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분석과 전망

[가상화폐 규제] 어디까지 허용?...규제 둘러싼 논쟁 '점화'

  • 김유정 기자

  • 입력 : 2017.12.07 06:00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열기가 뜨겁다. 비트코인의 경우 올해 들어 1년 동안 가격이 1000% 폭등하면서 튤립 버블 이후 최대 버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가상화폐가 결국 결제수단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일본 등 가상화폐에 세금을 매기고 거래소를 인가제로 하는 등 제도권에 편입시키려는 국가가 있는 반면, 중국 러시아 등처럼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는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단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중립적인 편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이번 시리즈를 통해 논의해봤으면 한다. [편집자주]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로 큰 수익을 내려는 투기성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상화폐의 익명성을 악용해 마약 거래,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 등 각종 불법 거래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규제의 칼을 빼어들었을 때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인터넷 전문은행,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 산업에 적용한 규제 탓에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만큼 전 세계적으로 기술 혁신에 뒤처졌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블록체인 혁신마저 규제로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가상화폐 법적 지위…투자자산 맞지만 과세는 ‘글쎄’

    규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선행돼야 할 부분은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가상화폐에 대해 연구해 온 전문가와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업계에서는 대체로 가상화폐가 ‘화폐’ 기능보다 ‘투자자산’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법무부·국세청·경찰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TF)는 1년여의 검토 끝에 가상화폐를 '블록체인에 기반해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것이며, 화폐나 통화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지, 법적 지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남아있다.

    적어도 현재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통화보다는 투자자산의 성격이 짙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가상화폐의 정체성에는 일정 부분 공통된 시각이 존재하지만,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엇갈린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세기준의 쟁점은 가상화폐를 거래목적으로 구매했는지, 투자 목적으로 구매했는지에 있다”며 “현재 가상통화는 투자자산의 목적으로 쓰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미 가상화폐를 사고팔아 생긴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금 부과를 위해 국세청이 개인 간의 가상화폐 거래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두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가상화폐는 교환의 매개로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화폐보다는 재산 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굳이 현행법으로 얘기하자면 금과 같은 투기성 자산으로 보아 부가세 과세대상으로 봐야 하지만 가상화폐 보급이 IT 산업에 도움이 된다면 정책적 측면에서 면세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상 주화 / 블룸버그 제공
    비트코인 가상 주화 / 블룸버그 제공
    ◆ 가상화폐 거래소…“제도권에서 완전 배제해야” vs “제도로 적극 관리해야”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하는 방식과 정도에 대해서도 첨예한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 당국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을 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가상화폐 취급업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자산 별도예치 및 자금세탁방지 원칙 준수 등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영업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 각계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어떻게 규제를 해야 할지에 대해 각론에서는 이견이 엇갈린다.

    법이라는 경성 규제보다는 자율규제 방식의 연성 규제가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암호화폐 거래업은 유사수신행위와 달리 원금 반환이나 수익 등을 약속하거나 여타의 보전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협회 차원에서 마련 중인 ‘자율규제’로 이용자 보호, 시스템 안정성 등을 충분히 제고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금융거래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제도권 사업자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인허가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본적으로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규정해 제도권 범주에서 규제·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 ICO 전면 금지…“지나친 규제” 비판 여론 고조

    또 다른 쟁점은 ICO(Initial coin offering)이다. ICO는 블록체인 기반 프로젝트를 위한 펀딩 방법을 말한다. 자금이 필요한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인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하다.

    정부는 가상통화를 이용해 ICO를 하는 행위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는 입장이다.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 위험이 커진 상황이고 투기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과열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ICO에는 철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현재의 ICO 시장은 분산원장기술 체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사적 공동체의 단순한 자금모집 수단으로 보기에는 힘든 수준이 됐고 그 성격 측면에서도 투기적 시장으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전한 ICO 시장의 형성을 위해 향후 금융감독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무조건적인 금지 정책은 글로벌 트렌드에서 벗어나 오히려 국내 업체들의 손발만 묶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ICO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일정 기준에 따라 허용하고 있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ICO 투자는 현재까지 많은 성공 사례를 남겼다며 “2014년 프로젝트를 공개한 이더리움의 토큰 ‘이더’는 약 2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시가총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며 “이외에도 200억원을 모금한 코인 웨이브스의 시가총액이 약 796억원, 15분 만에 1200만 달러를 조달한 그노시스(Gnosis)의 가치는 10배 오른 1억2000만 달러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코모도, 아크, 스트라티스 등이 성공적인 ICO 투자 사례를 남기며 투자자들에게 차익을 안겼다고 덧붙였다.

    이천표 서울대 교수는 “외국의 예를 보면 ICO로 모은 자금을 다른 종류의 가상통화를 사거나 가상통화의 채굴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며 “캐나다가 ICO를 규제 샌드박스(실험실처럼 규제에서 제외해 주는 것)에서 관리하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규제 샌드박스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각 토론자가 밝힌 입장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각 토론자가 밝힌 입장
    ◆ 선물 거래 허용은 ‘시기상조’...신중론이 우세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식시장 거래소들이 잇따라 가상화폐 선물 거래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논란의 불을 지피고 있다.

    세계 최대 상품 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오는 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또 경쟁사인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도 10일부터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관련 상품을 내년 초 출시할 계획이다. 오타 쇼조 도쿄금융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가상화폐 선물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놨고, 국내 금융투자회사와 투자자들의 비판을 샀다. 정부는 가상화폐가 국내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사들은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한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이 도태될 것”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더 우세한 분위기다. 변동성이 극심한 가상화폐의 파생상품을 섣불리 거래할 경우 시장 전반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측도 있다.

    신현호 경제 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화폐는 어떤 펀더멘털도 없고 경제의 실체와 조금도 연결돼 있지 않아 가격 변동이 너무 크기 때문에, 황당하게도 롱포지션의 증거금을 거의 100%까지로 해야 할 수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에 반대하는 회원사는 단순하게 증거금을 왕창 올리든지 아니면 거래 안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CME측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래소 자체가 파산할 정도의 위험이 있고 그 경우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사와 경제 전체에도 큰 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이라며 “기존 거래소와 완전히 격리되지 않는 한 가상화폐 선물 옵션 거래를 기존 거래소에서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