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바이오 · 제약

희귀 심장병 소아, 인공심장 이식 국내 첫 성공…"도움의 손길 필요"

  • 허지윤 기자

  • 입력 : 2017.12.26 10:38 | 수정 : 2017.12.26 10:41

    희귀 난치성 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소아의 인공심장 이식술이 국내에서 처음 성공했다. 하지만 지속적인 치료 비용으로 보호자의 부담이 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최근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희귀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남아에 대한 ‘양심실 보조장치’(Ventricular assist device)이식술을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소아 대상 양쪽 심실을 모두 대체하는 국내 첫 인공심장 이식술이다.

    주치의 박영환 심장혈관 외과 교수는 “소아심장 이식은 길게는 수 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양심실 보조장치 이식’은 환아의 전신 건강을 지키고 성장기의 정상적인 발달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향후 소아 심부전 환자에게서 매우 유용한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심장 이식 환아가 의료진과 함께 보행 운동을 하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인공심장 이식 환아가 의료진과 함께 보행 운동을 하고 있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수술을 받은 환아는 2016년 7월생의 만 1세 남자 아이로, 생후 3개월 경부터 눈에 띄게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심장에 물이 고이는 심낭 삼출 증상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 지난 8월 25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정밀 진단 결과 ‘특발성 제한 심근병증’이었다. 이 질환은 심장을 수축, 이완하는 심장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굳어지는 병이다. 혈액순환이 안 돼 같은 폐, 간, 콩팥이 제 기능을 잃어 결국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는 중증 심장 질환이다. 현재까지 약물치료로는 조절이 안 돼 심장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심장은 뇌사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장기이고 환아에게 맞는 크기의 심장을 기증받기 위해서는 기약 없는 장기 이식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한다.

    지난 10월경 환아가 패혈증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주치의 박영환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심장기능 저하로 전반적인 신체 기능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또다시 감염 질환이 발생할 경우 생명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의료진과 수차례 회의 끝에 환아의 심장을 대체할 인공심장 이식, 즉 ‘심실 보조장치 이식술’을 시행키로 결정했다.

    병원은 박영환 교수를 중심으로 박한기·신유림 교수(심장혈관외과), 심재광·송종욱·소사라 교수(심장마취통증의학과), 정세용·최재영·정조원 교수(소아심장과) 등 다학제팀을 꾸렸다. 심실보조장치 제조사인 독일의 의료기기 회사의 파견팀도 수술실 주변에 대기하며 장비의 원활한 작동과 운영을 적극 지원했다.

    수술 한달여를 넘긴 환아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성인 용량의 이뇨제를 써서 복수와 몸속 노폐물을 배출시켜야 했던 증상도 사라졌고, 숨이 차는 증세도 없어져 호흡기를 뗐다. 뱃속 압박감이 사라져 정상적인 식사를 스스로 해 체중도 점차 늘고 있다. 다만 감염질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 일반병실이 아닌 중환자실에 있으며 오랜 기간 병상 생활을 한 탓에 걸음걸이 등 신체 기능과 정서 발달이 늦어져 별도 회복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병원은 “환아가 밝은 표정으로 여느 또래와 같이 재롱도 부리며 부모와 의료진에게 큰 안도와 보람을 선사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환아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남아 있어 후원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에 쓰인 양심실보조장치 구입과 운영 장비 임대 비용만 1억 5000여만원에 달하고, 3개월마다 운영장비 임대료가 3000만원씩 발생한다. 아직 심실보조장치에 대한 보험급여는 적용이 안 된다.

    병원 자체 환자진료 지원금과 병원과 연계된 외부 후원기금을 연계해 상당 부분의 진료비용을 감액할 예정이지만, 유일한 소득원인 직업 군인인 환아 아버지가 간호를 위해 휴직을 한 상태라 당장의 수입원도 끊겼고 심장 재활을 위한 진료비 부담이 계속 늘 것으로 보여 외부의 지속적인 후원이 절실하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박영환 교수는 “아이가 건강을 되찾고 당당한 사회 일원으로 커갈수 있도록 주변의 많은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