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금융사 부실화 때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대신 주주와 채권자들이 손실을 부담하게 하는 베일인 제도(Bail-in)를 내년에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제도 도입을 위한 제반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주요 금융사를 중심으로 시범운영 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신한, 하나, KB, 농협지주와 우리은행 등이 베일인 제도 편입 대상이 될 전망이다.

조선DB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은 내년 베일인 제도 도입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베일인 제도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내년 시행을 위해 법개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베일인 제도는 국가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형 금융사의 부실을 주주는 물론 채권자 역시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베일인 제도는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내 글로벌 주요 은행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추세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베일 아웃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베일 아웃 제도는 말 그대로 금융사의 부실 등을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살리는 제도다. 금융사의 부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일반 국민은 물론 기업 역시 동반 부실이 발생할 수 있어 공적자금을 투입해 연쇄도산을 막기 위한 방책이다.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베일아웃 제도에 기반해 총 168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사 등의 부실을 메꿨다. 지난 9월 기준으로 공적자금 회수 규모는 115조4000억원으로 회수율은 68.4%를 기록했다.

정부는 베일 아웃 제도를 기반으로 한 공적자금 투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우그룹을 시작으로 대우조선, 저축은행, 우리은행 등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 세금을 통해 부실을 막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에 지난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베일인 제도 도입 필요성이 국제사회에서 대두됐고 우리정부도 이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베일인 제도 도입은 금융사의 반대 여론으로 지금껏 미뤄져 왔다. 지난 2015년에도 금융위는 베일인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법 개정까지 추진했지만, 금융권의 반대에 막혀 버렸다.

금융사가 베일인 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는 자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사의 경우 부실이 발생해도 정부가 공적자금을 통해 파산을 막아준다는 인식이 강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를 이용해 낮은 금리의 은행채를 발행해 유리한 조건으로 자본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베일인 제도가 도입되면 은행채 금리가 다소 올라가 은행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충당금 역시 기존보다 더 쌓아야 한다.

바젤위원회가 선정한 글로벌 주요 은행(G-SIB) 중 베일인 제도에 편입된 은행의 경우 최고 8% 수준의 자기자본을 추가로 더 쌓도록 하고 있다. HSBC, JP모건, 바클레이스, 씨티그룹, 도이치뱅크 등이 G-SIB에 해당된다.

자국 내 주요 은행(D-SIB)은 지난 6월 신한, KB, 하나, 농협지주와 우리은행 등으로 선정됐다. 이들 은행은 기타 다른 은행대비 1%의 추가 자본을 쌓아야 하는데, 베일인 제도에 편입되면 여기에 별도의 추가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베일인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안에 ‘채권자 책임 분담’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