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쇼크]③ 기술로 흥한 '50년 제국', 기술에 존폐위기 몰려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8.01.08 06:00

    인텔 CEO, CPU 결함 파문 이전에 자사주 대거 매각
    핵심 설계 인력 잇단 퇴사…“기술력 약화가 이번 사태 배경”

    인텔이 사상 초유의 중앙처리장치(CPU) 보안 결함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를 향하고 있다. 이 사실이 들통나기 전 자신이 보유했던 자사주를 대량으로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또 크르자니크 CEO 체제에서 연구개발(R&D) 조직이 크게 약화되고 인텔을 이끌어오던 핵심 설계자, 엔지니어들이 잇달아 인텔을 떠나는 일이 반복됐다는 점도 크르자니크 사장의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인텔 제공
    애플에 이어 인텔마저 세계 각지에서 집단소송에 몰릴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인텔의 CPU 설계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패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속도 등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CPU 속도 저하의 폭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소송을 당할 수 있다.

    ◆ '외계인 서식지' 인텔이 어쩌다 이렇게 됐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가 구설수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크르자니크 CEO 재임기간 동안 모바일 SoC 시장 철수, 핵심 설계 인력들의 잇단 퇴사, 실적 악화로 인한 구조조정 등 인텔 50여년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될만한 일들이 잇달아 반복되고 있다.

    인텔은 '외계인을 고용해 CPU를 만든다'는 유머 섞인 표현이 통용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인텔이 내놓는 CPU는 세대마다 혁신을 반복했고 일부 CPU의 경우 성능을 100% 발휘할만한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IT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 체제에서 이 같은 혁신의 속도가 현저히 둔해졌다. 2015년 내놓은 스카이레이크(Skylake) 아키텍처 이후에는 성능 향상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경쟁사인 AMD의 라이젠(Ryzen) CPU가 시장점유율을 1%대에서 10%대로 늘리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어온 기술 경쟁력 약화가 이번 CPU 설계 결함의 배경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0여년 인텔에 몸담으며 핵심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던 수석 아키텍트(설계자) 프랑수아 피에노엘이 퇴사했다"며 "이는 인텔 내부적으로 기술 인력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 애플에 이은 집단소송 가능성도 대두

    현재 인텔은 '멜트다운' 버그를 방지할 수 있는 패치를 배포한 상태다. 주요 벤치마크 사이트에 올라오는 테스트 결과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패치 이후 급격한 성능저하가 나타난 사례는 거의 없지만 아직 초기인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미국 등에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인텔이 배포한 보안 패치가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가 된 커널 메모리의 일부 기능을 막는 수준이기 때문에 CPU가 데이터를 읽는 속도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또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인텔 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사장이 지난달 중순께 1100만달러(약 117억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처분했다는 점이다. 아직 보안 취약점 문제가 널리 알려지기 이전 시점으로,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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