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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규제] "가상화폐는 일부분…블록체인 주목해야"

  • 전준범 기자
  • 입력 : 2017.12.07 11:10

    “달(블록체인) 가리키는데 손가락(가상화폐 투자)만 보고 있는 꼴이다.”
    “가상화폐보다는 그 배경의 블록체인 기술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해 투기에 가까운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성장의 바탕이 된 블록체인 기술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쁜 꽃 한송이에 열광하지 말고 그 꽃이 만개하도록 영양분을 제공한 기름진 토양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시도될 수 있는 해킹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중앙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하는 금융회사의 기존 방식과 달리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자의 거래장부를 공유·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다.

    블룸버그 제공
    블룸버그 제공
    ‘블록체인 혁명’의 저자 돈 탭스콧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만경영대학원 초빙교수는 향후 수십년 동안 전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기술로 블록체인을 꼽으며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의 차세대 모습으로, 기업과 사회 그리고 개인 모두에게 큰 가능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슈퍼컴 1~10위 달라붙어도 블록체인 해킹 어려워”

    사실 블록체인에 대한 정의는 읽어도 확 와닿지 않는다. 위키디피아에는 ‘공공거래 장부이며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로 정의돼 있고, 마이클 케이시·폴 비냐가 쓴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에는 ‘본질적으로는 기술이지만 돈과 커뮤니티를 둘러싼 개인이 그룹의 이익을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라고 적혀있다.

    기존 은행 거래와 비교해보면 한결 이해하기가 쉽다. 우리가 은행에서 송금·대출 등의 업무를 볼 때 작성하는 모든 거래내용은 은행에만 저장된다. 그래서 이전 거래내용을 확인하려면 은행을 통해야 한다. 거래기록이 특정 기관의 중앙서버에 담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 제공
    KTB투자증권 제공
    반면 블록체인 방식에서는 참여자 A가 B에게 송금을 시도하면 거래정보가 블록으로 생성된다. 이 블록은 모든 참여자에게 전송되고, 참여자들은 해당 블록의 유효성을 상호검증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야 블록이 체인에 연결될 수 있다. 송금은 이 과정들이 끝난 다음 이뤄진다.

    이런 특성 때문에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거래내역 위조나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령 참여자 C가 블록 3에 대해 해킹을 시도한다면, C는 블록 3의 기록을 갖고 있는 블록 4의 데이터도 수정하고 현재 생성 중인 블록 5의 데이터까지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다른 참여자들이 블록 5에 대한 또 다른 블록을 생성하고 있다면 참여자 C는 그들보다 빠른 속도로 블록 5를 생성해내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만 해킹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컴퓨터 1~10위의 연산력을 모두 더해도 블록체인 해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블록체인의 거래장부를 위조·해킹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거래자의 과반수 이상을 속여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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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LG·도요타 등 “블록체인 선점하자”

    보안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정보기술(IT) 고도화 시대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보안 문제를 지적해왔다. 오늘날 중앙시스템에 의한 데이터베이스 구조는 서버 자체의 취약성도 있지만, 내부 직원의 관리 실수에 따른 해킹 위험도 존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 분야 종사자의 64.5%와 빅데이터 분야 종사자의 64.2%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위협요소로 개인정보 무단사용과 유출을 꼽았다. 또 최근 5년간 국내에서만 개인정보 5300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블록체인의 안전성이 최근 들어 크게 각광받는 것이다. 유안타증권 기업분석팀은 “블록체인 적용 범위를 암호화폐에 한정하지 않고 산업으로 넓힐 경우 더 다양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발 빠른 기업들은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일본 자동차회사 도요타는 기존 완성차 사업에 블록체인을 도입해 자율주행과 공유경제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올해 5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미디어랩과 제휴를 맺고 자율주행차 주행데이터 공유와 카셰어링 관리, 차량 사용정보 저장 등을 위한 블록체인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018260)), LG CNS 등 IT서비스 업체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중 삼성SDS는 올해 6월 관세청·해양수산부·현대상선·한국IBM 등과 함께 ‘해운 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발족했다. 현재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블록체인을 수출입 물동량 관리에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삼성SDS는 올해 초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Nexledger)’를 삼성카드에 적용한 바 있다. 삼성SDS는 최근 서울시가 블록체인 기술을 행정업무에 접목하기 위해 발주한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LG CNS는 세계 최대 금융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파트너십을 맺고 금융 블록체인 사업화에 나선 상태다. R3에는 HSBC·메릴린치·뱅크오브아메리카 등 8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가입해 있다. LG CNS 관계자는 “R3가 만든 금융산업용 블록체인 기술 ‘코다(CORDA)’를 한국형 모델로 만들어 기업과 금융권에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민간투자 추이 / 유안타증권 제공
    글로벌 블록체인 민간투자 추이 / 유안타증권 제공
    ◆ 우버·에어비앤비는 위기 맞을 수도

    삼성·LG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블록체인 시장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빔(VEEM)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국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2017년 11월 기준 전세계 60개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빔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불과 1년 만에 누적 송금액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의 또다른 스타트업 LO3에너지(ENERGY)는 뉴욕 브루클린에서 독일 지멘스와 함께 ‘브루클린 마이크로그리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마이크로그리드(섬과 같은 좁은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전력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전기를 개인간 거래(P2P)로 거래할 수 있게끔 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음악 분야에서도 블록체인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은 2015년 블록체인 기반의 음원 유통 서비스 ‘우조 뮤직’을 통해 신곡을 발표했다. 우조 뮤직은 사용자가 가상화폐 ‘이더리움’으로 음원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 / 유진투자증권 제공
    영국 싱어송라이터 이모젠 힙 / 유진투자증권 제공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디지털 데이터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며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블록체인의 발전이 달갑지 않은 섹터도 존재한다. 우버·에어비앤비 등 P2P(개인간 거래) 중개 기반의 공유경제 기업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김재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P2P 공유서비스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사실상 개인간 직거래를 중개하면서 중개수수료를 받고 중앙서버를 통해 거래를 독점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들 기업의 중재 없이 블록체인의 기반의 ‘진짜’ P2P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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