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아동수당 상위 10% 미지급' 방침에 자녀 세액공제 누더기 되나

  • 이현승 기자
  • 입력 : 2017.12.07 10:55

    정부가 2019년 폐지할 예정인 0~5세 자녀 세액공제를 소득 상위 10%에 한해 유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세법이 누더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19년부터 폐지되는 0~5세 자녀에 대한 세액공제를 아동수당을 못 받는 가구(소득 상위 10%)에 대해선 유지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오는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자녀 세액공제는 자녀 1명당 15만원, 셋째부터 30만원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공제하는 제도인데 2019년부터는 자녀가 6세 이상인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입법에 나서는 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예산안이 상위 10% 가구를 역차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부터 0~5세에 월 10만원을 지급함에 따라 세제 중복지원을 막기 위해 같은 연령대에 대해선 자녀 세액공제를 폐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아동수당을 상위 10%를 빼고 지급하기로 하면서 이들 가구의 경우 아동수당도 못 받고 기존에 받던 자녀 세액공제도 못 받게 됐다.

    정부가 아동수당을 못 받는 상위 10% 가구의 경우 자녀 세액공제는 유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 조선일보DB
    정부가 아동수당을 못 받는 상위 10% 가구의 경우 자녀 세액공제는 유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 조선일보DB
    문제는 상위 10%에 고소득층 뿐 아니라 맞벌이 중산층 가구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해 상위 10%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상위 10%의 월 소득 경계값은 2인가구가 559만원, 3인가구 723만원, 4인가구 887만원이다. 금융자산과 집값, 전세금, 자동차 등 순자산 상위 10%의 경계값은 6억6133만원이다. 이에 서울 강남지역에 전세로 사는 30대 맞벌이 부부도 상위 10%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아동수당 수급 제외자에 한해 자녀 세액공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에서 기존에 모든 연령의 자녀에게 적용하던 세액공제를 ‘6세 이상’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다시 모든 연령에 대해서 적용하는 것으로 원상복구 한 뒤 ‘아동수당 수급자는 제외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법 개정안이 정부 안대로 통과 하면 0~5세 자녀가 있는 상위 10% 가구는 아동수당은 못 받지만 자녀 세액공제는 기존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 하위 90% 가구는 아동수당만 받을 수 있고 자녀 세액공제는 못 받는다.

    그러나 이런 정부 방침이 세법을 누더기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액공제는 '소득'을 기준으로 세금을 빼주는 제도다.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해 정한 일부 계층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나머지 가구의 불만을 부추길 수 있다. 이런 식의 예외 적용이 다른 세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산층에 대한 세액공제를 유지함에 따라 오히려 세금 감면에 따른 소득 분배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녀 세액공제는 납부할 소득세 규모 자체가 작은 저소득층에 대해선 조세감면 효과가 크지 않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소득 1~3분위에 대한 자녀 세액공제는 40억원으로 전체의 0.3%에 그친다. 공제 혜택이 이미 주로 4분위 이상에 귀속되고 있다.

    국회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어서 정부 안대로 통과될 지는 불확실 하다. 올해 세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야당 의원은 불필요한 잡음을 막기 위해 세액공제를 당장 내년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녀 지원을 아예 재정 지원으로 일원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여론을 의식해 일단 내년 말까지는 재정과 세제를 중복 지원하자고 했고, 결과적으로 논란이 확산될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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