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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성장 거듭한 저비용항공사…정비·안전문제 우려도 도마 위에

  • 진상훈 기자
  • 입력 : 2017.12.07 17:53

    지난 10월 호주 퍼스를 출발해 인도네시아로 향하던 아시아 1위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아시아의 항공기가 이륙한 지 25분만에 9.7km 상공에서 3km 상공으로 급강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기장이 신속하게 기체를 착륙시키면서 참변은 막았지만 150여명의 탑승객들은 회항을 마칠 때까지 공포에 떨어야했다. 사고 이후 전세계 항공시장에서는 저비용항공사들의 부실한 정비와 안전관리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몇 년간 저렴한 가격에 단거리 해외여행에 나서는 여행객들이 급증가하면서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앞다퉈 외형 확장에 나서고 있다. 각 항공사는 잇따라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 인력 채용도 늘리는 추세다.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한 에어로K와 강원 양양의 플라이양양이 잇따라 저비용항공업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현재 제주항공 등 6곳인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저비용항공사들의 안전관리 등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들이 외형 성장을 넘어 정비와 교육 등 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에 나서야할 때라고 말한다.

    ◆ 잇따른 회항·운항지연…도마 위 오른 저비용항공사 안전관리

    최근 거듭된 회항과 운항지연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항공기/조선일보DB
    최근 거듭된 회항과 운항지연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지적이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항공기/조선일보DB
    지난달 12일 제주항공의 인천발 사이판행 항공기는 이륙 1시간 45분만에 기체 결함이 발견돼 인천공항으로 되돌아왔다. 제주항공은 긴급정비에 나섰고 2시간이 지나서야 대체 항공기를 투입해 운항에 나섰지만 승객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했다. 지난 9월에는 제주를 떠나 김해로 향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타이어 파손으로 1시간 이상 활주로에 멈췄다.

    지난달에는 부산발 제주행 에어부산 항공기가 난기류로 인해 2차례나 착륙을 하지 못하고 기체를 돌리는 일이 있기도 했다. 당시 기상상황 악화로 이륙을 늦춰야하는 상황에서 항공사측이 무리하게 운항에 나서 승객들이 고초를 겪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9월에는 에어부산과 같은 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의 항공기가 괌에서 인천으로 오다가 기체 결함이 발견돼 인근 오키나와공항에 비상 착륙하기도 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의 회항과 운항지연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부족한 안전관리와 정비 역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을 비롯해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 등은 자체 정비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기체 중정비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대만에서, 엔진 중정비는 브라질 싱가포르 등에서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기체 중정비를 몽골과 대만 등에서 받는다. 대한항공 계열의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 정도만 모회사의 정비시스템을 이용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인 정비시스템이 없는 항공사들은 각종 장비와 엔진 등 필수부품을 신속하게 지원받지 못해 사고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며 “저비용항공사들이 최근 몇 년간 쌓은 막대한 이익을 이제 자체 정비시스템을 갖추는데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종사·승무원 교육도 숙제…“정부가 저비용항공사 안전관리 강화해야” 주장 잇따라

    기장과 승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안전사고 등에 대한 상황 대처능력을 높여야 한다. 최근 저비용항공시장의 성장으로 기장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각 항공사는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 없이 채용하거나 충분한 교육 없이 조종사와 승무원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신입 조종사를 채용할 때 1000시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요구한다. 다른 대형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도 500시간 이상의 비행을 해야 조종사로 지원할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비행 지원 자격이 250시간에서 많아야 350시간이다.

    조종사 채용 이후의 교육기간도 대형사에 비해 저비용항공사들이 훨씬 짧은 편이다. 대형 항공사의 조종사 교육기간은 13개월가량이지만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4~8개월의 교육만 이수해도 운항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외 항공업계에서는 조종사, 승무원 교육이 부실한 저비용항공사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크게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 10월 홍콩의 저비용항공사 홍콩익스프레스는 승무원들이 법으로 규정된 안전교육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아 탑승을 못하게 되면서 무더기 결항 사태를 빚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안전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홍콩 항공당국은 지난달 홍콩익스프레스에 대해 신규 취항과 노선 증편, 항공기 신규 도입 등을 전면 금지하는 ‘철퇴’를 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영업 중인 저비용항공사들의 안전관리와 인력양성 문제를 제대로 개선하지 못할 경우 새롭게 출범할 신규 저비용항공사들 역시 똑같은 문제점을 노출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저비용항공사들의 안전 문제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업체들도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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