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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별곡]④ "아파트 떠나니 '응팔'의 삶이 여기에"…단독주택을 찾는 사람들

  • 김수현 기자
  • 입력 : 2018.01.04 06:01

    2016년 결혼한 박푸름(29)씨는 신혼집으로 경기 용인에 3층짜리 단독주택을 마련해 살고 있다. 땅값과 건축비를 합쳐도 4억원 중반 정도인데, 이 정도면 주변에 있는 어지간한 아파트 값과 비슷한 데다, 공장에서 찍어낸 것과 같은 아파트와 달라 ‘자신만의 공간’에서 만족하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내린 선택이라고 했다. 박씨는 “이웃 주민들과 함께 눈을 쓸고, 마당에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면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푸름씨가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 내부. /독자 박푸름씨 제공
    박푸름씨가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 내부. /독자 박푸름씨 제공
    아파트의 꽉 막힌 답답함과 이웃과의 소통 단절, 틀에 박힌 설계에 식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대신 단독주택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단독주택엔 자신만의 개성을 담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와 전셋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소형 단독주택을 짓거나 사들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부담되지 않는다는 것도 단독주택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단독주택용지 평균 수백대1

    아파트에 밀려 오랜 기간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단독주택은 최근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다. 우선 거래가 갈수록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11월까지 전국 단독주택은 11만7932동이 거래돼, 5년 전인 2013년 한 해 전체보다 37%가 늘었다. 12월 거래건수가 집계되면 단독주택 역대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던 2015년(12만9065건)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단독주택용지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청약 경쟁률은 평균 199대 1에 달했고, 최고 8850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1층에 상가를 넣을 수 있어 수익형 부동산으로 활용 가능한 점포겸용 택지의 선호도가 더 높긴 했지만, 집만 지을 수 있는 주거전용 택지의 인기도 뜨거웠다. 지난해 3월 LH가 개최한 단독주택 용지 투자설명회에선 6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당에 무려 2000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서울 은평뉴타운에 조성된 단독주택 단지. /김수현 기자
    서울 은평뉴타운에 조성된 단독주택 단지. /김수현 기자
    단독주택이 인기를 끄는 것은 획일적인 아파트 위주의 주거형태에 질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 살아온 젊은 세대 가운데 질을 추구하면서 단독주택을 찾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의 경우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단독주택을 특히 선호하기도 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최근까지 은평뉴타운에 공급한 단독주택 필지 계약자 현황을 보면 전체 개인 계약자 99명 중 30~40대가 절반 이상(51명)을 차지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같은 값을 들인다면 차라리 나만의 개성이 담긴 집을 소유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6억5193만원. 평균이 6억 중반대인 데다 도심 접근성이 좋은 새 아파트값은 10억원이 우스울 정도다. 전세가도 매매가의 70~80%를 호가한다.

    대지면적 99㎡ 미만의 자투리땅을 활용하는 협소주택의 경우 서울 아파트값보다 저렴한 값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지면적 66㎡ 기준 서울 도심권은 10억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강북권은 6억~7억원 선, 수도권은 4억~5억원 선이면 협소주택을 지을 수 있다. 여기에 1층에 상가를 들일 수 있다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채동석 우리터건설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예전에는 건축업자에게 설계와 시공을 대부분 맡기는 식이었다면, 요즘은 건축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면서 “도로망이 좋아지면서 단독주택지가 형성되기 더 쉬워진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 집에 대한 인식 바뀌어야

    단독주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직 아파트를 대체하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다. 관리가 어려운 건 기본에, 서울 시내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부동산 호황으로 땅값이 많이 올라 자투리땅이라도 찾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외곽으로 나가자니 편의시설이 마땅치 않고, 자녀가 있는 경우 교육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이런 점을 보완한 블록형 단독주택이 잇따라 분양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도입 초기라 수요자들의 실제 만족도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경기 판교신도시 단독주택. /김수현 기자
    경기 판교신도시 단독주택. /김수현 기자
    단독주택이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상승폭이 작다는 것도 한계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동산시장에 훈풍이 불었던 2014년 초부터 지난해 11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9.64% 오른 반면 단독주택은 4.77% 오르는 데 그쳤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새 아파트일수록 주거환경이 나아지고 수요자들의 선호도 높아지고 있지만 단독주택은 환금성과 상승 탄력 측면에서 핸디캡이 있다”고 말했다.

    집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태욱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영업부 PB부동산팀장은 “대부분 아파트에 익숙한 삶을 살다 보니 단독주택을 집으로 택하는 것 자체를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면서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 등을 통해 아파트가 아닌 다른 주거 형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관련 규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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