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빗(舊 야피안), 해킹으로 파산...고객들, 벌써 두번째 해킹 손실 부담
국내 최대 거래소 빗썸, 4월 해킹 이후 30억원에 야피안 지분 60% 인수 시도
해킹으로 파산 절차를 밟겠다고 19일 공지한 ‘유빗(Youbit)’은 앞서 올해 4월에도 비트코인 3831개(당시 55억원 어치)를 도난당한 가상화폐 거래소다. 유빗은 한때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도 인수하려고 눈독을 들였던 업체다.
4월에 해킹을 당한 가상화폐 거래소 ‘야피존’이 유빗의 전신이다. 당시 야피존은 해킹 당한 거래소라는 꼬리표를 떼려고 이름을 유빗으로 바꿨지만 8개월 만에 또다시 해킹 상대가 됐다.
야피존의 운영사인 야피안은 이날 코인손실액이 전체 자산의 약 17%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모든 코인과 현금의 입출금은 정지된다고 공지했다. 회원들의 자산(원화·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은 오전 4시 기준 기존의 75%로 조정된다고 전했다.
앞서 야피안은 지난 4월 야피존 해킹 당시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손실을 분담하라고 통보했다. 당시 해킹당한 3831개 비트코인은 야피존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던 회원들의 총자산 중 37.08%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러자 야피안 측은 “이 사건으로 발생한 손실이 모든 회원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회원들 자산을 사고 직전 보유량에서 37.08% 차감하겠다”고 공지했다. 당시 가상화폐 거래소의 허술한 보안으로 일어난 피해를 왜 이용자가 분담해야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야피안 측은 요지부동이었다.
조선비즈 취재결과, 이후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인 엑스피씨가 경영권 인수 목적으로 야피안 지분 60%를 30억원 규모로 잡아 CB(전환사채) 투자를 제안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빗썸은 야피안에 “현재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경영권 변경 없이 안정적인 야피존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해킹 피해 회원들에 대한 빠른 원금 손실 보상을 해줘야 회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빗썸은 해당 제안서에서 “CB 발행시 담보부 전환사채(전체 회원 자산의 50%를 담보로 설정)로 발행하고 해당 CB는 사전 설정한 기준에 따라 전액 주식으로 전환되며, 주식 전환시 50%를 초과하는 지분을 엑스씨피가 보유하게 된다”고 명시했다.
빗썸은 “CB 투자에 따른 대금은 100% 현금(또는 비트코인)으로 지급하며, CB 발행에 따른 이자율 및 기간 등의 상세 항목은 추후 협의를 통해 확정할 것”이라며 당시 야피안의 기업 가치를 할인해 20억원으로 매겼다. 하지만 야피안은 ‘지나치게 기업 가치가 낮게 매겨졌다’면서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당국이나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 이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져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해킹당한 야피존이 유빗으로 이름을 바꿨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거기를 또 누군가가 이용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면서 “이름 바꿔서 다시 출범했지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 경쟁사로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었다”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유빗(옛 야피존)은 지난 2013년 국내 최대 가상화폐 커뮤니티 ‘땡글’의 ‘땡글 거래소’에서 시작했다. 이후 땡글에 커뮤니티 부문은 남고, 거래소 부문은 ‘야피안’이라는 별도의 법인으로 독립했다.
야피안은 비트코인거래 전용 프로그램 ‘야피존 HTS(Home Trading System)’을 개발했다.야피존 HTS는 증권 HTS 방식의 거래 서비스를 비트코인 거래에 적용한 것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