60만원으로 줄기까지 했다. 올해 A씨 내외의 한달 수익은 200만원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부부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인건비를 줄여왔지만 이젠 체력도 수익도 한계에 달했다”라며 “차라리 부부가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게 수익이 높을 것 같아 편의점을 그만두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 /연합뉴스 제공
    인근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도 최근 계약만료를 앞둔 다른 지역 편의점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B씨는 편의점 2곳을 운영하는 ‘다점포’ 운영자다. B씨는 두 점포에 번갈아 출근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점포 한곳에 집중하기로 했다. B씨는 “두 점포에 24시간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경우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한 점포 관리라도 잘 하려 한다”고 말했다.

    ◆ 편의점 출점속도 감소… 최저임금 직격탄 맞아 폐점 이어져

    올해 16.4%에 달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편의점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일부 점주들은 점포 운영을 포기하고, 다점포 점주들은 점포수를 줄이며 최저임금 한파에 대응하고 있다.

    7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출점경쟁을 펼쳐온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빅5’ 편의점 점포수는 지난 11월말 기준 3만9085개로 2016년말(3만4252개)에 비해 14% 늘었다. 2013년말 2만5000개 수준에서 4년만에 1만5000개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발표 후 편의점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다. 국내 5대 편의점의 점포 증가수는 지난해 1월 802개로 전월대비 2.38% 늘었지만,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여 11월에는 320개로 전월대비 0.8% 성장하는데 그쳤다.

    출점경쟁으로 편의점 포화론이 제기되던 와중 최저임금 인상을 맞아 폐점하는 점주들이 늘어나며 출점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2016년 한달 5건 이하였던 편의점 폐점이 지난해 4분기부터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극심한 출점경쟁 결과 편의점 업체의 외형적 매출은 성장했지만,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올해 2월부터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다. 지난 11월 기준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1% 줄었다

    ◆ 몸집 줄이는 가맹점주… 5년 계약 완료되는 올해말부터 폐점속도 빨라질 것

    프랜차이즈사업 특성상 편의점 본사는 제품 납품과 가맹료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직원 고용과 임금 지급은 온전히 가맹점주의 몫이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편의점의 이익이 줄어도 매출이 그대로라면 가맹본사의 타격은 적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직접타격은 가맹점주들이 떠앉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가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 /조선DB
    편의점 본사는 전기료 지원 등 ‘가맹점주 상생안’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현재 CU와 GS25가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가맹점주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편의점 업계 1위인 CU의 경우 지원 내용이 예상보다 미흡하다며 일부 점주들이 상생안 전면 무효를 선언하기도 했다.

    편의점 점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지난해 말부터 점포 매각을 알리는 게시물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다점포를 운영하던 점주들이 점포 매각에 나서고 있어서다. 국내 편의점의 다점포율은 각사별로 다르지만 30% 안팎이고, 다점포주는 평균 2.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B씨는 “편의점이 활황기던 2010년대 초반에는 점포 4~5곳을 100% 아르바이트로 운영하고 점주는 관리만 해도 수익이 났다”며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라 점주가 일하지 않는 ‘풀오토’ 점포는 더이상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점주들은 인건비 보전을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에 경쟁사 편의점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가격을 올릴수 없는 실정이다. A씨는 “50m 반경에 편의점이 3곳 있는데 나홀로 가격을 올렸다간 단골 손님을 빼앗길까 두렵다”고 전했다.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새 점포 출점을 통해 외형 확대를 이어가던 편의점 업계의 성장 방법론은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는 통하지 않는다”며 “출점 경쟁이 시작된 2013년 이후 계약한 점주들의 5년 계약기간이 본격적으로 끝나는 올해 말부터는 편의점 폐점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