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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소비 따지는 욜로족 잡아라'...화장품업계, 한정판 제품 출시 봇물

  • 박수현 기자
  • 입력 : 2017.12.07 10:30

    스스로를 ‘코덕(코스메틱 덕후)’이라고 부르는 직장인 이모(26·여)씨의 파우치는 한정판 제품으로 가득하다. 이씨는 “한정판 아이섀도우나 립스틱은 색상이나 질감, 패키지가 일반 제품과 전혀 다르다. 기존 제품의 패키지만 바꾼 경우에는 여러개를 좀더 저렴한 가격에 묶어서 팔기도 한다”며 “남들 다 쓰는 화장품보다는 좀 더 색다른 걸 찾다보니 올해 모은 한정판 제품만 15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현재의 만족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쓰는 욜로(YOLO)족 등 가치소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화장품 업체들이 소장가치를 높인 한정판 제품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 한정판 화장품 ‘완판’ 줄이어…“소량 생산, 특이한 디자인으로 소장 욕구 자극”

    화장품업계에서 한정판 제품은 ‘완판 효자’로 불린다. 한정판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정받은 제품들을 묶어 유행에 맞는 디자인을 더해 소량 생산 판매하기 때문에 희소성이나 소장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소장 욕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문화, 한정판 등 세개의 축으로 형성되는 경쟁 구도에서 쟁취하고 싶은 소비 심리를 파고드는 것이다.

     애경 AGE 20’s의 한정판 쿠션 제품 ‘로얄 블랙 에디션’은 총 15회 홈쇼핑 방송에서 매진됐다. / 애경 제공
    애경 AGE 20’s의 한정판 쿠션 제품 ‘로얄 블랙 에디션’은 총 15회 홈쇼핑 방송에서 매진됐다. / 애경 제공
    생활뷰티기업 애경의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AGE 20’s’는 지난 9월 GS홈쇼핑에서 쿠션 제품 ‘로얄 블랙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첫 방송에서만 3만1000세트를 판매하며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된 애경 제품 중 최다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월 현대홈쇼핑에서 진행된 마지막 방송에서는 방송 종료 30분 전에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애경 관계자는 “로얄 블랙 에디션은 홈쇼핑 4개사에서 진행한 전 방송에서 매진됐다"며 “한정수량 25만세트(약 170억원)가 완판돼 방송 1회당 평균 약 12억원씩 팔린 셈”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지난해 처음 선보였던 한정판 제품 ‘크리스탈 에디션’보다 16%가량 더 많이 팔린 것”이라며 “크리스탈 에디션은 방송 1회당 평균 판매액이 약 1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색조브랜드 에스쁘아의 ‘홀리데이샤워 컬렉션 익스클루시브 키트’의 경우 지난 1일 에스쁘아 온라인몰에서 단독 출시한지 1시간 만에 한정수량 300개가 품절됐다. 케이비퍼시픽의 온라인 뷰티브랜드 ‘라라베시’는 이달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에서 진행한 ‘악마크림+악마쿠션’ 크리스마스 한정판 패키지 2000개 완판을 기록했다. 라라베시는 지난해에도 크리스마스 한정판으로 출시한 ‘악마크림+악마쿠션’ 1만개 제품을 모두 팔았다.

    에스쁘아 관계자는 “소장하고 싶은 트렌디한 패키지와 여러가지 제품을 다양하게 구성해 코덕들의 입소문을 타고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 협업·기부 캠페인 등 마케팅도 ‘다양’

    한정판 출시와 함께 펼치는 마케팅도 업체별로 각양각색이다. 특히 화장품업체들은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협업 상대가 유명한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일수록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랑콤 ‘올림피아 원더랜드’ 한정판 컬렉션. / 랑콤 제공
    랑콤 ‘올림피아 원더랜드’ 한정판 컬렉션. / 랑콤 제공
    최근 랑콤은 파리 출신 유명 패션 디자이너 ‘올림피아 르 탱(Olympia Le-Tan)’과 협업해 가을 한정 컬렉션 ‘올림피아 원더랜드 컬렉션’을 선보였다. 랑콤은 그동안 알버 엘바즈, 알렉산더 보티에, 자크뮈스, 안토니 바카렐로, 소니아 리키엘 등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바 있다.

    LG생활건강(051900)의 자연주의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지난해 미키 마우스, 곰돌이 푸 등 디즈니 대표 캐릭터를 넣은 쿠션 제품 초도물량 13만개를 이틀만에 모두 판매했다. 앞서 출시된 아이섀도우와 틴트 제품의 초도물량(각각 5만개, 13만개)도 출시 사흘만에 완판됐다.

    기부 캠페인을 활용한 한정판 마케팅도 눈길을 끈다. 뉴욕 코스메틱 브랜드 키엘은 지난 여름 타투 아티스트 ‘노보(NOVO)’, 래퍼 빈지노를 비롯해 김한준, 신동민으로 구성된 3인조 아트 레이블 ‘IAB 스튜디오’와 협업해 ‘칼렌듈라 꽃잎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한정판 제품의 수익금 일부는 환경단체 ‘생명의 숲’을 통해 도심 속 자연 보호와 녹지 조성에 사용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발아식물화장품 브랜드 프리메라는 동화작가 김승연과 손잡고 ‘2017 망고 버터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며 ‘레츠 러브(Let’s Love)’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여성 차별로 악명이 높은 인도의 자무이 지역 소녀들 생활 개선과 자립을 위한 망고 묘목 기부 프로젝트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통해 예술가를 양성하는 사회적 브랜드 ‘키뮤’와 디자인 협업을 통해 ‘2017 그린 홀리데이 에디션’ 7종을 내놨다. 수익금 중 일부는 키뮤를 통해 지적장애인의 미술교육 지원금으로 쓰인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한정판 제품의 판매 수익금이 좋은 일에 쓰이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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