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雜)코인의 뻥튀기·사기 정보가 성행하면서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잡코인이란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 화폐를 제외한 대안코인(Alternative coin·알트코인)을 부르는 말이다. 허위 정보 종류도 제휴사 정보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발표까지 다양하다. 주요 거래소는 부정확한 내용도 정보인양 소개해 잘못된 정보 확산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상화폐는 전 세계에서 우후죽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신빙성 있는 정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법적인 테두리가 없어서 딱히 방법이 없다”며 “투자자가 알아서 주의해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에 특화된 가상화폐인 ‘아이오타’는 이달 초 삼성전자와 MS와 제휴한다는 소식에 가격이 급등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밝혀졌다.
아이오타 측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MS, 후지쯔, 시스코 등과 IT 기업들이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판매하는 공동시장(데이터 마켓플레이스) 관련해 제휴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며칠 후 유력 외신이 아이오타가 삼성전자, MS 등과 협력한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소식에 지난 5일 아이오타 가격은 하루에만 90% 가까이 급등하며 시가총액 5위권에 등극했다. 국내에서도 9500원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삼성전자와 시스코 등은 아이오타와 공식적인 제휴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삼성전자 해외지사 유관부서에 확인해봤지만 삼성전자와 아이오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말단 조직이 따로 (아이오타 측과) 접촉했을 수는 있지만 이 경우 삼성전자 사업에 반영되는 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코도 “IOTA와 함께 협력을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MS도 공식 파트너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MS는 “아이오타는 우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 고객일 뿐”이라고 밝혔다. 아이오타도 최근 “MS와 공식적으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 교류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MS와 공식적인 파트너라고 발표한 적이 없는데 언론이 공식 파트너인 양 과장해 보도했다”며 “우리는 그들을 참여자(Participant)라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아이오타 가격은 소폭 하락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도 최근 사기논란에 휩싸였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하드포크(기존 버전과 호환되지 않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10일 급작스럽게 하드포크를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비트코인 플래티넘 공식 트위터에 “숏 개꿀띠(공매도로 이익을 봤다), 사실 스캠(속임수) 코인 맞습니다” 등 장난스러운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사기설이 퍼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정상적인 하드포크가 아니라 한국 고등학생 한 명이 친 사기’라는 소문까지 돌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비트코인 플래티넘 관계자들은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프로젝트가 일부 개발진의 악의적인 의도에 따라 중단된 것처럼 설명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하드포크는 진행될 것”이라고 트위터에 밝혔다. “한글 트윗 2개는 개발자 중 한 명이 일정이 촉박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발적으로 남긴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하지만, 비트코인 플래티넘 채굴 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는 데다 공식 홈페이지에 도메인을 10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올라와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프로젝트는 주요 개발자가 프로필을 공개하는 편인데 비트코인 플래티넘은 개발자나 재단에 대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공개된 소스코드도 기존 가상화폐의 소스코드를 짜깁기해놓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보가 우후죽순 쏟아져나오지만, 투자자들은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정보의 최전선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오히려 허위 사실 유포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국내 2위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원이 최근 가입자에게 메일로 제공한 명세서에서 “아이오타는 MS,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이끌어냈다”며 “이러한 소식들을 기반으로 아이오타의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코인원 측은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 습득과 분석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주의 깊게 판단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제공했다”며 “외신을 참고해 첨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태도 마찬가지다. 빗썸과 업비트, 코인네스트는 비트코인 플래티넘 하드포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스냅샷을 하겠다고 밝혔다. 스냅샷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소유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스냅샷 시기에 따라 가상화폐 가격이 변동할 수 있다.
코인네스트 측은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건의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비트코인 플래티넘 상장은 아니고, 스냅샷을 준비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는 “하드포크는 원래 개발자와 기술이 공개되고 검증이 돼야하는데 요즘에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거래소들이 검증되지 않은 코인을 상장하면 문제에 생길 수 있으니 (코인 상장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상화폐에 대해 무조건 의심하기보다는 사전에 예방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나 적격 투자자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가 없는 시장인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를 받는 시장이라면 규제 안에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며 “투자자 보호장치나 공정한 정보 공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신생 코인들도 있지만, 온전히 투자자 책임으로 이어진다”며 “투자자들이 신중한 판단을 하는 방법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