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닮은 AI반도체 경쟁⋯112조원 시장을 잡아라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18.01.04 11:20

    인공지능(AI) 서비스 최적화된 AI칩 출시 경쟁
    AI칩, CPU⋅GPU 처리보다 속도 빠르고 에너지 효율 높아
    삼성전자, 엑시노스9에 첫 AI 기술도입
    화웨이, 인텔, 퀄컴, 애플, 구글도 AI칩 경쟁 가세
    AI칩 등장으로 AI 데이터 클라우드 처리에서 기기 자체 처리로

    “빅스비, 시리, 어시스턴트, 알렉사…."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앞다퉈 인간의 뇌를 닮은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AP는 한 번에 하나씩 순차적으로 정형화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했지만, 인공지능(AI) AP는 이미지처리, 음성인식 등 다양한 비정형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최적화 돼 있다. 최근 글로벌 ICT 업체들이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AI칩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AI칩을 형상화한 그래픽 /IEEE Spectrum 캡처
    삼성전자(005930)는 초고속 모뎀을 탑재하고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강화한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9(9810)’의 양산을 시작한다고 4일 밝혔다. 엑시노스9은 삼성전자가 올해 2월 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할 예정인 ‘갤럭시S9’에 탑재될 AP다. 2세대 10나노 핀펫 공정을 기반으로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3세대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와 업계 최고 수준의 롱텀에볼루션(LTE) 모뎀을 탑재했다.

    ◆ 삼성전자, 인간 뇌 닮은 ‘엑시노스9’ 양산…”빅스비 AI 기능 강화”

    엑시노스9은 신경망(Neural Network)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기능과 보안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기에 저장된 이미지들을 스스로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어, 스마트기기 사용자들이 더욱 쉽고 빠르게 원하는 이미지를 찾을 수 있다. 또한 3차원(3D) 스캐닝을 통한 정확한 안면인식이 가능하다. 별도의 보안 전용 프로세싱 유닛(Unit)을 통해 안면, 홍채, 지문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엑시노스9은 CPU 설계 최적화로 명령어를 처리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및 캐시메모리 성능 향상을 통해, 싱글코어의 성능은 이전 제품 대비 2배, 멀티코어 성능은 약 40% 개선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9 /삼성전자 제공
    엑시노스9(9810)은 저조도 이미지 촬영과 4K UHD 영상 녹화 등 멀티미디어 기능도 강화됐다. 더욱 빠르고 전력효율이 높은 지능형 이미지 처리 방식을 통해 실시간 아웃포커스 기능과 야간 촬영 등 어두운 환경이나 움직임이 있는 환경에서도 고품질의 이미지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가 AI칩을 선보인 것은 자사의 인공지능 서비스 빅스비 기능의 강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빅스비의 경우 사용자가 음성으로 내린 명령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AP 연산량의 1000배에 이르는 처리 속도가 필요하다. 음성을 분석하고 이에 적절한 답변을 찾는 과정에서 필요한 데이터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 입력된 음성을 가상 공간 서버(클라우드)로 보내 답변을 찾은 뒤 다시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AI 비서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AI칩이다. AI칩이 발전할수록 기기 자체에서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량이 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용자의 서비스 만족도도 늘어나는 셈이다.

    삼성전자 비서 서비스 빅스비의 이미지 분석 기능을 사용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또한 현재의 구조에서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AI칩이 적용될 경우 다소 느린 전송속도의 통신환경에서도 빅스비와 같은 AI 비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학과 교수는 “인간의 두뇌를 모티브로 신경망 회로가 적용된 AI칩은 음성이나 사진처럼 엄청난 양의 연산이 필요한 데이터 처리와 분석에 최적화된 연산 시스템”이라며 “현재 AI는 클라우드뿐 아니라 사용자의 기기에서 직접 구동하는 단계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112조원’ AI 시장 잡아라

    중국 화웨이는 지난 9월 유럽 최대 IT 전시회인 ‘IFA 2017’에서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NPU인 AP ‘기린970’을 공개했다. 기린970은 지난달 16일 출시된 화웨이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에 탑재됐다. 화웨이는 메이트10을 내세워 미국 프리미엄폰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화웨이가 개발한 AP 기린970 주요기능 /화웨이 제공
    애플도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8과 아이폰X(텐) 시리즈에 ‘뉴럴 엔진’이 포함된 AP ‘A11 바이오닉’을 탑재했다. 사용자의 얼굴을 3만개의 구역으로 나눠 인식하는 3차원 얼굴 인식 기능인 ‘페이스ID’가 이 뉴럴 엔진으로 구현됐다. 애플이 개발 중인 AR(증강현실) 관련 기능도 뉴럴 엔진을 활용할 전망이다.

    기존 반도체 기술의 선도 업체인 인텔도 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텔은 지난달 말 ‘뉴런’과 ‘시냅스(뉴런 간 연결망)’를 모방한 AI칩 ‘로이히(Loihi)’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인텔 측은 “로이히는 인간으로 치면 13만개의 뉴런과 1억3000만개의 시냅스로 구성돼 있다”면서 “현재 바닷가재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Snapdragon)845’ AP에 AI 기술력을 집약했다. 퀄컴의 3세대 AI 모바일 플랫폼인 스냅드래곤845는 전작인 스냅드래곤835 대비 AI 성능이 약 3배 향상됐다. 개인 비서(Personal Assistance) 역시 정확한 판단과 빠른 조작, 그리고 자연스러운 응답이 가능해졌다.


    애플이 공개한 A11 바이오닉칩은 뉴럴엔진이 탑재됐다. /애플 홈페이지 캡처
    제품에 탑재된 헥사곤 685 DSP는 사용자에게 머신 러닝(기계 학습) 기능을 제공한다. 이 프로세서는 함께 내장된 어쿠스틱 오디오와 연동돼 스마트폰이 “빅스비”, “오케이 구글(OK, Google)” 등의 깨우기 단어를 더욱 잘 인식한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기업을 탈피해 지난해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이라는 새 인공지능 칩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기존 CPU나 그래픽 처리장치(GPU)보다 최대 30배 이상 빠르며 전력 소모도 적다, 현재 TPU는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도입돼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또 사진에서 친구를 식별하고 텍스트를 번역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구글이 공개한 인공지능 칩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의 모습.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AI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장은 해마다 50%씩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80억달러(약 9조원)이던 세계 AI 시장 규모는 올해 125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2022년에는 1000억달러(약 112조원)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칩은 기존 CPU나 GPU로 AI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보다 처리속도는 빠르며, 에너지효율은 높고 네트워크 환경에 따른 제약을 받지 않는다"며 “특히 AI는 점진적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스마트폰, 가전 등의 세트 제품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만큼 AI칩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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