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뜨니 북적이네’…불황에도 호응얻는 팝업스토어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17.12.19 06:05

    지난 6월 30일 청담동 루이비통 매장 앞에는 새벽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루이비통과 슈프림의 협업 상품이 발매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은 개점 당일 0시에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팝업스토어 일정과 장소를 공지했다. 이날 매장 앞엔 온종일 대기 줄이 이어졌고 하루 만에 준비한 상품 대부분이 팔렸다.

    루이비통은 슈프림 협업 팝업스토어의 일정과 장소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개장 당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판매처를 기습 공지했다./루이비통 인스타그램 캡처
    비슷한 시각, 부산 청사포 해변의 한 카페가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서식품이 연 팝업 카페 모카사진관이다. 이 카페에선 방문객들에게 맥심 모카골드 한 잔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행사가 진행했다. 5월부터 7월까지 열린 모카사진관을 찾은 방문객은 약 9만명에 달한다. 올 한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히트 상품의 공통점 중 하나는 팝업(pop-up) 스토어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 불황에도 긴 줄 세운 팝업스토어 위력

    잠깐 떴다 사라지는 온라인 팝업창에서 명칭을 따온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두 달 정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상점이다. 2002년 미국의 대형 할인점 타깃(Target)이 신규 매장을 개장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임시 매장을 열었는데, 그 매장이 예상 외의 인기를 끌면서 팝업스토어의 역사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나이키가 2012년 홍대에 팝업스토어를 연 것을 기점으로 확산됐다.

    최근 유통업계에 신드롬을 일으킨 ‘평창 롱패딩’도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한 것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부터 본점과 잠실 애비뉴엘 등 주요 점포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하고 평창올림픽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 매장이 아닌 백화점 1층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진입로에 개장해 고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매장 앞에는 평창동계올립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반다비 인형을 전시해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팝업스토어 ‘아틀리에 비비드 라이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르노삼성자동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의 체험형 팝업스토어 ‘아틀리에 비비드 라이프’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부산 광안리에 열었다. 신차 시승 이벤트를 비롯해 팝업 레스토랑과 쿠킹 클래스를 운영해 고객과의 접점을 높였다. 10월 27일부터 운영한 팝업스토어는 20~30대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한 달 만에 1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뉴발란스는 지난달 4일부터 홍대 다운재킷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겨울 전략 외투인 롱 다운재킷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로 미술품 전시와 DJ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2주 간격으로 펼치고 있다. 뉴발란스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팝업스토어가 매출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뉴발란스의 월매출은 71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진출 이후 가장 많은 월매출이다.

    동원F&B(049770)는 지난 11월 유제품 브랜드 덴마크의 리 브랜딩을 기념해 가로수길에서 ‘덴마크 프레시 갤러리’를 운영했다. 무료 시음, 사진 촬영, 네일아트, 공연 등 다양한 체험 이벤트로 새로워진 이미지를 알렸다.

    앞서 8월에는 가로수길에 동원참치 팝업스토어 ‘더참치밥집’을 열었다. 실제 식당처럼 꾸민 팝업스토어로, ‘더참치 핫치폴레’와 ‘더참치 소이갈릭’을 활용해 만든 컵밥을 무료로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 ‘치고 빠지니’ 열광…유통업계, 차별화된 팝업 콘텐츠를 만들어라

    유통업계가 팝업스토어를 여는 이유는 체험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소매 유통이 부상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고객과의 접점 확보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좋은 유통 모델이다.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여는 임시 매장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팝업스토어라는 태그를 검색하면 9만7000여 건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가로수길의 한 음료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대학생 이수경 씨(23)는 “구경거리도 많고 제품도 덤으로 주기 때문에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생기면 한 번씩 찾는 편이다. 대부분 공간을 멋지게 꾸며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좋다”라고 말했다.

    워너원 팝업스토어 오픈일,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에는 백화점 개장 시간 전부터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본점 영플라자에서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 팝업스토어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워너원의 정식 데뷔를 기념해 개장한 이 팝업스토어엔 첫날부터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워너원의 모습을 담은 피규어가 조기 완판되는 등 대부분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의 팝업스토어 성과와 비교할 때 10매 이상의 매출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069960)은 지난 4월 PC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팝업스토어를 신촌점에서 선보였다. 50여 일간 운영한 팝업스토어에는 총 4만5000여 명이 방문했다. 특히 백화점을 잘 찾지 않는 남성 고객들이 많이 몰려 신규고객 유입 효과를 톡톡히 봤다.

    ◆ 오프라인 유통 하락세에도 팝업스토어는 전망 밝아

    디지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아바나데(Avanade)와 이케이엔(EKN)의 소매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통적인 형태의 매장이 50% 이상 축소되고 팝업스토어와 테마형 매장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유통환경의 변화에 따라 팝업스토어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팝업스토어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매장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새롭고 차별화된 마케팅 및 판매 채널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팝업스토어가 유통가의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면서 차별화된 콘셉트와 체험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릴레이 팝업을 통해 지속성을 높이거나, SNS를 활용한 기습 이벤트로 재미 요소를 강조하는 식이다.

    부산 청사포 해변에서 진행된 모카사진관/동서식품 제공
    동서식품은 매년 다른 콘셉트의 맥심 모카골드 팝업 카페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맥심 모카골드 팝업 카페는 2015년 제주도에 모카다방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성수동에 모카책방을 열어 두 달간 5만6000여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루이비통은 슈프림 협업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 장소를 개장 당일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공지했다. 가수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도 SNS를 통해 팝업스토어를 기습적으로 알렸다. 또 입장권을 선착순으로 나눠줬고, 티켓을 지닌 사람만 매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들 팝업스토어는 희소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에게서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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