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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의 스마트경영] 한국의 후진적 인사시스템

  • 김홍진 전KT사장

  • 입력 : 2017.12.08 04:00

    [김홍진의 스마트경영] 한국의 후진적 인사시스템
    나사는 보통 철물점에서 뭉텅이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시계에 들어가는 미세 정밀나사부터 중장비에 쓰이는 대형나사까지 특수나사는 전세계 생산, 제조 현장으로 팔려 나간다. 특별한 규격을 가진 나사가 특정한 곳에 쓰이는 것이다.
    프로구단에서는 선수를 뽑기 위해 우선 포지션 별로 필요한 선수의 스펙을 정하고 그에 맞는 선수를 전세계에서 찾는다. 신인 드래프트를 하기도 하고 경력선수를 트레이드하거나 스카우트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 선수들도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 진출하기도 한다. 최고의 성적을 내게 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글로벌 수준의 기업이 출현한 지 수십 년이 되어 가는데 우리 인사 시스템은 여러 면에서 아직 허술하다. 우선 조직 내의 모든 자리마다 업무가 정의(job description)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채용, 배치, 평가 등이 후진적이다.

    구글은 자리 마다 최적인 사람을 찾기 위해 개별적으로 심지어 10차례 넘게 면접을 하기도 한다. 반면에 우리의 경우는 대부분 업무 기준이 아니라 능력 기준으로 매년 일괄해서 채용하고 교육한 후에 현업에 배치한다. 야구로 치면 포지션에 맞는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선수를 뽑아서 훈련시킨뒤 여러 포지션에 배정하는 것이다. 아마추어 구단 같은 운영 방식이다.

    모든 조직의 자리마다 업무를 정의하고 그 업무에 맞는 능력자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업무의 목표를 정하고 평가를 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강제로 밀어 붙였던 공무원 성과급 제도도 이와 같이 개별업무와 목표에 대한 기술이 구체적으로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업무(job)와 임무(mission)를 제대로 정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한 후에 성과급제도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려면 노동생산성의 차이에 대한 보상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저성과자들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재교육, 업무 조정, 목표 조정 등을 보상과 연동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끌어 올리고 국가가 오랫동안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길임을 동의해야 한다.

    우리 기업 문화의 또다른 특징은 신입 사원을 채용해 삼성맨, LG맨 하는 식으로 순혈주의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다수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시간이 지나며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시스템이다. 최종까지 살아 남는 사람이 최고경영자 반열에 오른다. 대부분 신입 사원 때 입사한 인재들로 회사를 끌고 간다.

    개인도 한번 입사하면 회사가 망하거나 스카우트되거나 퇴사하는 경우를 제하고는 정년까지 한 직장에 머무는 걸 기본적인 선택으로 여긴다. 정부의 정책이나 법으로도 정년을 보장하고 해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게 가장 안정적인 삶을 사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순혈주의를 추구하는 조직은 다양성의 부족으로 창의적일 수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생산성도 뒤떨어진다. 대기업이 신입사원 뿐 아니라 경력자도 같은 수로 채용하도록 사회적인 합의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인재들이 한 직장에 매이지 않고 사회를 큰 물로 해서 섞일 수 있고, 한 직장을 떠나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이 용이한 사회가 된다.

    사업을 하고 싶어서, 사업에 실패해서, 여러 이유로 현재의 직장을 떠나야 해서, 육아를 위해 등등 직장을 떠나고 또 찾아야 하는 이유는 많다. 한 직장에서의 고용보장이 아니라 새로운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사회가 오히려 직업의 안정을 제공한다.

    신입사원 채용 뿐 아니라 경력자 시장이 활성화된 사회가 되어야 한다. 노령화 사회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직장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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