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 가격 상승을 기원하는 은어인 ‘가즈아(가자)’가 유행어로 거듭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 투자자는 물론 아직 투자에 뛰어들지 않은 사람도 다양한 상황에 가즈아란 표현을 적용하면서 이를 하나의 즐거운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심지어 외국인도 “GAZUA(가즈아)”를 외치고 있다.
◆ 가상화폐 뜨니 너도나도 “가즈아”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가즈아를 해시태그(#가즈아)해 검색해보니 관련 게시물이 1600개가량 노출됐다. 인스타그램에서는 검색 단어 앞에 해시기호(#)를 붙이면 다른 이용자가 해당 단어와 함께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가즈아’ 게시물은 요근래 등록됐다.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커뮤니티에서 이 표현을 써오긴 했으나 최근 가상화폐 열풍과 함께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게시물 중 상당수는 사용자가 수익 극대화를 기원하며 자신의 가상화폐 투자 상황을 공유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와 무관한 사진을 올리면서 가즈아를 활용하는 사례도 제법 많이 보였다. 가령 여행 떠나는 사진을 올리면서 “여행 가즈아”라고 쓰거나 시험 공부하는 사진 밑에 “90점 이상 가즈아”라고 적는 식이다.
직장인 강병국(32)씨는 “가상화폐 시세가 연일 급등세를 보이니까 여기서 파생된 유행어에 대해서도 괜스레 좋은 기운을 느끼는 듯하다”며 “아직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진 않았지만 가즈아라는 유행어는 재미삼아 종종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가즈아 사용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대화를 나누는 텔레그램 채팅방 사진이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사진 속 외국인 투자자들은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길 바라며 힘주어 “GAZUA!(가즈아!)”를 외친다.
일부 사용자는 경의중앙선 ‘가좌역’ 사진을 SNS에 올리며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성지(聖地)와도 같은 곳”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식지않는 열기에 정부는 고심
많은 국민이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 유행어를 재미로 받아들이는 것과 달리 정부는 투기 과열 조짐을 잠재우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을 방치하면 심각한 왜곡·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15일 개최하려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다음주로 연기했다. 지난 13일 긴급 회의를 열어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통화 계좌 개설·거래 금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음에도 시장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자 추가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4일 검찰에 “가상통화 관련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히 대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가상통화 투자금 모집과 가상통화 채굴을 빙자한 투자 사기, 가상통화를 이용한 마약 등 불법거래 등을 가상통화 관련 범죄의 주요 유형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규제안’을 발표하고 업계 자체적으로 가상화폐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자리에서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모든 신규 가상화폐 상장을 당분간 유보하고, 해킹 방지를 위해 암호화폐를 네트워크와 분리해 보관하겠다”며 “투자자 예치금은 100% 금융기관에 예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